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로변
깍두기머리로 깎아놓은 쥐똥나무 뒤
누군가 실례해 놓은 물똥 한 판
똥파리들이 해치우는데 꼬박 닷새가 걸렸다
처음엔 무료급식이라 쭈뼛거리더니
날이 갈수록 동네잔치로 판을 키웠다
늦은 귀가길, 누군가
젖 먹던 힘까지 조여 넣었을 괄약근
기어이 뚫고 나온 그 간절함에 화답하듯
성찬을 즐긴 식객들의 등피가 사뭇 번들거린다
쓰레기 치우던 환경미화원이 빙긋 웃는다
몸 바꿔 입은 푸르름이다.
이영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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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아 시인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 ||
ⓒ 양산시민신문 |
이 시는 길옆 오물에 들러붙은 파리들을 <무료급식>과 <동네잔치>로 역전시켜 시인만의 따뜻한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군요. 특히 환경미화원의 진초록 상의를 파리의 <등피>와 오버랩 시키는 부분은 이 시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과학이나 철학이 자연의 순리를 연구하는 데서 왔듯, 좋은 시는 자연의 순리를 통해 조화와 영원을 깨닫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