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후줄근하게 걸려 있다
그는 너무 오래 쉬고 있다
비썩 마른 사내의 몸을 최대한 커버해준 것은 그였다
그러나 사내의 현실을 커버해줄 수는 없었다
사내는 죽음 같은 잠을 베고 잔다
그는 누워 있는 사내를 입어본다
사내의 몸이 낙엽처럼 바스락거린다
몸에 쌓아두었던 시간이 다 떨어져나간 것이다
사내의 몸이 허둥거린다
죽음보다 캄캄한 절망을
배불리 먹고
사내가 잠꼬대를 한다
잘 가라, 와이셔츠
손순미
(1997년 『부산일보』신춘문예 및 『현대시학』으로 등단)
-----------------------------
![]() | ![]() | |
↑↑ 김순아 시인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 ||
ⓒ 양산시민신문 |
한 인간의 개성이 ‘와이셔츠’로 대체되고 있는 우울한 사회. 어쩌면 실직을 했을지도 모를 사내가 내뱉는 <잘 가라>라는 말, 죽음과 절망의 그 암울한 단말마(斷末摩)가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