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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순희 영산대학교 교통공학과 교수 | ||
ⓒ 양산시민신문 |
필자는 4만톤 이상의 여객선이 단 3시간 만에 침몰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추가로 자료를 찾아보았다. 당시 타이타닉 호에는 선주가 탑승하고 있었는데 빙산과 충돌한 후 선주는 선장에게 빙산을 뚫고 전진할 것을 지시하였다고 한다. 결과론적인 이야기겠지만 건조 전문가들은 만약 선장이 선주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빙산과 충돌 직후 그 자리에 타이타닉 호를 멈춰 세웠거나 후진시켰더라면 구조선이 올 때까지는 침몰하지 않았을 것이고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여섯 번이나 빙산과의 충돌에 대비하라는 경고 메시지를 받았지만 선장이 식사 중이어서 이를 보고하지 않았고 무선 담당자 혼자 근무하고 있어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이유로 보고하지 않았으며, 충돌 경고 메시지를 담은 모스 부호를 무시하거나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타이타닉 호 건조 당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현장노동자들은 상사에게 보고하였지만 건조에 대해 전문가가 아닌 현장 노동자의 의견이라며 보고받은 상사들은 묵살하기 일쑤였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자기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수치라 여겼던 일부 건조 참여자들은 문제를 덮어 침묵했다고 한다.
운항 전문가인 선장에게 빙산을 뚫고 직진할 것을 명령한 권위적인 선주, 식사 중에 중요한 보고를 못할 정도로 부하 직원에게 엄격했지만 빙산과 충돌한 위기상황에서 항해전문가로서 신중하지 못했던 선장, 빙산과의 충돌을 예고하는 여러 경고 메시지를 무시한 항해사, 선박 건조에 비전문가라는 이유로 현장 노동자의 문제점 제기를 무시한 건조업자들 모두가 1천500명 이상의 사상자와 역사에 남을 타이타닉 호를 처녀항해 4일 만에 4천미터 아래 심해로 침몰시킨 장본인들인 것이다.
타이타닉호의 침몰에 대한 원인규명이 진행되면서 레그 레밴스라는 학자는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실제 원인들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는데 그 요지는 구성원 누구나가 사소할 수도 있는 문제나 의문점을 아무 거리낌 없이 제기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이러한 문제나 의문점에 대해 동료 구성원이 합심하여 해결하는 과정을 연구하였는데 이를 ‘액션러닝’이라는 이름으로 발전시킨다.
필자의 전공이 교육학이이서 액션러닝을 활용해 교육현장에 자주 적용하는 편이다. 학생들의 실제적인 문제들을 팀워크를 바탕으로 해결하도록 독려하고 이를 발표하게 하는데 학생들의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다. 실제 울산교육청 주관 자기주도 학습코칭이라는 학부모연수에서도 액션러닝 방식을 도입하였는데 일방적인 강사의 진행보다는 실제 자녀의 학업, 진로, 인성의 문제를 가지고 10주간 액션러닝으로 진행한 연수의 반응 또한 긍정적이었다.
액션러닝을 통해 구성원이 해결해야 하는 실질적인 문제를 다루고 모두에게 참여의 기회를 주며 의견이 자유롭게 교류되면서 최선의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은 기존의 일방적인 지식 전달 방식과는 달리 비전문가들의 모임이라 할지라도 전문가 못지않은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과 이 과정을 통하여 훨씬 많은 학습과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람이 자산이라는 말이 있듯이 액션러닝은 구성원 하나하나의 참여를 중요시 하고 구성원 모두가 문제해결의 핵심적 요소이다.
이를 위해 액션러닝 초반에는 서로를 인정하고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라포르(rapport: 마음이 서로 통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다) 형성을 무엇보다 중요시한다. 개인적으로 라포르 형성이 학습의 반 이상이라 생각하는데 이 부분이 쉽지 않다. 학기 초가 되면 액션러닝을 적용하는 강의에선 그룹을 나누어 주고 간단한 놀이, 퀴즈, 그림으로 자기표현하기 등으로 구성원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할애하는 편이지만 필자가 원하는 만큼의 라포르가 형성되지 않는 것 같아 고민이 된다.
하지만 강의를 시작한 지 한두 달이 지나면 라포르 형성 과정을 거쳤던 강좌와 그렇지 않은 강좌의 학습자들 간 관계와 학습참여정도가 차이가 남을 개인적으로 느낀다. 3월, 교정과 강의실, 학생식당, 벤치에는 학생들로 가득하다. 유치원과 초등, 중ㆍ고등학교 모두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이했다. 학기 초 2주간은 바뀐 생활패턴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기 때문에 설렘과 긴장이 교차하기 마련이다. 물론 학생을 둔 부모님 또한 그러할 것이다. 며칠 전 올해 자녀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학부모와 잠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입학 전 두 개의 방과 후 강좌에 수강해 놓았고 다른 학원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는 대화 중 중요한 무언가를 빠뜨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앞서 언급한 레밴스의 액션러닝으로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려 하였고 액션러닝의 핵심은 라포르 즉,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일 것이다. 부족한 학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교육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자신을 표현하고 다른 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라포르 형성에 부모님들이 좀 더 지원해주면 어떨까?
학생들은 거대하고 웅장한 타이타닉 호이다. 타이타닉 호가 그러했듯 북대서양을 힘차게 건너야 한다. 빙산을 만날 수도, 예기치 못한 파도도 만날 수 있다. 부모들은 그 때마다 그 위기를 지혜롭게 해결해가는 자녀로 자라주길 희망할 것이다. 따뜻한 햇볕과 신선한 공기가 연일 계속되는 좋은 계절 이 봄에 우리의 자녀들과 야외로 나가 대화를 시작해 보는 것을 어떨까? 분명 우리의 자녀들은 21세기 영원히 침몰하지 않는 멋진 타이타닉 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