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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철 양산대학교 기업경영학과 교수 글로벌경영자아카데미 원장 | ||
ⓒ 양산시민신문 |
모차르트와 하이든의 가르침을 받기는 했지만 베토벤만의 음악을 구축했고 그의 깊은 음악세계를 다 알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고난의 일생을 극복하면서 수없이 스쳐가는 귀족을 비롯한 많은 예술인들과 인연들에서 불후의 명작이 태동한 것으로 이해하게 된다.
40대에는 60대의 괴테와도 만나 문학과의 접목이 이루어지기도 했고, 제자인 줄리에타에게 연민을 느껴 피아노 소나타 ‘월광’이 탄생하고, 나폴레옹을 찬양(후에 배신감을 느끼지만)하여 ‘영웅’을, 자신의 슬픔과 고통을 개척해가면서 ‘운명’을, 다시 평온을 찾아 냇가의 풀 위에 앉아 하늘을 보며 꿈꾸는 ‘전원’을, 시인 쉴러의 시에 곡을 붙인 아홉 번째의 교향곡 ‘합창’을 마감하고 병석에 누워 아직 젊은이에 불과한 슈베르트의 위로를 받으며 장엄한 생을 마치고 있다. “갈채를 보내주게, 희극은 끝났어”
180여년 전 어느 화사한 봄날에 그는 눈을 감았다. 그는 비록 혼자 살았지만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테레제(흔히 엘리제라고 알려져 왔다)가 있었고, 지금은 모든 사람의 영혼 속에 남아 있는 연인이라 할 수 있다. 우리네 소인배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천재들은 삶의 허무함을 잊기 위해 순간순간 미쳐야 했는지도 모른다.
베토벤의 작품들은 후대의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으며 또한 음악가이면서도 청각을 잃었지만 이를 극복한 정신력은 인간의 집념과 생활태도의 귀감으로서 우리들에게 감명을 주고 있는 한마디로 멋있는 사람이었다.
사실 훌륭한 사람의 모습을 보았을 때 우리는 은연 중 존경하게 된 나머지 참 멋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유명한 음악가가 화려한 무대에서 연주를 끝내고 구름같이 모인 청중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고 정중한 몸짓으로 답례할 때나, 혹은 어떤 사람이 자기 분위기에 맞게 뛰어난 유머로 좌중을 웃음의 도가니로 만들 때도 그 사람을 멋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따지고 보면 멋이란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우리 생활의 중요한 일부인 동시에 전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키츠는 ‘미(美)란 진실이고 진실은 또한 미(美)다’라고 말하고 있고 토마스는 멋의 근원이 되는 미를 성실함, 선, 순수함이 조화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무렇게나 들녘에 피어있는 야생화가 그렇게 우아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무슨 까닭일까? 달님 모양의 꽃술과 별 모양의 꽃잎이 훌륭한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멋을 구하려면 야생화 같은 진실과 선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어서 그 빛이 외부로 우러나와야만 한다.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느끼는 품위란 것은 멋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 비단장수가 찬란한 비단옷감으로 옷을 해 입었다 해도 그보다 마음이 진실되고 가난한 사람이 평범하고 소박한 옷을 입는 것보다 멋이 없고 오히려 추하고 저속한 인상만을 주게 될 것이다.
진실되게 수도생활을 하는 신부님이 사제복을 입고 있을 때 또는 마음이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수녀가 검소한 수녀복을 입고 있을 때 우리들은 경건하고 순결한 멋을 발견하게 된다. 속세를 초월한 구도자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좋다. 혼탁하지 않은 마음의 밭을 가는 사람은 순수한 옷을 입고 낡아 빠진 안경을 쓴다 해도 멋이 있고 우아해 보일 것이다.
옥에도 티가 있고 사랑에도 질투가 있듯이 춘광을 뽐내는 4월도 잔인한 달로 표현되기도 한다. 영국의 시인 T.S. 엘리어트가 현대문명의 고독과 소외로 황폐함을 풍자한 시, 황무지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외치는 사이, 만물은 기지개를 켜고 대지에 봄은 하품을 하며 어김없이 찾아와 온 산하에 꽃비를 내리게 한다. 겨우내 숨죽이며 버티어 오던 한 오라기 숨결이 엉키고 쌓인 에너지를 하루아침에 찬란한 색깔로 승화시켜 온통 온 누리에 새 생명의 심포니를 울려주고 있다.
역시 4월은 계절의 여왕이고 향기 실은 봄바람은 사랑과 희망과 환희를 가져다주는데, 미치도록 아름다운 이 봄날에 박목월 시인의 4월의 노래를 부르면서 참 멋을 찾아 오늘도 헤매어 본다.
‘목련꽃 그늘아래서/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배를 타노라/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빛나는 꿈의 계절아/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