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번화가는 현재 옛터미널 지역이었어요. 터미널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돼 있고 유동인구도 많으니 그곳이 ‘잘 나가던’ 지역으로 꼽힐 수밖에 없죠”
양산의 중심이었던 구도심 지역 가운데 시민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대표적인 것이 구둣방이다. 번화가 한가운데 있었던 구둣방 ‘혁신제화’ 역시 잘 나갔다. 혁신제화는 터미널 광장에 2평 남짓한 공간으로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양산시민은 물론 터미널을 이용하는 이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톡톡히 가지고 있었다.
사장 김상돈 씨는 1991년도에 문 열 당시만 하더라도 하루에 구두 일곱 켤레밖에 닦지 못했지만 김 씨의 노력에 입소문까지 더해져 고객이 몰리기 시작했고 1년여 만에 하루 동안 찾는 이가 200여 명이 넘을 정도로 인정받았다. 직원을 두기 시작한 것도 그때였다.
↑↑ 왼쪽부터 직원 윤기동 씨, 김기동 씨, 사장 김상돈 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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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게뿐만 아니라 이 지역이 터미널 하나로 인해서 굉장히 살아 있었죠. 버스를 타는 학생을 비롯해 터미널을 오가는 사람들을 2천명으로 잡고 한 명당 하루에 만 원을 쓴다고 가정했을 때 이 일대에 하루에만 2천만원이 도는 셈이니 엄청났었죠”
하지만 2007년 여름 터미널이 신도시로 이전하면서 봄날도 지나갔다. 혁신제화는 옛터미널을 떠나 부랴부랴 근처로 이전했지만 손님은 예전만큼 찾아오지 않았다. 손님에게 이전은 6개월 전부터 공지했는데 정작 장소를 얘기하지 못한 데다 이전 두세 달 전부터 모았던 고객 연락처마저 터미널이라는 특성상 관리하기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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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터미널 건물은 문이 굳게 잠겨 있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터미널 광장은 일반인들이 주차장으로 쓰고 있다. 김 씨는 20년 넘게 옛터미널의 전성기를 가장 가까이서 봐왔기에 지금의 구터미널 모습이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수년째 방치돼 먼지와 쓰레기들이 쌓여가는 걸 보고 있으면 당연히 좋을 리 없죠.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고요”
그래서 김 씨는 지역 한가운데에 갑작스럽게 음지로 변해버린 공간을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계획 전까지 만이라도 시가 소유주와 협의해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 같아요. 낡은 건물을 철거하고 장날에 장꾼에게 공간을 마련해주거나 공용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방향도 생각해 보면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