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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3.8 세계여성의 날 여인천하 위해 달린다

박미소 기자 althzzz@ysnews.co.kr 입력 2011/03/08 10:16 수정 2011.03.08 11:53
경남 아너스빌 관리소장 허태남 씨

세원버스 운전기사 손영옥 씨




“양산여성의 힘이 양산지역의 힘이자 대한민국의 힘이다. 양산을 여인천하로 만들어 보자”

박희태 국회의장이 지난해 11월 열린 양산지역 여성지도자들과 간담회에서 양산을 ‘여인천하’로 만들겠다는 큰 뜻을 내비쳤다. 여성친화도시 지정, 여성취업전담기구 설치, 다문화여성을 위한 작은도서관 등 양산지역 여성들을 위한 정책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UN에서 지정한 ‘3.8 세계여성의 날’이 103주년을 맞았다.
 
노동권 개선과 여성지위 향상을 위해 지정된 ‘세계 여성의 날’에 맞춰 ‘여인천하’를 위해 달려가고 있는 양산지역의 당당한 여성들을 만났다. 

# 경남 아너스빌 관리소장 허태남 씨

ⓒ 양산시민신문


우리 아파트, 그녀 손에 달렸다!


아파트 경비, 관리소를 생각하면 당연하게 ‘아저씨’라는 호칭이 붙고 자연스레 후덕한 아저씨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900세대 이상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를 관리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시설관리부터 주민과의 대응까지 전반적인 아파트 관리를 하는 주택관리사는 이제 남성들만의 직업이 아니다. 허태남(47, 물금읍) 씨는 양산신도시 경남아너스빌 관리소장을 맡고 있다.


남성들만의 직업?
  고정관념을 깨다

“저는 뭐 하나 내세울 게 없어요. 그저 먹고 살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일한 것 뿐이죠” 처음 만나자마자 허태남 씨는 자신이 여성의 날 인터뷰에 맞는 인물이 아니라고 꽤나 부담스러워 했다. 그러나 삶의 굽이굽이 이야기 보따리와 관리소장으로서 겪었던 일을 풀어놓으니 아줌마의 자부심이 넘쳐났다.

양산 최초의 여성관리소장인 허태남 소장은 신기동 한마음아파트에서 8년, 그리고 현재 경남아너스빌 5년째를 맡고 있는 베테랑이다.

허 소장은 15년 전, 아이의 분유 값을 벌기 위해 관리사무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단순한 전산업무를 맡고 있던 허 소장은 우연히 서랍을 정리하다 주택관리사 교재를 보게 됐다. 막연히 주택관리사를 ‘남성들의 직업’, ‘힘쓰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던 허 소장은 책을 읽어보다 “여자도 할 수 있겠다”라는 도전욕구가 생겼다고 한다.

그 길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를 해 1ㆍ2차 시험에 단번에 합격했다. 당시 허 소장은 “오히려 여성들이 하지 않았던 일이기에 도전정신이 강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세심함과 꼼꼼함
 아줌마의 힘 발휘


물론 힘든 일도 많았다.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아파트 관리소장을 맡게 된 허 소장은 여자에게 아파트 관리를 맡긴다는 부분에 있어 주민들의 불편한 시선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 선입견을 깨기 위해 악착같이 일했다.

힘을 써야 하는 일은 일부러 찾아서 했고, 힘든 내색 한번 하지 않았다. 남자보다 비교적 취약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시설관리 부분은 시간을 내 공부를 따로 했고, 이도 모자라 보일러, 조경 등 전문분야에 대한 자격증까지 따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느 관리소장 못지 않은 실력과 노력하는 모습까지 보이는 허 소장에 대해 신뢰와 믿음이 쌓이기 시작했다.

여성만의 장점도 십분 발휘했다. 아줌마 특유의 입담과 친근함을 무기로 주민들과의 관계도 훨씬 돈독할 수 있었다고. 특히 주민들의 불편함을 미리 체크하고, 주민들 입장에서 해결하는 민원상담 등은 여성이기에 가능한 꼼꼼함과 세심함이 작용한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감성적이라 눈 오는 날, 비 오는 날, 낙엽 떨어지는 것 모두 즐기고 아름다워했어요. 지금은 직업이 이런지라 동파걱정, 물새는 집 걱정에 낙엽이 떨어지면 ‘아이고 낙엽 치워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며 웃어보이는 허 소장. 그녀에게서 남성들이 갖지 못한 예리하고 섬세한 감성으로 스스로 삶을 가꾸어 가는 당당한 ‘我줌마’의 모습이 보였다.

박미소 기자 althzzz@ysnews.co.kr 


 # 세원버스 운전기사 손영옥 씨

ⓒ 양산시민신문


버스에 꽃피운 여성시대

버스 기사는 남성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편견일 뿐 버스기사로서 열심히 운전하는 ‘여성’도 있다.

손영옥(43, 북부동) 씨가 그 주인공이다.

버스 기사 ‘아저씨’? 
  NO, 버스 ‘기사님’!


손 씨는 세원버스 180여명의 기사 중 유일한 여성이자 (주)세원에 버스기사로 입사한 첫 번째 여성이기도 하다.

당시 회사 내 반발이 있었지만 손 씨의 능력을 믿어보기로 하고 채용했다. 손 씨가 입사한 뒤에도 버스기사로 여성이 들어왔다. 하지만 적응을 못해 오래 지나지 않아 그만두었다.

반면 손 씨는 양산에서 버스 운전대를 잡은 지 7년을 훌쩍 넘겼다. 부산에서의 마을버스 경력까지 포함하면 8년이 넘는다.

손 씨는 현재 어곡과 부산 동래를 오가는 1300번 전속 기사(특정 노선을 맡는 것)로 일하고 있다.
전속 기사가 되기 위해선 몇 년 간 회사가 임의로 지정하는 노선을 맡는 대무 기사로 일해야 하는데 손 씨 역시 6년 간 대무 기사로 일하면서 거의 모든 노선을 거친 8년차 베테랑이다.

상대 출신인 손 씨는 경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적응하지 못해 퇴사와 입사를 반복했다. 그러다 마트 영업 일을 시작하면서 활동적인 일이 자신에게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사회초년생 때 관심 있던 운전에 도전하기로 결심하고 부산에서 버스 운전을 시작해 적성에 맞아 지금까지 운전대를 잡고 있다. 그동안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는지 물었다.

“솔직하게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어요. 운전이 제 적성에 맞았으니까요”

하지만 적성에 맞다고 즐겁게 일할 수만은 없는 법. 특히 버스 기사는 많은 사람을 대하기 때문에 난감할 때가 종종 생긴다. 가장 곤란할 때는 만취한 승객이 탔을 때다. 남성 기사보다 취객에 대응하기 힘든 탓에 주로 경찰에 신고한다.

가끔은 차가 밀려 버스가 늦게 도착할 수밖에 없었는데도 기다린 손님들이 대놓고 짜증을 내고 욕을 뱉을 때마다 속으로 화를 삭일 때도 많다.

손 씨는 여성 기사가 드문 데다가 손 씨의 머리 스타일이 커트다 보니 ‘아저씨!’라고 불리거나 ‘버스 기사 아저씨가 화장을 했네’하는 얘기도 종종 듣는다. 무엇보다 여자 운전자라서 아니꼽다는 시선을 가장 많이 받는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운전을 못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손 씨는 7~8년 전에 비해 그런 인식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여성 기사를 향한 불편한 시선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여성은 운전을 못한다?
  버스기사로 편견 극복 
 


여성 기사에 대한 편견을 이겨내며 지금까지 자신의 일을 지켜온 손 씨에게 작은 목표가 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정년을 채워 시민에게 여성 버스기사로 영원히 기억되고 싶다는 것. 인생을 버스에 쏟아붓는 열정이 대단하다고 말하니 “이 세상에 대단하지 않는 사람 어디 있냐. 내 눈에는 식당하시는 분들이 대단해보인다. 모두가 대단하다”고 오히려 자신을 낮췄다.

노미란 기자 yes_miran@y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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