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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아름다운 이들의 아름다운 결혼식..
사람

아름다운 이들의 아름다운 결혼식

박미소 기자 althzzz@ysnews.co.kr 입력 2011/05/24 11:25 수정 2011.05.24 11:26
뇌성마비ㆍ뇌병변 장애인 8년 연애 끝 결혼

장애인의 사랑 그린 ‘내사랑 제제’의 주인공




8년의 긴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한 쌍의 연인이 있다. 띠동갑의 나이 차이가 나고 부산과 양산에 떨어져 살아 한 달에 한 번 만나며 연애를 한 이들. 평범한 연애사 같지만, 남자가 사귄지 4년 만에 처음으로 여자를 집까지 데려다 주는 한나절이 어느 영화보다 감동적인 다큐멘터리가 됐다.
장애를 가진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선보여 감동을 주었던 영화 ‘내사랑 제제(제제에게 가는 길)’의 주인공 강우영(43) 씨와 노재년(31) 씨가 마침내 웨딩마치를 울렸다.


ⓒ 양산시민신문
양산과 부산을 오가며
힘겨웠던 8년 연애 과정


결혼식의 주인공은 장애인복지시설 무궁애학원에 원생으로 있는 노재년 씨와 8년 동안 변함없는 사랑으로 그녀를 지켜 준 강우영 씨다.

우영 씨는 휠체어 없이는 움직이지 못하는 뇌성마비 장애인이지만 무엇이든 도전하기 좋아하는 믿음직한 사나이다. 재년 씨 역시 몸을 가누기 어려운 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지만 남자친구에게 곧잘 주먹을 날리는 당찬 아가씨다.

이들은 2003년 9월, 전라도에 있는 장애인 직업 전문학교에 입학하면서 처음 만나게 됐다. 12살 나이 차이 때문에 ‘노인네’와 ‘꼬맹이’ 사이로 지냈던 둘은 공부를 함께하며 서로 호감을 갖게 됐고 결국 진심이 통해 사귀게 됐다.

무궁애학원에서 생활하는 재년 씨의 바쁜 일과 때문에 이들의 데이트는 한 달에 한 번이 고작. 우영 씨는 재년 씨가 일하고 있는 무궁애 학원과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인 부산 덕천동에 살고 있다. 하지만 작은 턱 하나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이동할 수 없는 우영 씨에게 버스를 타고 재년 씨에게 가는 길은 너무나도 힘든 여정이다.

 
ⓒ 양산시민신문 
‘제제에게 가는 길’ 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는 두 사람의 힘든 데이트와 프로포즈 하기까지의 과정이 담겨있다. 이동이 불편한 우영 씨를 위해 재년 씨가 매번 부산을 찾아 데이트 했다. 짧은 만남이 끝난 후 재년 씨를 혼자 차에 태워 보내는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드러난 영화는 당시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장애인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바지 주머니 속에 곱게 넣어,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꺼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다. 온종일 볼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결혼을 하고 싶었던 우영 씨는 커플 티와 장미꽃을 준비하고 어렵게 재년 씨를 찾아가 깜짝 프로포즈를 했다. 이후 지난 21일 드디어 부부가 되었다.


둘이 하나가 된 날
무궁애학원서 결혼식 열어

ⓒ 양산시민신문


“부족하지만 잘 살겠습니다”

많은 하객이 축하하러 모인 무궁애학원. 식 전 연신 웃음꽃이 핀 우영 씨와 달리 재년 씨는 여느 결혼식 전 새 신부처럼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누군가의 아내가 된다는 것은 여자에게 큰 변화이다. 재년 씨도 큰 변화에 많은 생각이 교차하는 듯 신부를 보기위해 찾은 하객들의 칭찬에 웃음을 짓다가도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혼 후 오랜 시간 몸을 담고 있었던 무궁애학원을 떠나야 하는 재년 씨. 함께 동고동락했던 원생들과의 이별이 섭섭해서였을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몸이 불편한 두 사람이기에 식은 간소하게 진행됐다. 긴장했던 식이 끝나고 한결 밝아진 부부는 하나가 되었다는 기쁨에 마주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우영 씨 부부는 처음 만났던 장애인 직업 전문학교로 신혼여행을 떠나 첫 만남을 추억하며 사랑을 그리고 올 예정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사랑은 어떨까?”라는 의문을 풀어준 이들 부부. 남편 우영 씨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사람과 늘 함께 하고 싶고, 아껴주고 싶은 사랑을 느끼고, 결혼이라는 결실을 맺음에 감사하는 마음은 똑같다”며 “많은 장애인분들이 우리를 보고 용기와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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