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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이슈&현장> 신도시는 ‘교통 무질서’ 천국..
사회

<이슈&현장> 신도시는 ‘교통 무질서’ 천국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371호 입력 2011/03/15 10:38 수정 2011.03.15 10:35
비보호좌회전… 불법 주정차…

차선침범… 점멸신호…

운전이 무섭다…



큰 대각선을 그리며 두 개 차선을 한꺼번에 바꾸는 곡예운전, 직진ㆍ좌회전ㆍ유턴 신호는 가뿐히 무시하는 차량, 도로변 무단정차로 지ㆍ정체 유발되는 모습들. 여기에다 택시ㆍ버스베이 무시하고 차선 가운데 정차하는 도로의 무법자 대중교통수단, 신호를 지키는 앞 차량을 향해 욕설을 퍼붓는 운전자들도 있다.

양산신도시 이마트 주변에서 운전을 하거나 차를 타고 가다보면 언제 어디서나 쉽게 목격할 수 있는 모습이다.

교통은 일상생활 속에서 피할 수 없는 요소가 되었다. 따라서 양산신도시 속 교통 무질서에 대해서 누구나 전문가인 듯 말한다. “신호체계가 잘못됐네, 도로구조가 이상하네, 경찰이나 공무원이 단속을 안하네, 성숙하지 못한 교통문화가 문제야” 하나같이 맞는 말이다.

안전한 교통, 쾌적한 교통을 위해 완벽한 교통시스템의 구비가 선결조건임에 틀림없다. 거기에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선진화된 교통문화가 뒷받침된다면 교통 무질서 천국이라는 오명은 말끔하게 씻을 수 있을 것이다.
양산역과 이마트. 종합터미널 주변. 그러니까 양산신도시 1단계의 중심상업지구로 신도시의 얼굴이기도 이 곳 교통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짚어본다.

ⓒ 양산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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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호좌회전…
불법 주정차…
차선침범…
점멸신호…
운전이 무섭다…


초보운전자 주부 김영숙(32) 씨는 장을 보기 위해 승용차를 몰고 양산신도시를 들어갈 때면 겁부터 난다.

지하철 양산역 앞에서 이마트 방향으로 좌회전을 해야 하지만 신호 없는 비보호좌회전이다 보니 맞은편 차량으로 인해 좌회전이 쉽지 않다. 뒤에서 재촉하는 차량 때문에 보건소 앞까지 떠밀리듯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힘겹게 좌회전을 한 후에 또 다른 난관이 있다.

택시들이 1개 차로를 막은 채 줄지어 서 있어 우회전을 해야 하는 김 씨는 직진 차선에 서서 눈치를 봐야 한다. 직진 신호가 떨어지면 황급히 차선을 바꿔 우회전해 보지만 손님을 태운 택시가 언제 끼어들지 몰라 늘 불안하다.

이번에는 보행자와 전쟁을 치러야 한다. 이마트 후문 앞 횡단보도에 신호가 점멸돼 있어 차량과 보행자 간 눈치싸움이 대단하다. 초보운전자인 걸 눈치라도 챈 양 보행자들이 김 씨 차량 앞을 줄지어 지나자 뒷 차량이 연신 경음기를 울려댄다. 오늘도 식은땀이 마구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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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호좌회전 이게 최선이야?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방안에 따라 양산지역 80곳에 비보호좌회전이 설치됐다. 비보호좌회전 체계는 교차로 대기시간을 감소시켜 교통법규 위반이 줄어드는 동시에 원활한 차량 소통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지하철 양산역 앞에서 이마트로 향하는 비보호좌회전은 오히려 교통혼잡을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많은 교통량 때문이다.

특히 출ㆍ퇴근 시간에는 늘어나는 차량 수에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이 많아 쉽게 좌회전을 할 수 없다. 이로 인해 1차선에는 차가 정차돼 있어 2차선으로만 차량이 통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된다. 더구나 기다리다 못한 운전자들이 적신호에 좌회전을 하면서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보행자들에게까지 위협을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서는 교통의 선진화를 위해 점차 직접적인 좌회전이 없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앞으로 좌회전을 위해서는 유턴이나 P형 방식으로 우회하도록 바뀔 예정이기 때문에 비보호좌회전은  좌회전 신호를 없애기 위한 첫 단계라는 것이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도로의 흐름이나 교통량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선진국의 교통신호체계를 뒤따라가서는 안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비보호좌회전 때 발생하는 사고는 전적으로 비보호좌회전 운전자의 책임이기 때문에 안전운전의 책임을 운전자에게 지나치게 전가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 양산역 앞 도로에서 비보호좌회전 시기를 맞추지 못한 차량들이 적신호에서 줄지어 좌회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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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 차선 점령한 택시승강장

택시승강장은 무분별한 택시 불법 주ㆍ정차를 막고 원활한 교통질서 유지를 위해 설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택시승강장이 오히려 교통흐름을 방해하고 있다면?

이마트 주차장 출구 앞 도로에 설치돼 있는 택시승강장은 3차선 가운데 1차선을 완전히 막아 선 채 운영되고 있다. 원칙적으로 이 곳은 주ㆍ정차 금지구역이지만 버젓이 택시승강장이 설치돼 있다.

때문에 출ㆍ퇴근 시간대 무질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우회전 차량이 택시에 가로 막혀 정차돼 있는가 하면, 우회전 차량과 직진하려는 택시가 X자로 엉켜 있기도 하고, 직진 차량으로 인해 보행신호등 시 우회전 하다 보행자와 실랑이가 일어나기도 한다. 승객을 태운 택시는 3차선에서 차선 2개를 가로질러 불법 유턴도 자행한다.

택시베이 설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시는 인도폭이 좁아 불가능하다는 답변뿐이다. 택시베이는 인도 안쪽으로 주ㆍ정차 구간이 파고들어가는 형태의 택시승강장으로, 다른 차량의 통행에 지장을 주지 않고 교통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이마트 인근에는 택시승강장이 하나 더 있다. 주차장 출구와 반대쪽인 주차장 입구에 버젓이 택시베이까지 설치된 택시승강장이 있지만 이곳을 이용하는 시민이나 택시는 없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해답이 없는 해묵은 논쟁만 하고 있다.

↑↑ 한 차선을 막고 있는 택시승강장 때문에 2차선에서 우회전하려는 차량과 3차선에서 2차선으로 들어오려는 택시가 서로 X자로 운행하고 있어 접촉사고의 우려가 있다.
ⓒ 양산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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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는 주차단속 안한다?

해질 무렵 이마트 주변은 대형 주차장으로 변한다. 인도 쪽 차선은 여지없이 주ㆍ정차 차량으로 즐비해있다.
 
이마트 정문 앞 삼거리에는 불법 주ㆍ정차 위반 단속 카메라까지 설치돼 있지만 소용없다. 낮에는 단속이 철저히 이뤄지지만 단속요원 퇴근 후에는 어차피 단속이 안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시는 저녁 9시까지 순회단속을 하며, 9시 이후는 계도 위주로 밤샘주차를 막고 있다고 하지만, 단속 숨바꼭질에서 승리는 항상 불법 차량들이다. 저녁이 되면 불법 주정차 차량들간 불법주차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이다.

시민의식도 큰 문제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대형마트 주차장과 일반 사설 주차장 등이 있지만 주차장까지 걷기도 귀찮다는 것이다. 우연히 주차단속에 걸린다면 ‘오늘은 크게 운이 나쁜 날’ 정도로 치부해 버린다. 

↑↑ 시외버스터미널 인근 도로에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한 차선을 막고 있고, 택시는 횡단보도 위에 정차한 채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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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안전이냐, 교통 소통이냐

신호등은 있지만 신호는 없다. 이마트 후문 앞 신호등은 10년째 점멸 중이다. 2004년 이마트가 입점하고, 2006년 시외버스터미널이 들어서면서 차량과 보행자 통행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신호는 작동되지 않고 있다.
입주민들은 보행자 안전을 위해 신호등을 작동해달라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교통소통이다. 이 신호등 앞뒤 불과 100여m 거리에 신호등 2개가 설치, 운영되고 있다. 짧은 구간에 신호등이 많으면 교통체증만 유발한다는 상반된 민원도 제기돼 경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교차로에 차량은 얽히고 보행자의 안전은 위협 당하고 있다. 특히 이마트를 이용하려는 주부들이 유모차를 끌고 신호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일이 잦아, 보는 이들을 아찔하게 만들고 있다.

↑↑ 이마트 후문 앞 점멸신호로 인해 보행자의 안전은 무시된 채 보행자와 차량이 횡단보도를 동시에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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