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양산시민신문 |
벨리댄스 질문에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는 곽민주(30, 물금읍) 씨. 올해로 벨리댄스를 시작한 지 9년째에 접어든 그는 2003년 우연히 취미로 벨리댄스를 접했다. 동료 단원들이 다른 일을 하면서 공연을 하거나 강사 활동을 했던 것과는 달리 그는 다른 것들을 포기한 채 오로지 벨리댄스에만 전념했다. 종주국인 터키와 이집트로 유학해 전문댄서에게 전통 벨리댄스를 배우기도 했다. 지금은 양산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동시에 공연단을 이끌며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여러 지역 축제서 경험 쌓아
![]() | ![]() | |
ⓒ 양산시민신문 |
이런 그에게도 첫무대는 쉽지 않았다. 첫무대가 방송이었던 터라 환호하는 관객들과 쉬지 않고 돌아가는 카메라 앞에서 머릿속이 하얘지고 말았던 것. 결국 곽 씨는 무대에서 멀뚱히 서 있다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내려왔고 공연단장이 대신 방송 PD에게 혼이 났었다고.
곽 씨는 “아무것도 못했기 때문에 아쉬움조차 남을 수 없었던 공연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멋모르고 했던 것 같다”며 그날을 회상했다. “예전에 활동했던 공연단 동료와 만날 때마다 ‘네가 그때 그렇게 했었는데 지금 이렇게 활동하고 있는 게 신기하고 희한하다’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며 웃었다.
벨리댄스 위해 일본ㆍ터키ㆍ이집트行
벨리댄스에 대한 곽 씨의 열정은 국내에서 머무르지 않았다. 국내보다 앞서 벨리댄스가 대중화된 일본의 벨리댄스 문화를 느껴보고 싶어 2007년 일본을 다녀왔다. 이후 곽 씨는 벨리댄스가 우리나라 춤이 아닌 만큼 연습을 통해 동작을 정확하게 하더라도 특유의 정서를 표현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 한국예술이 한국의 대표 정서 가운데 하나인 ‘한(恨)’을 통해 궁극에 이를 수 있는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벨리댄스 특유의 정서를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택한 곳이 벨리댄스 종주국인 터키와 이집트였다. 터키와 이집트에서 벨리댄스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라이브 카페 공연만큼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이다. 곽 씨는 두 달여간 이스탄불과 카이로에 머무르면서 현지인들의 벨리댄스를 직접 보고 배웠다.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수업이 없을 땐 벨리댄스가 그려진 벽화 등 유명한 성을 둘러보며 벨리댄스에 대한 안목을 높이려고 노력했다.
![]() |
↑↑ 2008년 터키 현지에서 벨리댄스를 배우고 있는 곽 씨 |
ⓒ 양산시민신문 |
터키와 이집트에서의 연수 과정은 곽 씨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터키쉬는 경쾌하고 활동적이며 움직임이 큰 편이며 유행에 민감하다. 90년대 말에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한 벨리댄스는 대부분 터키쉬였고 곽 씨 역시 처음부터 터키쉬로 배웠다. 반면 이집션은 움직임이 작고 하체 동작이 정교하고 유행에 덜 민감하다. 이집션과 터키쉬 중 어느 쪽을 더 추구하느냐는 질문에 곽 씨는 “이집션나 터키쉬 각각을 추구하기보다 터키쉬의 경쾌함에 이집션의 여성스러움을 접목한 ‘멜리케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멜리케 스타일’은 곽 씨 자신만의 스타일을 일컫는다. 곽 씨의 애칭이기도 한 멜리케(Melike)는 터키어로 ‘공주’라는 뜻이다. 다른 학원에서 벨리댄스를 가르칠 때 터키어를 전공하던 대학생이 곽 씨의 벨리댄스를 보고서는 붙여준 별명이다. 별명을 붙여줄 때만 하더라도 어색하고 쑥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경쾌하면서도 여성스러운 벨리댄스를 추구하는 곽씨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별명이다.
벨리댄스 무용단으로 새로운 도전
![]() | ![]() |
ⓒ 양산시민신문 |
그래서 곽 씨는 지루해할 틈도, 한눈팔 틈도 없다. 매일 음악을 고르고 안무를 구상하는 등 하루 일정이 벨리댄스로 채워져 있다. 물론 음악을 듣고 춤을 추는 동안 모든 걸 다 잊고, 벨리댄스로 음악에 취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행복하다. 한편으로는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됐기 때문에 힘든 점도 있다. 취미로 배우는 수강생들이 허리 통증이나 생리통이 없어지는 등 건강이 좋아지고 있는 반면 곽 씨는 여기저기가 쑤시고 몸이 아플 때가 잦다. 그럼에도 벨리댄스를 그만둘 생각은 전혀 없어보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강수진 발레리나도 연습을 많이 해서 아침에 일어나면 안 쑤신 곳이 없는데, 그러다가 어느 날 아침 일어났는데 몸이 너무 개운하거나 아픈 곳이 없으면 ‘내가 어제 열심히 안 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대요. 그러면서 일어났을 때 몸이 아픈 게 좋다고 말하더라고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매일 아프다가도 아침에 일어나 개운하면 ‘어제 연습을 많이 안 했나’, 혹은 ‘내가 게을러졌나’ 불안하더라고요. 아픈 건 어쩔 수 없죠. 누구든 직업병은 다 갖고 있잖아요”
힘들진 않냐는 질문에 되려 웃어넘기며 여유까지 보이는 노력파 곽 씨. 멜리케 스타일이 녹아있는 벨리댄스 공연을 양산에서 곧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