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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르가온 시내의 대형 쇼핑몰 암비앙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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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운용 한국외대 인도어과 한국외대 지역대학원 정치학 석사 인도 첸나이무역관 관장 한국인도학회 부회장(현) 영산대 인도연구소장(현) 영산대 인도비즈니스학과장(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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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1천7백만명에 육박하는 수도 델리는 길이 좁고 복잡하며 인구 밀도도 높은 올드 델리와 계획도시로 지어진 뉴델리로 나누기도 하는데 실제로 경계선이 명확한 것은 아니다. 뉴델리는 널찍한 단독주택단지가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다. 그러나 이곳도 이면 도로로 들어가면 빈민가가 늘어서있다.
델리와 같은 대도시 중산층의 주된 여가 생활은 영화와 크리켓을 즐기는 것인데 1991년 걸프전 때 CNN방송이 일부 부유층을 대상으로 케이블 TV로 방송되면서부터 서구문화가 젊은 층에 퍼지기 시작했다. 젊은 여자들의 사리와 펀자비(원피스 모양)가 청바지로 바뀌고 집에 전화도 없던 사람들이 핸드폰을 들고 다니며 ‘난’과 ‘탄두리 치킨’을 먹던 사람들이 햄버거와 KFC를 즐겨 찾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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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전통음식 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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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두리치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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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먹으면서 영화 관람
영화를 좋아하는 인도인들은 주말이면 영화관 앞에 줄을 선다. 전에는 수백명이 들어가는 대형극장에 의자도 삐걱대고 기분 나쁜 냄새가 나는 곳인데도 항상 만원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우리나라처럼 깨끗하고 시설이 좋은 소형 극장들이 많이 들어서고 있다. 델리에는 현대식 씨네마 컴플렉스가 주로 뉴델리 쪽을 중심으로 들어서 있는데 그 내부는 우리와 비교해서 부대시설이 더 많이 들어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인력들을 고용하여 매우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다. 물론 드나드는 사람들은 뉴델리에 거주하는 상류층들 부부, 대학생들이 주류를 이루고 가격도 우리나라와 다를 바 없다. 영화관 매표소도 전산화가 되어 있어서 미리 예약도 가능하며 의자 등은 반 이상 뒤로 젖혀서 안락하게 영화를 볼 수 있다.
뉴델리에서 공항방면의 남쪽으로 가면 구르가온이라는 일종의 신도시가 있다. 이곳에는 대형 쇼핑몰들이 줄을 지어있다. 이곳의 변화가 과거 인도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놀라는 부분이다. 예전에는 우리나라의 소형 슈퍼마켓 만한 것도 인도의 수도 델리에서 구경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쇼핑몰 하나의 규모는 우리나라 우리나라의 쇼핑몰의 몇 배 크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웬만한 고급 브랜드들은 다 들어와 있고 모든 가게들이 도어맨을 두고 있기 때문에 상류층들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마치 자신이 상류층 귀족이 되어 쇼핑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쇼핑몰들은 복합 몰의 성격을 띠고 있어서 아래층들은 의류와 스포츠 용품 등을 전시하고 그 위층은 마트가 들어서서 우리나라 삼분 카레처럼 포장되어서 나오는 달과 짜빠티 등까지 팔고 있다. 계산대는 우리나라 이마트와 거의 같은 형태로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위층은 중국식당, 인도식당, 태국식당 등의 음식점들이 들어와 있어서 쇼핑과 함께 가족모임이나 식사까지 할 수 있다. 식당 앞으로는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오락기 등이 설치되어 또 하나의 영업장을 만들고 있다. 가격은 주로 인도의 상류층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비싸다.
지하 주차장이 잘되어 있어서 주말이면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자가용을 이용하여 쇼핑몰을 찾아오고 있는 모습이다. 주목할 점은 대형 쇼핑몰을 찾는 운전자 중에 상당수가 여성운전자라는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못한 변화이다. 요즘은 대학생들도 상당수가 핸드폰을 가지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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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르가온에 있는 대형풀장 |
ⓒ 양산시민신문 |
피자와 ATM(현금자동인출기) 인기
도미노 피자와 맥도널드는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에는 어김없이 들어서 있고 반경 5km 정도까지는 배달서비스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생들이 시험기간에 가장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식사 품목이기도 하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배달 시간이 30분을 넘길 경우에는 피자 값을 받지 않는 도미노의 판매 전략이 여기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점이다. 식당에서 주문하면 30분, 한 시간은 보통으로 기다리던 과거의 인도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놀랄만한 뉴스다.
또 하나는 ATM의 이용이다. 씨티은행, HSBC, 스테이트 뱅크 오브 인디아, 까나라 뱅크, 뻔잡 뱅크 등에서 ATM기를 설치해서 현금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데 저녁시간이 되서 집 앞에 채소라도 사러나가면 ATM 앞에 줄을 지어 있는 인도사람들을 보게 된다. 의심이 많은 인도인들이 ATM 기계를 믿게 된 것이다.
최근의 또 다른 변화는 월급의 급상승이다. 인도의 MIT라고 하는 IIT 졸업생들의 초봉이 ‘50만 루피~80만 루피’(1천500만~2천400만원)에 달한다. 국민소득 수준이 우리나라의 20분의 1에 불과한 인도에서는 전에는 상상도 못한 거액이다.
특수한 경우인 IIT 학생들로 일반화 시킬 수 없지만 이런 추세라면 향후 인도를 저임금 구조로 접근하는 기업은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 현대 자동차 인디아의 근로자들 중에는 ‘OT(Over time)’ 을 회피하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이제 인도 회사들의 조립라인에서 로보트의 등장이 멀지 않을 것이다. IIT졸업생들처럼 높은 급여를 받는 인도 직장 초년생들의 꿈은 현대의 상트로 승용차를 구입하는 것이다. 2~3년전 만해도 오토바이를 꿈꾸던 그들이다.
변화 속에 전통을 유지하는 인도의 힘↑↑ 싸이클릭셔 운전자 ⓒ 양산시민신문
급속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인도, 특히 수도 델리는 급속히 서구화의 물결에 휩싸이고 있다. 그렇다고 하여 인도가 인도다움을 모두 벗어던지지는 않는다.
올드 델리에 가면 사람이 끄는 싸이클 릭셔가 있어서 이를 타고 중세 영화에 나오는 모습처럼 찬드니 쵸크(무갈제국시대 부터의 인도 최대의 재래식 시장)일대를 유유히 구경 다닐 수 있고, 랄낄라(Red Fort)라고 하는 붉은 돌로 지어진 무갈제국의 궁전들을 다니다 보면 시간이 정지된 평온한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되돌아간 느낌을 받게 된다.
이제는 대도시 한복판에서는 밀려났지만 아직도 도시 주변부와 올드 델리, 그리고 재래시장 등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면서 쓰레기통을 뒤지는 소들은 사람과 인간이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모기나 파리도 우리처럼 손바닥을 쳐 잡지 않고 슬쩍 손사래를 저어 쫓기만 하는 인도인들의 살생을 꺼리는 마음은 각박한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소, 숭배하면서도 뚜레 꿰 농사일↑↑ 코뚜레를 하고 수레를 끄는 소 ⓒ 양산시민신문
시내 이곳저곳에 있는 힌두 사원들에는 경의를 표하기 위하여 신발을 벗고 맨발로 들어가야 한다. 신들의 모습도 매우 재미있다. 얼굴은 코끼리 모습을 한 가네시 신은 부와 지혜를 상징한다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를 숭배한다. 피리 부는 미남형의 귀공자 모습을 한 크리슈나 신은 도처에서 볼 수 있고 춤추는 댄싱 퀸 모습의 팔이 여러 개 달린 신등 인도의 신은 매우 다양하다. 인간과 신이 경계를 두지 않고 함께 생활을 한다고 하는 인도인들의 신관은 힌두라는 종교를 생활의 일부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소를 숭배한다고 하여 소고기를 먹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소에 코뚜레를 꿰어 때리면서 밭을 갈고 우차를 끌게 하는 인도인들의 틀에 얽매이지 않은 사고의 다양함을 보면서 또한 우리와 다름을 느낀다. 고기를 먹지 않는 그들의 생활습관으로 인해 인도인하면 상당수가 채식주의자로 알려져 있는데 채식주의자가 해외에 출장가서는 소고기를 먹기도 하니 인간은 누구나 비슷하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수천년 이어오는 힌두교 축제↑↑ 다왈리축제에 사용되는 폭죽들 ⓒ 양산시민신문
또한 인도를 인도답게 하는 것으로는 디왈리 축제를 들 수 있다. 매년 11월 중순경이면 디왈리 축제가 벌어지는데 집집마다 현관 들어가는 입구 좌우에 등잔불을 밝혀놓는다. 그리고 폭죽을 터뜨리며 밤새도록 즐긴다. 화약연기가 온 도시를 뒤덮고 전쟁터와 같은 시끄러운 폭약 터지는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다. 이는 힌두교도들이 숭배하는 라마신이 스리랑카에서 악마를 물리치고 돌아오는 날을 기리는 것이다. 몇 천 년의 전통을 지금도 꾸준히 이어오는 인도인의 자랑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