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젓한 새벽기운 머금은 초저녁
푸른 빛 물든 강변따라
늦은 조퇴하던 날
어디서 많이 보던 늙은 바람이 다가와
여름밤 냄새를 건네주었다
예닐곱 살의 내가 쫓던 맵싸한 소독차와
지루했던 18년 묵은 장마의 비릿한 여운으로
나를 감싸주고는
너도 많이 컸다고 말을 건넸다
다리 위에 질주한 검푸른 저녁 품에서
늙은 강바람과 늦은 조퇴하는 길
나는 바람따라 여름밤 냄새따라
어릴적으로 돌아가려는데
나의 10대는 저물고 있었다
바람을 따라 나도 늙어있었다
이제 다시 머리위로는
예닐곱 살의 내가 저녁먹으러 집에 갈 때의
보랏빛 유경
아름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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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영 (양산제일고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