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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벨리댄스 위해 세계로 나간 곽민주 씨
경쾌함·여성스러움 접목한 ‘멜리케 스타일’ 기대하세요

노미란 기자 yes_miran@ysnews.co.kr 372호 입력 2011/03/22 10:45 수정 2011.03.22 10:57




ⓒ 양산시민신문
“벨리댄스는 크게 터키쉬 벨리댄스와 이집션 벨리댄스로 나뉘어요. 터키쉬는 움직임이 크고 경쾌하고 활동적이죠. 반면 이집션은 비교적 움직임이 작고 골반이나 하체 동작이 정교한 편이에요” 벨리댄스에 대한 질문을 꺼내자마자 특징을 설명했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인다. “말로 설명하는 건 한계가 있어요. 직접 공연을 보시면 좀 더 쉽게 차이를 알 수 있죠”


벨리댄스 질문에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는 곽민주(30, 물금읍) 씨. 올해로 벨리댄스를 시작한 지 9년째에 접어든 그는 2003년 우연히 취미로 벨리댄스를 접했다. 동료 단원들이 다른 일을 하면서 공연을 하거나 강사 활동을 했던 것과는 달리 그는 다른 것들을 포기한 채 오로지 벨리댄스에만 전념했다. 종주국인 터키와 이집트로 유학해 전문댄서에게 전통 벨리댄스를 배우기도 했다. 지금은 양산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동시에 공연단을 이끌며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여러 지역 축제서 경험 쌓아


 
ⓒ 양산시민신문 
곽 씨는 부산에서 공연단 활동을 하며 미스부산 선발대회, 부산국제영화제 전야제, 모델선발대회, 부산무용예술제 등 굵직굵직한 지역 축제에서 경험을 쌓은 실력파다.

이런 그에게도 첫무대는 쉽지 않았다. 첫무대가 방송이었던 터라 환호하는 관객들과 쉬지 않고 돌아가는 카메라 앞에서 머릿속이 하얘지고 말았던 것. 결국 곽 씨는 무대에서 멀뚱히 서 있다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내려왔고 공연단장이 대신 방송 PD에게 혼이 났었다고.

곽 씨는 “아무것도 못했기 때문에 아쉬움조차 남을 수 없었던 공연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멋모르고 했던 것 같다”며 그날을 회상했다. “예전에 활동했던 공연단 동료와 만날 때마다 ‘네가 그때 그렇게 했었는데 지금 이렇게 활동하고 있는 게 신기하고 희한하다’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며 웃었다.


벨리댄스 위해 일본ㆍ터키ㆍ이집트行


벨리댄스에 대한 곽 씨의 열정은 국내에서 머무르지 않았다. 국내보다 앞서 벨리댄스가 대중화된 일본의 벨리댄스 문화를 느껴보고 싶어 2007년 일본을 다녀왔다. 이후 곽 씨는 벨리댄스가 우리나라 춤이 아닌 만큼 연습을 통해 동작을 정확하게 하더라도 특유의 정서를 표현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 한국예술이 한국의 대표 정서 가운데 하나인 ‘한(恨)’을 통해 궁극에 이를 수 있는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벨리댄스 특유의 정서를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택한 곳이 벨리댄스 종주국인 터키와 이집트였다. 터키와 이집트에서 벨리댄스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라이브 카페 공연만큼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이다. 곽 씨는 두 달여간 이스탄불과 카이로에 머무르면서 현지인들의 벨리댄스를 직접 보고 배웠다.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수업이 없을 땐 벨리댄스가 그려진 벽화 등 유명한 성을 둘러보며 벨리댄스에 대한 안목을 높이려고 노력했다.

↑↑ 2008년 터키 현지에서 벨리댄스를 배우고 있는 곽 씨
ⓒ 양산시민신문

터키와 이집트에서의 연수 과정은 곽 씨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터키쉬는 경쾌하고 활동적이며 움직임이 큰 편이며 유행에 민감하다. 90년대 말에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한 벨리댄스는 대부분 터키쉬였고 곽 씨 역시 처음부터 터키쉬로 배웠다. 반면 이집션은 움직임이 작고 하체 동작이 정교하고 유행에 덜 민감하다. 이집션과 터키쉬 중 어느 쪽을 더 추구하느냐는 질문에 곽 씨는 “이집션나 터키쉬 각각을 추구하기보다 터키쉬의 경쾌함에 이집션의 여성스러움을 접목한 ‘멜리케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멜리케 스타일’은 곽 씨 자신만의 스타일을 일컫는다. 곽 씨의 애칭이기도 한 멜리케(Melike)는 터키어로 ‘공주’라는 뜻이다. 다른 학원에서 벨리댄스를 가르칠 때 터키어를 전공하던 대학생이 곽 씨의 벨리댄스를 보고서는 붙여준 별명이다. 별명을 붙여줄 때만 하더라도 어색하고 쑥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경쾌하면서도 여성스러운 벨리댄스를 추구하는 곽씨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별명이다.


벨리댄스 무용단으로 새로운 도전


ⓒ 양산시민신문
곽 씨는 양산 지역의 공연 문화에도 큰 관심을 보이며 무용단으로 벨리댄스 공연을 열겠다는 당찬 포부도 밝혔다. 양산에서도 벨리댄스가 대중화되고 있지만 행사 공연 중 일부로 선보이는 데 그치거나 선정적이라는 편견이 많이 남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곽 씨는 춤만 있는 벨리댄스를 넘어 스토리텔링을 공연에 접목해 벨리댄스의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이에 맞춰 지난해 무용단 ‘아로하 프로벨리’를 창단했다. 지금은 초기 단계인 만큼 공연 경험도 없고 단원도 다섯 명이지만 앞으로 기수별로 단원을 모집해 공연단 규모를 점차 키워갈 계획이다. 공연단 역시 터키쉬나 이집션에 얽매이지 않고 운영해나갈 생각이다.

그래서 곽 씨는 지루해할 틈도, 한눈팔 틈도 없다. 매일 음악을 고르고 안무를 구상하는 등 하루 일정이 벨리댄스로 채워져 있다. 물론 음악을 듣고 춤을 추는 동안 모든 걸 다 잊고, 벨리댄스로 음악에 취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행복하다. 한편으로는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됐기 때문에 힘든 점도 있다. 취미로 배우는 수강생들이 허리 통증이나 생리통이 없어지는 등 건강이 좋아지고 있는 반면 곽 씨는 여기저기가 쑤시고 몸이 아플 때가 잦다. 그럼에도 벨리댄스를 그만둘 생각은 전혀 없어보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강수진 발레리나도 연습을 많이 해서 아침에 일어나면 안 쑤신 곳이 없는데, 그러다가 어느 날 아침 일어났는데 몸이 너무 개운하거나 아픈 곳이 없으면 ‘내가 어제 열심히 안 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대요. 그러면서 일어났을 때 몸이 아픈 게 좋다고 말하더라고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매일 아프다가도 아침에 일어나 개운하면 ‘어제 연습을 많이 안 했나’, 혹은 ‘내가 게을러졌나’ 불안하더라고요. 아픈 건 어쩔 수 없죠. 누구든 직업병은 다 갖고 있잖아요”

힘들진 않냐는 질문에 되려 웃어넘기며 여유까지 보이는 노력파 곽 씨. 멜리케 스타일이 녹아있는 벨리댄스 공연을 양산에서 곧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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