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를 걷다가 한 번은 봤음직한 낯익은 조형물. 벤치에 다리를 포개고 앉은 예술가의 모습이다. 후기 인상파의 대가인 네덜란드 출신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조형물과 함께 벽면 유리를 수놓은 그림도 고흐의 대표적인 작품인 ‘별이 빛나는 밤’과 ‘해바라기’다.
신도시의 작은 카페 ‘빈센트’는 이렇게 심상찮은 시선을 끌며 시민들을 가게 안으로 부른다. 문을 열면 벽에 걸린 고흐의 작품이 눈에 들어오면서 핸드드립커피의 은은한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좋은 커피가 있는 곳에는 좋은 사람들이 항상 모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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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카페 윤경은(45, 중부동) 사장은 지난해 10월 빈센트 카페를 열었다.
최근 들어 양산에 커피 프랜차이즈 점이 많이 들어섰지만 제대로 된 ‘휴식’을 할 만한 공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직접 카페를 차리게 됐다고 한다. 이전에 부산에서도 카페 운영 경험이 있던 윤 사장은 사람들이 맛있는 커피와 함께 편히 쉴 수 있도록 하는 바람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고흐에 대한 애정, 곳곳에 보여
윤 사장의 고흐 사랑은 빈센트 카페 인테리어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가게 앞 고흐 조형물과 함께 내부 벽 곳곳에 고흐 작품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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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으로 인테리어를 한 이유가 있냐고 물으니 단순하게 “고흐가 좋아서”란다. “고흐의 인생 자체가 작품에 담겨 있어서 좋아요. 힘들게 살다간 그의 작품에는 고뇌, 사랑, 추억들이 담겨있어 감상하면 나도 모르게 시간이 가요”
벽에 붙은 고흐의 그림들은 평소 모아뒀던 그림이나 달력을 액자에 걸어 둔 것. 외부 유리창에는 ‘열두송이 해바라기 작품’이 새겨져 있다. 해바라기 작품은 윤 사장이 제일 좋아하는 작품으로 테이크아웃 컵에도 프린팅 해 고흐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고흐 조형물도 윤 사장이 직접 디자인했다. 이미 알게 모르게 빈센트의 고흐 조형물은 양산의 명물이 됐다. 카페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학생, 어른 할 것 없이 한 번씩 사진을 찍고 블로그에 올려 유명세를 탔다.
“맥도날드 아저씨 하면 사람들에게 친숙한 이미지잖아요. 마찬가지로 고흐도 사람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조형물을 크게 만들어 설치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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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는 작은 규모이지만 2층으로 나뉘어 다락 같은 공간이 아늑한 느낌을 준다. 또 참나무를 소재로 내부가 만들어져 고흐 작품들과 함께 잘 어우러진다. 아기자기한 소품들부터 건물 전체 인테리어까지 윤 씨의 손길이 곳곳에 묻어 있다.
진정한 승부는 커피 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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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사장의 카페에서 가장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것은 핸드드립 커피라고 말한다.
핸드드립(커피콩을 볶고 갈아서 거름 장치에 담고, 그 위에 물을 부어 만드는 커피) 커피는 커피콩을 하나하나 볶고 불리고 내리는 것까지 손이 많이 간다. 콩마다 맛과 향, 성격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맛을 내는 게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다. 하지만 그 시간만큼은 커피에 대한 열정을 쏟을 수 있어 가장 즐겁다고.
“맛있는 커피는 원두의 신선함과 기술차이가 맛을 좌우해요. 그 점에서는 자신있다고 당당하게 말 할 수 있지요”라며 자신감을 내비치는 윤 사장.
“모양이 예쁘고, 빠른 것도 좋지만 기초에 충실해 맛을 내는 것이 커피인생의 원칙”이라고 말하며 카페에 오면 핸드드립 커피를 꼭 마셔 볼 것을 추천한다.
문 연 지 이제 반 년. 단골들도 꽤 있다. 부산에서 카페를 운영할 때 들린 손님이 그 맛을 잊지 못해 오기도 하며 김해, 포항, 심지어 서울에서도 가끔 들리는 손님이 있다.
커피 맛을 아는 사람은 전국 각지를 떠돌아다니며 제대로 된 커피를 맛본다고 한다. 그런 커피마니아들이 인정한 커피이기에 더욱 자부심이 느껴진다고.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는 ‘빈센트 카페’. 고흐의 낭만과 함께 맛있는 커피를 즐기고 싶다면 카페를 언제든지 찾자. 고흐아저씨가 항상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