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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시 한줄의 노트]그믐
오피니언

[시 한줄의 노트]그믐

양산시민신문 기자 378호 입력 2011/05/03 10:13 수정 2011.05.03 10:10




그가 캄캄해져 돌아온다.


그의 몸에서 나는 어둠 냄새


오늘도 세상이 그렇게 어두웠어. 그래, 앞이 안 보였어


서로의 몸을 열고 들어가
서로를 밝히려 푸른 촛불로 타오른다.
그믐이 달밤보다 더 환해져 온다.





김왕노
(199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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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아 시인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 양산시민신문 
자연은 현상을 드러냅니다만, 인간은 그 자연을 통해 삶의 이치를 깨닫습니다. 그믐은 그 달의 마지막 날, 가장 어두운 밤입니다.
이 시의 대상인 ‘그’는 그런 어두운 상황에서 등장합니다. 그러나 <서로의 몸을 열고 들어>감으로써 어두운 상황을 벗어납니다. 사람과 사람이 융화되면서 빚어내는 <푸른 촛불>만이 어두운 세상, <어둠 냄새>를 몰아낼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3연의 <그>가 고백하는 <오늘도 세상이 그렇게 어두웠어. 그래, 앞이 안 보였어> 두려움에서 읽히듯, 인간은 누구나 홀로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찾고, 만나고, 손을 맞잡고 싶어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겠지요. 문학적 테두리 속에서 에로틱한 상상도 가능한 이 시에서, 삶을 관통하는 그 어떤 감(感)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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