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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현장]4.20 장애인의 날 기획
양산시 공공시설, 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

박미소 기자 althzzz@ysnews.co.kr 376호 입력 2011/04/19 09:39 수정 2011.04.19 09:25
양산시 공공시설 장애인 취재동행기




양산시립도서관, 국민체육센터, 주민편익시설, 웅상문화체육센터, 웅상도서관 등 최근 양산지역에 공공시설이 하나 둘 들어섰다. 현대화된 건물, 다양한 부대시설, 넓은 주차장 등 시설환경은 일반 시민들에게 합격점을 받기 충분했다. 하지만 이 시설들이 장애인들에게도 합격일까?
개관한 지 한 달된 시립도서관과 국민체육센터를 뇌병변장애 3급 배성균(58) 씨와 시각장애 2급 유동현(29) 씨와 함께 방문했다.

↑↑ 시립도서관을 처음 방문한 배성균 씨와 유동현 씨.
ⓒ 양산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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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씨와 윤 씨는 평소 독서와 운동을 즐긴다. 하지만 도서관이나 민간 체육시설을 이용한 적은 없다. 장애인 관련 협회 등에서 단체로 가지 않는 이상 혼자서 어떠한 시설을 방문하는 일은 아직 겁이 난다.

하지만 이번은 예외다. 민간시설이 아닌 시에서 만든 공공시설이기에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가 좀 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부푼 마음을 안고 길을 나섰다.

시내 중심에서 다소 벗어난 곳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터라 장애인협회에 차를 빌려 출발했다. 도착해 보니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직감했다. 버스정거장에서 시설 입구까지 거리도 상당했지만 가팔라 보이는 경사를 보니 한숨부터 터져 나왔다.


장애인 전용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시각장애를 가진 유 씨는 점자책을 이용하기 위해 1층에 있는 장애인열람실을 찾았다. 장애인열람실에 따로 마련돼 있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그 곳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닫힌 장애인열람실, 찾지 못하는 점자책
직원도 사용법 모르는 오디오북


한참을 서성이니 도서관 직원이 다가왔다. 직원은 “도서관 인력이 부족해 이용횟수가 거의 없는 장애인열람실에는 상주 인원이 없어 문을 닫아 놓는다”고 말하며 문을 열어 주었다. 잠시 실망스러웠던 마음을 추스르고 나열돼 있는 점자책을 하나하나 만지며 둘러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엇인가 이상했다. 제목이 없거나 제목이 끊겨 있는 점자책들이 느껴졌다. 일반인들이 볼 수 있도록 글씨가 인쇄된 종이가 제목 점자 위에 떡하니 붙여져 있었다. 점자책이 누구를 위한 책인지 기본적인 인식조차 부족한 것 같아 당황스러움을 넘어 마음이 아프기까지 했다.

또한 최근 국회와 양산시립도서관과의 협약을 통해 1천권을 기증받았지만 그 가운데 점자책은 단 한 권도 없었다는 직원의 설명에 유 씨는 “점자책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그나마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는다”면서도 “최근 베스트셀러를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지만 너무 큰 욕심을 부린 것 같다”며 애써 속상한 마음을 위로했다. 

유 씨는 점자책 찾기를 포기하고 ‘오디오 북’을 이용하기로 했다. 오디오북은 장애인이나 어린이들을 위해 책을 컴퓨터가 읽어주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사용방법을 몰라 한참을 쩔쩔매다 직원을 불렀지만 직원 역시 모른다는 답변뿐이다.

시각장애가 없는 배 씨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점자책이나 오디오북을 이용할 필요가 없어  장애인열람실이 아닌 3층 자료실로 향했다. 요즘 컴퓨터 공부 삼매경에 빠져있는 데다 한 달 뒤 파워포인트 시험까지 앞두고 있어 컴퓨터 관련 책을 찾기 시작했다. 자료실에 상주해 있는 직원 도움으로 원하는 책을 대출했다. 그리고 시험 공부를 하기 위해 4층 열람실로 향했다.


4층 열람실 사용하려면 계단으로
장애인열람실 책상은 휠체어 사용 불가


하지만 엘리베이터는 3층까지 운영하고 있어 4층은 계단을 이용해야 했다. 반대 방향에 엘리베이터가 한 대 더 설치돼 있지만 운행중지 상태였다. 휠체어를 타고 있는 배 씨는 도저히 4층 열람실과 쉼터를 이용할 방법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장애인열람실로 들어갔다. 책상에 책을 놓고 자세를 잡으려고 하니 이번에는 휠체어가 문제였다. 휠체어가 책상에 걸려 바른 자세가 도저히 나오지 않았다. 수동휠체어를 이용하고 있는 배 씨는 그나마 다행이다. 겨우겨우 책상 아래로 휠체어를 밀어 넣을 수는 있지만 전동휠체어는 어림도 없어 보였다.

배 씨는 “요즘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데 장애인열람실마저 책상 높이가 맞지 않는다면 장애인들은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장애인열람실이 이렇다면 일반열람실은 올라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라며 한숨지었다.

배 씨와 유 씨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국민체육센터로 향했다. 볼링을 유독 좋아하는 유 씨는 센터에 볼링장이 있다는 말에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배 씨 역시 수영장과 볼링장을 생전 처음 이용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뜬 발걸음을 재촉했다.


보호자 동행 없이는 시설 사용 못해
장애인화장실 남공용뿐 ‘충격’


하지만 센터 입구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출입구 앞 인도 턱이 높아 휠체어를 타고 지나가기가 힘들었다. “퉁탕!” 유 씨의 도움으로 휠체어를 떨어뜨리다시피 인도 턱을 지나고 나서야 겨우 센터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긴 시간 도서관을 관람한 배 씨와 유 씨는 우선 화장실부터 찾았다. 하지만 또 다시 큰 실망을 해야 했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남녀공용으로 하나밖에 개설돼 있지 않았다.

배 씨는 “요즘 장애인들 사이에서도 특히 민감한 부분이 화장실인데 공공시설에 남녀공용 화장실이 말이 되냐”며 “장애인은 성별도 없고 인권도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고 성토했다.

더욱이 화장실 복도 역시 좁고 모서리에 각이 져 있어 휠체어가 이동하기에 상당히 불편했다.

속상한 마음을 안고 2층으로 올라갔지만 위로는커녕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어야만 했다. 장애인들은 보호자 없이는 어떠한 체육시설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수영장과 헬스장 사용은 물론 장애인 전용 샤워시설 또한 마련돼 있지 않아 보호자의 동행이 필요하다. 민간시설이 아닌 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장애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는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터라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시설체험이 끝난 후 유 씨는 “장애인들도 다양한 문화를 누리고 싶지만 시설이 이렇다 보니 제대로 즐길 수 없는 현실”이라며 “장애인들을 배려해 설치해 놓은 도서관 장애인열람실은 차후 상주직원이 배치되고 점자책을 좀 더 확보한다면 장애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배 씨는 “최근 개관한 곳이기 때문에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기대하고 왔는데 여러 부분에서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부족이 보였다”며 “여전히 혼자서는 이 모든 시설들을 이용할 수 없을 것 같아 씁쓸한 마음마저 든다”고 말했다.

↑↑ 안내원의 도움으로 높은 위치의 책을 꺼낼 수 있었다,
ⓒ 양산시민신문

↑↑ 4층 열람실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3층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 양산시민신문

↑↑ 국민체육센터 헬스장을 찾은 유 씨는 본 취재진의 동행 하에 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다.
ⓒ 양산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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