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소년 민석이, 피아니스트를 꿈꾸다
![]() |
ⓒ 양산시민신문 |
“민석이의 피아노 선율에는 말로 표현 못하는 감정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자폐아인 아들의 피아노 연주를 들을 때마다 어머니 김미선(39, 물금읍 범어리) 씨는 아들의 마음을 읽어낸다. 아홉살 배기 정민석(8, 범어초1) 학생은 자폐증 2급 장애아동이다.
평소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고, 생활 속의 작은 소리에 예민했던 민석이의 치료를 위해 시작한 피아노 수업은 민석이의 꿈도 함께 찾아주었다.
3년 전, 피아노를 시작한 민석이는 10분 이상 집중하지 못했다. 집 앞에서 피아노 레슨을 받으면서 10분 연습하고, 집에 가서 밥 먹고 다시 피아노학원에 가서 연습하기를 수업이 반복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나서야 도레미파솔라시도를 겨우 칠 수 있게 됐다. 일반 아동보다 눈에 띄게 느렸던 민석이의 배움 속도. 하지만 음감이 남다른 민석이는 음표를 이해하면서 피아노 실력이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집중력을 되찾으니 암기력도 남달랐다. 평소 어머니 김 씨는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있는 민석이를 위해 스트레스 해소 겸 나들이로 지하철을 자주 탄다. 지하철을 타고 부산을 나갈 때면 민석이는 지하철 4호선의 역명을 모두 외워 암기력에서 뛰어난 두각을 나타냈다. 또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한자를 보는 즉시 외우고 바로 쓰는 모습을 보여 가족들을 놀라게 했다.
그런 민석이의 특별함을 알기 때문에 배운 지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어머니 김 씨는 조용히 피아니스트의 꿈을 꾸게 됐다. 민석이 또한 피아노를 칠 때는 여느 아이들과 같은 모습으로 진지하게 임하며 음악을 즐기는 모습까지 보였다.
주변 자폐아동들이 피아노를 통해 자폐를 극복하는 사례를 많이 봐왔던 김 씨는 뒷받침을 해주는 어머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평소 집에서 클래식을 틀어주며 민석이가 생활 속에서도 쉽게 음악을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피아노 치는 게 좋냐고 물으니 큰소리로 “네 좋아요”라고 말하는 민석이. 피아노라는 단어만 들어도 눈을 번쩍이는 민석이의 모습에서 훗날 피아니스트의 그림이 그려진다.
국악예술단 ‘새싹 뫼울’ 기대주, 황세희
![]() |
ⓒ 양산시민신문 |
국악예술단 ‘새싹 뫼울’에 대단한 기대주가 등장했다. 황세희(10, 성산초2) 학생은 지적장애 3급이지만 뛰어난 리듬감을 통해 국악예술단 뫼울(대표 박복순)에서 독보적인 주연역할을 하고 있다.
비장애아동과 장애아동이 함께 풍물을 배우는 뫼울에는 어린 학생들로만 구성된 ‘새싹 뫼울단’이 있다. (사)양산시장애인부모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던 세희는 우연히 박 대표의 풍물 봉사를 접하게 됐고 장구와 북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새싹 뫼울단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세희는 메인 장구, 북 자리를 꿰차게 됐다.
다른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에 비해 유달리 음감, 박자가 정확해 배우는 속도가 빨랐던 세희는 처음 접하는 가락도 한 번 듣고 바로 따라 칠 정도의 실력파다.
지난 9일 제2회 정기공연을 가졌던 뫼울은 200여명의 관객들이 모인 가운데 공연을 개최했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역동적인 무대 가운데 단연 돋보였던 것은 메인 장구파트를 맡은 세희. 정기공연뿐 아니라 뫼울 봉사공연을 다니며 적지 않은 공연 경험으로 이제는 무대를 즐기기까지 한다고.
세희 어머니 양경진(33, 범어리) 씨는 “늘 조용한 세희가 연습과 공연을 할 때면 열정적으로 변해 깜짝 놀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라며 “또 뇌신경과 손근육 등이 발달해 치료효과도 있어 세희가 풍물을 접할 수 있게 해 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세희는 학교에서도 장구 치는 소녀로 유명하다. 음악시간에 열린 풍물수업은 세희의 실력발휘를 할 수 있는 절호의 시간이었다. 세희가 풍물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선생님이 직접 학생들 앞에서 세희를 내세워 수업을 했고 이후 또래 친구들에게 ‘장구 잘 치는 친구’로 각인이 됐다.
아직 풍물을 전공으로 정한 것은 아니지만 세희의 인생에 큰 도움을 준 풍물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밀어줄 것이라는 어머니 임 씨. 오늘도 세희는 친구들을 위해서, 가족들을 위해서 열심히 장구를 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