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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미숙 미네로바음악학원 원장 | ||
ⓒ 양산시민신문 |
벌써 먼 추억의 일이지만 노란 개나리가 화사하게 피어있고 벚꽃이 꽃비를 뿌리던 봄날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피아노를 접할 수 없었던 시절에 방바닥에다 피아노 건반을 그려서 손가락 연습을 하던 나날이 있었다. 마침 교회 목사님 댁에는 피아노가 있어 건반을 두드리는 것을 당시 목사님의 아들이 보고는 나에게 피아노를 만졌다고 화를 내어 눈물도 흘렸었던 일도 있었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께서 피아노를 사주셨을 땐 너무 좋아 오줌을 찔끔거렸던 까마득한 날이 엊그제 같이 스쳐 지나간다.
요즈음 대부분의 학생들은 좋은 여건과 부모님들의 관심에 힘입어 너무도 당연히 학습할 기회를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좋은 여건에서 음악을 포함한 모든 학습들이 자칫 잘못하면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포기도 빨리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또한 물질문명이 발달해서인지 학생들이 원해서 하는 공부보다는 남들이 다니기에 다녀야 되고 주어진 하루를 내일을 위해 강압적인 일정에 맞춰야 한다는 현실이 아쉽다. 특히 부모님들의 자식사랑이 욕심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내 자식이 남보다 진도가 먼저 나가고 체르니 30번을 마쳐야 하는 의무성보다는 아이가 내고 싶은 순수한 감정을 자유스럽게 표현하게 하고 끈기를 가르쳐주는 기본이 앞서야 할 것이다. 물론 다른 교육도 마찬가지이지만 음악은 사람이 태어나면서 가장 먼저 듣게 되는 원초적인 소리이며 순수성이다. 하물며 이러한 위대한 교육을 책 몇 권을 마친다고 해서 음악을 다 알았다고는 못할 것이다.
아이들이 타고난 재능이 있으면 있는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부분을 노력과 끈기로 격려하며 아이들을 믿고 기다릴 수 있는 지혜로움과 여유가 교육열과 비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봄이 오기 전에는 추운 겨울의 혹독함을 견뎌야한다. 또한 어린나무는 때가 되어야 꽃도 피고 열매를 맺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눈 앞에 보이지 않는 다른 귀한 보물들을 놓치지 않는 안목도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처음 피아노 교습소를 할 때 기억에 남는 나이 많은 학생(?) 한 명이 있었는데 고등교육을 받은 칠순이나 되는 분이셨다. 아들이 병에 걸려 치료비 때문에 뒷바라지를 하다보니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어 자신이 배우고 싶었던 피아노 교습을 받아보지 못하고 세월이 그렇게 지나갔다고 한다. 그러나 너무도 자신이 배우고 싶어 했던 피아노 건반을 지금이라도 한번 배울 수 있겠느냐고 하면서 한 달 동안만이라도 받고자 해서 수업을 하였는데 당시 수업을 받을 때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진지했는지 모른다.
피아노 건반에서 나오는 청아한 소리가 자신의 감정에서 우러나오는 열정과 순수성에 감성을 담아 내 귀에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음악은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을 담아내는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닌가 싶다.
따라서 음악공부도 중요하지만 음악을 통한 아이의 순수성에 인성을 더하는 교육이 선행되어져야 한다. 때로는 아이들의 때 묻지 않은 웃음이 아름다운 음악의 소리가 아닌가 싶다. 따뜻한 봄날. 뉴스에 벌써 몇 번씩이나 소개된 유능한 학생들의 안타까운 소식들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우리들의 사랑스런 자녀가 음악을 통해 아름다운 심성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