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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의사와 인술(仁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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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살롱]의사와 인술(仁術)

양산시민신문 기자 381호 입력 2011/05/24 10:22 수정 2011.05.24 10:14



 
↑↑ 성호준
영산대학교 동양문화연구원장
ⓒ 양산시민신문 
우리 지역에 위치한 부산대 양산캠퍼스는 2008년 11월 양산부산대학교병원 개원을 시작으로 어린이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이 차례대로 문을 열어 국내 최초 복합의료단지로서의 면모를 서서히 갖춰 가고 있다.

서양 의학과 치의학은 물론 우리나라 전통의학인 한의학에 관련된 교육과 연구기관 그리고 의료시설 등이 한 자리에 위치하고 있어 연구와 진료, 교육의 효율성은 배가될 것이다.

시민의 입장에서도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지역에서 제공받을 수 있음은 바람직한 일이다. 더욱이 노령 인구가 급증하는 우리사회에서 ‘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나날이 증대되어 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울지마 톤즈’의 이태석 신부와 같은 의사도 많지만 일부는 의학을 기술을 통한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이해하여 의사의 도덕적 책임과 ‘의학은 인술(仁術: 사랑을 펼치는 기술)’이라는 의학의 본 뜻을 외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병원 곳곳에 인술(仁術)이라는 글귀를 새겨놓고는 있는데 그 참 뜻을 알고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세태는 비단 오늘날의 문제만은 아닌 듯하다.

조선시대의 세조(世祖) 임금은 의사를 자질에 따라 심의(心醫), 식의(食醫), 약의(藥醫), 혼의(昏醫), 광의(狂醫), 망의(妄醫), 사의(詐醫), 살의(殺醫)의 여덟 가지로 나누었다.

심의(心醫)는 사람의 마음을 늘 편안하게 하는 자이다. 앓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을 쓰지 않게 하기 위하여 위태로운 때에는 크게 해될 것이 없는 이상 그의 소원을 억지로라도 들어주어야 한다. 그것은 마음이 편안하면 기운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식의(食醫)는 입에 맞는 음식을 먹이는 자이다. 입이 달면 기운이 편안해지고 입이 쓰면 몸도 괴롭게 된다.
약의(藥醫)란 오직 약방문에만 근거하고 처방대로 약을 쓰며 병자가 위기에 처했더라도 약을 끊지 않고 먹이는 자이다.

혼의(昏醫)란 어떤 일을 보고 무슨 일인지 모르고, 무슨 말을 듣고 말뜻을 모르며, 하는 일없이 우두커니 앉아 졸기만 하는 자이다.

광의(狂醫)란 침을 무리하게 시술하거나 과다한 약 처방으로 환자를 극단으로 몰고 가는 자이다.

망의(妄醫)는 목숨을 건질 약(藥)이 없거나 혹은 병자와 같이 의논하지 않아야 마땅한데도 가서 망령되이 떠벌이는 자이다.

사의(詐醫)는 의술(醫術)을 잘못 행하고, 사실 온전히 의술을 알지 못하는 자이다.

살의(殺醫)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를 옳다고 여기고 다른 사람을 그르다고 여기어 능멸하고 거만하게 구는 무리이다.

최하(最下)의 쓸모없는 사람이니, 마땅히 자기 한 몸은 죽을지언정 다른 사람은 죽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세조가 말한 여덟 가지 의사의 유형 중 심의를 제외한 일곱 유형의 의사들은 전문지식이 없거나 자신의 아집에 갇혀 환자를 죽이거나 과잉진료를 통하여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이들로 묘사되어 있는데, 오늘날 일부 의사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심의는 병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환자가 스스로 병을 이길 수 있도록 하는 의사이며 참된 의술을 실천하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의사의 덕목으로 삼은 인과 인술의 의미를 다시 보자. 공자에 의하면 세상은 인(仁)의 혈맥으로 이어지는 공동체라 하였다. 공동체란 한 몸이라는 뜻이다. 즉 인은 도덕의 근원이면서 인간 생명과 사회 국가 및 자연과 더불어 할 수 있는 기초가 된다.

한의학에서 손발이 마비되는 것을 불인(不仁)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간 신체의 한 부위가 마비가 되면 온 몸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처럼 사랑 즉 인(仁)은 인간사회 소통의 키워드인 셈이다. 또한 ‘인술(仁術)’이라는 말에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바르게 하고 상대를 바르게 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의 뜻이 담겨져 있다.

한편으로 인술은 의사에게만 해당하는 도덕적 책무만은 아니다.

환자도 참된 의사를 신뢰하고 성심성의를 다해 자신의 몸을 치유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는 것도 인술이다. 더 나아가 인술은 환자와 의사의 관계에서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세상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에게 인술이라는 사랑을 펼치는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는 아픔과 기쁨, 슬픔을 함께하는 한 몸 즉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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