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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딸기가 사라졌다고요?! 천만의 말씀. 보세요. 이게 원동딸기예요”
원동면 화제리에서 출하를 앞둔 딸기 포장작업 중이던 최동명(63) 씨가 손사래를 쳤다. 최 씨는 “가진 기술도, 개발한 종자도 그대로인 당도 높고 향 좋은 원동딸기가 여전히 재배되고 있어요. 70년대 중반부터 생산되던 대표 국산 품종인 원동딸기가 어디 그리 쉽게 사라질 수 있나요”라고 말하며 다시금 딸기 포장에 몰두했다.
4대강 사업
평생 일군 딸기밭을 잃다
일본 품종이 대세를 이루던 딸기 시장에서 대표 국산 품종으로 자리잡은 원동딸기. 낙동강변 사질양토에서 자라 당도가 15.7브릭스(Brix: 과일이나 와인의 당도 측정단위)로 높고 향이 좋아 인근 대도시는 물론 수도권에서도 큰 인기를 누려왔다.
원동딸기 생산지는 원동 용당리 일대다. 90만㎡ 부지에 100여 농가가 매년 2천800톤에 이르는 딸기를 생산해 단일 재배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그 명성은 지난해로 사라졌다. 재배단지가 통째로 4대강 사업부지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용당리에서 30년간 딸기농사만 지어왔던 최 씨는 “진짜 막막했죠. 대비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채 밀어붙이는 정부가 야속했죠. 이제 어디 가서 뭘 해먹고 살아야 하나 눈물만 났어요”라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농민들이 기댈 수 있는 건 충분한 보상뿐이었다. 보상은 세 갈래로 나눠 이뤄졌다. 먼저 용당리 밭에 있는 비닐하우스 등을 보상하는 지장물보상, 감정가대로 땅주인들에게 땅값을 쳐주는 토지보상, 농작물 피해를 보상하는 영농보상 등이다.
문제는 토지의 절반 이상이 소유자와 경작자가 서로 달라 보상금 쪼개기를 해야 했다. 결국 농지를 임대해 실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받을 수 있는 것은 영농보상에 불과했다. 영농보상은 재배 중인 농작물의 2년치 총수입을 보상한다는 것이지만 ㎡당 3천400원으로 낮게 책정된 보상가격 때문에 농민들의 한숨은 늘어만 갔다.
임대료 폭등
그래도 농사만 지을 수 있다면
하지만 농사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대체농지를 찾아 100여명의 농민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상당수 농가는 딸기 시배지인 밀양 삼랑진읍으로 이사했다. 한 농가는 배내골로, 또 어떤 농가는 원동면 중심지인 원리마을과 함포마을 등지에 자리 잡았다.
최 씨는 용당리와 같이 대단위 재배농지를 확보할 수 있는 곳을 찾다 12명의 농가와 함께 절대농지가 있는 원동면 화제리에 안착했다. 그리고 화제딸기작목반을 조직해 원동딸기의 명성을 이어가기로 했다.
최 씨는 “3.3㎡당 1천500~2천원하던 임대료가 3천500~4천원으로 급등해 당황스러웠어요. 4대강 사업으로 경작지를 잃은 많은 농민들이 대체농지를 찾아 헤맬 때였기 때문에 그나마 농지가 있는 것에 감사해야 했죠. 모두들 경작지를 축소할 수밖에 없었고 저 역시 기존보다 1/3로 축소해 임대했어요”라고 말했다.
4만2천900㎡에 100여동의 비닐하우스가 만들어졌다. 90만㎡가 넘었던 용당리와 비교했을 때 턱없이 작은 규모지만 이 땅에서 희망을 찾기로 했다.
흙도 물도 달라
고군분투 끝에 딸기 되찾다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한 농민들에게 또 다른 난관이 찾아왔다. 흙 때문이다.
용당리 일대는 사질토였지만 화제리는 점질토다. 사질토는 모래가 섞여 있는 흙이라 알갱이 사이에 공간이 있어 물이 잘 스며들고 또 잘 빠진다. 반면 진흙성분이 많은 점질토는 땅심은 좋지만 물이 잘 통하지 않아 밭갈이 작업이 녹록치 않다.
“1번만 하면 되는 밭갈이를 5번을 반복해서 겨우 일궜어요. 또 겨울동파로 얼음이 떨어져 비닐하우스가 찢어지면 물이 밖으로 빠지지 않고 그대로 스며들어 겨울철 관리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더라고요”라고 말하는 최 씨는 과도한 수분으로 혹시 당도가 떨어질까 전전긍긍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질과 일조량도 달라 수십년 베테랑 농민들이 아니었으면 첫 농사를 망칠 뻔했다. 하지만 농민들은 2~3배 이상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며 딸기농사에 매진했고, 지난해로 사라지는 줄만 알았던 원동딸기를 올해도 어김없이 생산해 냈다. 지난해 11월 19일 첫 출하를 시작으로 올해 4월 중순까지 싱싱한 원동딸기를 계속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시름 덜었다
원동딸기 이어 수박도 재배
하지만 매년 이렇게 살얼음판을 걷는 듯 농사를 지을 수는 없다. 수질개선이나 시설 지원이 되지 않는다면 맛에 대한 신뢰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이는 원동딸기라는 브랜드 네임을 잃게 되는 것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수질개선. 비닐하우스 살수 후 흘러내린 녹물이 하우스를 뒤덮어 일조량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비닐하우스 공기를 환기시키는 데 필요한 개폐기와 농지를 덮어 온도를 유지시켜주는 부직포 등 농업환경이 달라져 개선되어야 하는 시설에 대한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홍보 역시 중요하다. 원동딸기가 재배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찾지 않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 씨는 “딸기수확이 끝나고 나면 이제 후작으로 수박재배를 시작합니다. 원동딸기뿐 아니라 원동수박도 여전히 생산되고 있다고 어디 가서 소문 좀 내주세요”라며 변함없는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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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리모델링으로 딸기밭 되찾을 수 있다
원동면 84만여㎡ 성토 중… 내년 준공
대체농지를 찾지 못한 딸기농가들의 유일한 희망은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이다. 내년에는 원동면 일대 84만1천㎡ 규모의 농지에서 경작이 가능하다.
시와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원동면 명언, 용당, 원리, 외화, 화제지구 등 모두 5개 사업지에 대한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4대강 살리기 연계사업으로 시행하고 있는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은 낙동강 준설토를 활용해 농지를 하천보다 높여 침수를 예방하고 농사에 필요한 농로와 수로를 개설하는 사업이다. 단순히 준설토를 농지에 성토하는 것이 아니라 표토를 50cm 가량 미리 모아둔 후 준설토를 성토하고, 그 후 따로 모아 두었던 표토를 덮어 경지정리를 시행해 기존 농경지의 지력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명언지구 7만3천㎡, 용당지구 15만㎡, 원리지구 17만4천㎡, 외화지구 14만㎡, 화제지구 30만4천㎡ 등 모두 84만1천㎡ 규모의 농지에 흙을 성토할 계획이며, 현재 공정율 40%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준설토 반입을 오는 6월까지 마무리한 후 10월까지 토지정리 및 구조물 공사를 완료할 예정이며, 11월까지 환지 및 확정측량 후 12월까지 준공할 계획이다.
때문에 일부 딸기농가들은 올해 농사는 포기하고 내년부터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지구에서 농사를 재개할 예정이다. 기존 용당리 일대 4개 작목반 가운데 신곡작목반은 이를 위해 작목반을 해체하지 않은 채 사업 준공만을 기다리고 있다.
시 농업기술센터 역시 리모델링 사업 후 딸기농가 수가 증가하면 원동딸기에 대한 각종 지원시책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센터는 지난 2007년부터 친환경 고품질딸기 모주 증식사업을 비롯해 친환경농자재 지원, 원예작물 저온저장시설 설치 지원 등을 전개해 온 바 있다. 특히 미생물을 이용한 토양개량사업을 통해 딸기의 당도가 크게 향상돼 농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올해는 화제리 수질개선 사업과 친환경퇴비 지원사업을 우선 시행한 후 내년부터 본격적인 지원시책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라며 “현재 원동딸기가 다소 침체되었지만 고품질화를 통해 지역의 대표 브랜드로 다시금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작목반과 지속적인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