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라고 하기에는 거창하다. 289m의 우리 동네 뒷동산은 오래된 산성이 남아있다는 것 외에는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이 아니지만 산중암자와 체육시설, 산정의 팔각정에서 보는 풍광 등으로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제대로 그 모습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북부산성은 신기산성과 마찬가지로 왜구를 방비하는 목적으로 축조된 성이다. 성터를 지나 꼭대기 팔각정까지 이르는 길은 특별히 두드러진 점은 없다. 그저 뒷동산에서 만나는 소나무 길이고 낙엽이 발목을 간질이는 그런 등산로가 대부분이다.
굳이 거론하자면 호젓해서 좋다는 점, 또 등산로가 비교적 평이하다는 점은 내세울 만하다. 가족과 함께 조곤조곤 걷고 싶거나 체력 증진을 겸해 은근히 달리고 싶은 경우, 그리고 시간이 없어 먼 곳을 찾기 어려운 산객들이 찾을 만하다.
대체로 무난하지만 능선이며 산정의 팔각정까지는 약 30분이 소요된다. 하지만 팔각정에 잠시 짐을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보면 “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남쪽 멀리 금정산 자락에서부터 광활한 신도시의 아파트 숲을 지나 길게 뻗은 양산천의 북쪽에는 통도사가 자리한 영축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는 천성산에서 이어진 무수한 봉우리들과 명곡동 골짜기가 장관을 이룬다. 이렇듯 한 곳에서 양산의 전방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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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한 산중암자
산행 들머리는 계원사이다. 계원사로 가기 위해서는 중부동 천일식당 건너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통로를 지나야 한다. 천일고속 정류장 가는 길이기도 하다. 지하통로를 이용해 고속도로를 건너면 계원사로 가는 오르막길이 나온다.
↑↑ 계원사 전경 ⓒ 양산시민신문
계원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대한불교 조계종 제15교구 본사인 통도사(通度寺)의 말사로 사찰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문헌 기록은 전하지 않는다. 다만 사찰의 유래와 관련하여 옛날부터 흥미 있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계원사에서 양산시가지를 향해 서서 왼쪽을 바라다보면 가까운 능선 끝에 바위가 보인다.
계원암은 자그마한 산중암자일 뿐 아니라 전해지는 문화재나 기록조차 전무해 볼거리를 찾을 수는 없다. 그러나 사명의 유래가 되고 마을 사람들의 신앙적 의지처가 되고 있는 천계암과 천계정이 남아 있으니 이곳에 앉아 전해오는 전설 몇 토막을 곁들인다면 계원암을 참배하는 좋은 길잡이가 될 듯하다.
특히 주전각인 대웅전 공포가 모두 닭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면 더더욱 그 의미가 깊어진다. 또한 천계암이라는 바위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양산 시가지는 확 트인 시야를 제공해 모처럼 찾는 산사에서의 휴식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등산로 주변엔 대밭이
계원사를 끼고 오른쪽으로 난 산길을 따라 오르면 산성으로 갈 수 있다. 등산로 주변에 군데군데 커다랗게 파여 있는 곳이 있는데 2~30년 전 도굴꾼들이 도굴한 흔적으로 당시 토기가 꽤 많이 나왔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산성과 관련한 유물들이 출토되고 있어 주거용 구획정리사업을 추진하다가 문화재 발굴을 위해 중단되곤 했다.
산성 주변은 원래 빽빽한 대밭이었다고 한다. 시가 관리를 시작하고 나서 중앙동 숲가꾸기단이 3년에 걸쳐 대나무를 베어내고 길을 조성한 것. 15분쯤 올라가면 생활체육공원이 보인다. 꽤 넓게 조성돼있고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 생활체육공원 ⓒ 양산시민신문
10분 더 올라가면 정상과 만난다. 정상은 해발 289m 동산의 꼭대기 부근에 만들어진 돌로 쌓은 산성이다. 지금은 성곽과 성벽 모두 파괴되고 허물어진 상태로 남아있지만 성이 만들어진 당시 성의 규모와 구조를 아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는 곳이다. 성의 북동쪽에는 이 산성과 비슷한 신기산성이 있어 쌍성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언제 성이 축조됐는지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으나, 신라 때 낙동강을 따라 수도 경주로 침입하려는 일본인을 막기 위해서 처음 쌓은 것으로 여겨진다.
산성의 흔적과 함께 철쭉 군락지가 넓게 조성돼 있는 정상은 단순한 동네 뒷동산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예쁘다. 앞으로 3~4년 후 철쭉이 자란다면 천성산 못잖은 군락지를 조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양산 시가지를 발밑에 두고 멀리 낙동강까지 한눈에 바라보자. 시원한 바람과 함께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정상에서 동쪽 방향으로는 길이가 10m 남짓되는 대나무 터널이 보인다. 불어오는 바람에 잔잔한 소리를 내는 대나무 터널은 철쭉과 함께 정상에 오른 즐거움이기도 하다.
명곡ㆍ다방 마을로 이어져
여느 산처럼 북부산 정상도 다른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연결돼 있다. 올라왔던 길로 내려가는 것이 재미없다면 다른 길로 내려가는 것도 추천한다. 앞서 말한 대나무 터널에 이어진 길을 따라 내려가면 양산대학과 명곡마을을 만날 수 있다. 또 남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면 다방마을로도 갈 수 있다.↑↑ 정상의 팔각정 ⓒ 양산시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