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북면에 위치한 조그마한 카페, 이글루 모양의 외관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켠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던 초암 안기영 씨가 반겨준다.
조용하고 느긋한 안 씨의 첫 인상과는 달리 그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한없이 자유롭고 열정적인 청춘을 보냈고 현재도 그렇게 멋진 예술가로 살아가고 있다.
안 씨의 본업은 가수였다. 7~80년대 민중가요 포크그룹 ‘노래마을’ 2기 출신으로 당시 노찾사와 함께 시대를 풍미했던 그는 9년 전, 우연히 들른 양산에 반해 현재까지 머물고 있다.
20대의 안 씨는 음악에 빠져 살았다. 민중가요 포크그룹 ‘노래마을’을 시작으로 환경단체 객원가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예술 감각이 남달랐던 그는 음악 외에도 그림과 시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렇게 안 씨의 청춘은 예술과 함께 했다.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승승장구 하던 그는 좀 더 넓은 곳에서 세상을 보고자 전국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양산에 발을 디뎠고, 그때부터 양산의 자연과 멋에 빠져 주저 없이 눌러앉게 됐다고 한다. 더구나 통도사는 안 씨가 마음수양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안식처였다.
안 씨는 양산에 머문 이후 그림에 더욱 매진했다.
안 씨의 만다라 그림(불교 등에서 우주 법계의 온갖 덕을 나타내는 둥근 그림)은 원조도 없고, 유파도 없고 누가 흉내 낼 수도 없다. 도구 사용법도 독특하다. 손이나 대형 붓을 이용해 자유와 개성을 그림에 담아낸다.
“모양은 각양각색이지만, 그 본모습은 하나라는 점이 나의 모습과 잘 닮아 있는 것 같아요”라며 만다라 그림에 대한 애정을 과시한다.
자유로운 예술을 맛보고 싶다면 이곳에
“음악이 흐르는 곳에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니 이보다 더한 낙원이 어디 있으리...”
안 씨의 ‘낙원’이라 일컫는 곳은 하북면 순지리에 위치한 갤러리라이브카페 봉쥬르다. 이곳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쉼터이며 안 씨에게는 작업실이다. 예술을 결코 어렵지도, 먼 곳에 있지도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안 씨는 일반인들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카페를 함께 운영한다.
ⓒ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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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곳곳의 인테리어를 통해 안 씨의 예술 세계를 느낄 수 있다. 그림은 물론 직접 깍은 촛대 등 장르를 넘다드는 다양한 예술작품이 전시돼 있다. 또 통기타와 장구, 징 등 악기도 다양하다.
때로는 전시회, 때로는 공연장이 되는 이곳은 일반인들에게도 언제나 열려있다. 차와 술도 즐길 수 있어 예술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소문난 명소가 되었다.
통기타 동아리, 국악 동아리 회원들의 모임장소가 되기도 하고 일반 손님을 대상으로 발표회도 이따금 펼쳐진다. 전시회도 누구나 열 수 있다. 대단한 작품이 아니어도 수십점의 대작이 아니어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내 작품이 있다면 일반인들에게도 기회는 언제나 열려있다.
“직업이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작품을 만들었다면 내가 바로 예술가 아니겠어요”며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 예술을 쉽게 즐길 수 있는 곳이 됐으면 해요”라고 마음을 전했다. 오는 5월에는 시와 음악, 그림이 함께하는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어디에 속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자유롭게 그리고 부르고 쓰는 것이 진정한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영원히 야인으로 살고 싶습니다” 안 씨는 그렇게 오늘도 자유로운 예술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