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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청소년이 행복한 사회]아이가 따돌림을 당하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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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행복한 사회]아이가 따돌림을 당하나 봐요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1/03/22 09:24 수정 2011.09.06 10:37




 
↑↑ 윤계영
양산시 청소년지원센터
ⓒ 양산시민신문 
Q.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엄마입니다. 요즘 학교폭력이니, 왕따니 하는 말들 때문에 아이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는 편인데 개학하고 나서 우리 아이가 좀 이상해졌어요. 평소에는 밝고 집에 와서 얘기도 곧잘 나누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집에 와서 말도 잘 하지 않고, 자주 놀라거나 방문을 열어보면 혼자 울었던 것도 같아요. 학교 가는 것이 그리 좋아보이지도 않고, 학교생활이나 친구관계를 물어봐도 아무런 얘기도 하질 않고 그저 침묵으로 일관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아이가 혹시 학교폭력에 노출된 것은 아닌지 많이 염려스러우시죠. 어머니 말씀처럼 평소와 다른 아이의 행동으로 보아서는 지금의 상황이 그저 넘길만한 것은 아닌 듯 합니다. 특히, 집단따돌림 피해자가 보이는 행동적인 징후 중에 아이가 말을 잘 하지 않거나, 혼자 있을 때 울거나, 자주 놀라는 행동들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려움이 있어도 부모나 선생님께 말하지 못합니다. 부모님께 말씀드리자니 일이 커질 것 같고, 선생님께 말씀드리면 다른 아이들이 고자질했다고 더 힘들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까이에서 그런 모습을 봤을 경우에는 더구나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어머니께서 눈치를 채셨으니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데 큰 힘이 되어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아이가 겪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자세히 확인하셔야 합니다. 어머니께서 물어 본다고 해도 전과 같이 침묵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큽니다. 가해학생에 대해서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거나 일을 크게 키우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니 당장 말하지 않는다고 다그치고 윽박지르기보다는 너를 가장 잘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부모라는 것을 확신시켜야 합니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너를 위해서 발 벗고 나설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부모라는 것을 충분히 납득할 때까지 따뜻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상담을 해보면 ‘부모님께 걱정 끼쳐드리지 않으려구요, 한번만 더 참으면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혼자 견디는 친구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큰 인내를 필요로 하는 설득과정을 거쳐 상황을 알게 되었다 해도 아이는 자신이 겪은 내용을 얘기함으로써 가해 아이들로부터 보복을 받게 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아이를 안심시키는 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예를 들면, ‘부모가 알게 됨으로써 그 아이들로부터 보복을 당할까 두려운 마음이 들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걸 너도 원하지는 않지? 엄마도 그래, 너가 생각해 본 방법도 있었을테니 같이 이야기해 보자’ 하시면서 아이의 두려운 마음을 다독이고 한편으로는 어떤 괴롭힘을 당했는지 알아보시는 것입니다. 아이가 용기내서 한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에는 혼자 견디며 힘들었을 마음을 먼저 헤아려주시고,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이로써 자녀와 동맹관계를 돈독히 하게 되고 해결의 가장 큰 실마리를 잡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는 당황스럽고, 속상해서 아이에게 도리어 화를 내거나 약속과 달리 당장 가해학생을 찾아가거나 심지어는 어른이 다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이 어렵게 얘기를 꺼낸 아이에게 과연 도움이 될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부모는 분풀이가 될지 몰라도 뒷감당은 위험을 무릅쓰고 얘기한 아이가 오롯이 맡아야 하기에 부모의 행동을 보며 더욱 불안과 공포에 떨게 되고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가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을 지에 대해 충분히 마음을 알아주고 앞으로는 ‘우리 부모가 나의 가장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주시겠구나’ 라는 확신을 주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좋은 말로 달래고 설득해도 아이가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나름의 이유가 있을 수 있으니 청소년상담 전문기관을 활용하여 해결을 위한 사전 상담을 꼭 해 보시길 권합니다. 

아이가 대략의 사건이나 구체적인 상황을 얘기한다면, 아이의 이야기를 상세히 메모하시고, 모바일이나 온라인상으로 받은 피해사실(협박, 욕설, 영상 등)이 있다면 증거자료로 챙겨두셔야 합니다. 더불어 아이는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기를 바라는지 충분히 나누신 후, 담임교사와 의논을 하셔야 합니다. 학교에서 내릴 수 있는 징계도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경찰 신고를 통해 사법처리도 가능합니다. 더불어 아이도 부모도 놀라고 힘들었던 마음을 상담을 통해 충분히 해소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서 가해청소년들은 진심으로 사과해 재발이 없어야 하며, 피해청소년은 다친 마음과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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