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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시 한줄의 노트]꽃기름주유소..
사회

[시 한줄의 노트]꽃기름주유소

양산시민신문 기자 382호 입력 2011/05/31 10:11 수정 2011.05.31 10:11



얼었다 녹은 봄날 산벼랑
백설기처럼 푸슬거리는
산 옆구리를 쥐고 달린다
포장을 마다하고
일부러 견고하지 않은 길은
덜컹이며 바람을 타다
오르막에서 멈춘다
계기판에 불이 들어온 지 한참,
고갯마루 작은 주유소엔
대형 탱크로리에서 꽃무더기를
옮겨 담고 있다
고객님 얼마나 넣어드릴까요?
나는
L당 가격표를 보는 대신 꽃향기를 맡아본다
들꽃유로 가득이요
서둘러 주유기를 꽂고 뒤차로 간다
내 뒤 봉고는 콩기름을 주문한다
주유원이 탁탁 엉덩이를 치면
꽃향기를 내뿜으며 부릉거린다
카드전표로 가져온 꽝꽝나뭇가지에
손도장 꾹 눌러주고
출발!
손님, 내리막길은 무동력이구요,
봄은 비과세입니다.






고경숙 시인

1961년 서울 출생. 2001년 계간 '시현실'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제4회 하나, 네띠앙 인터넷 문학상 대상. 제2회 수주문학상 우수상. 한국문인협회. 부천 여성 문학회 회원. 난시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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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아 시인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 양산시민신문 
신자유주의시대가 도래하면서 정유사도 자유 경쟁을 하는 요즘, 운전자들은 가격과 서비스 좋은 곳을 찾아 기름을 넣습니다. 그러나 인간에게 자연이 주는 깨끗한 공기만큼 더 유익한 기름이 있을까요?
저 들과 산의 꽃과 나무가 저마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우리에게 상쾌함을 건네주듯, 이 시 또한 에너지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전달해 주는군요. 한마디로, 에너지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생활은 윤택해지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은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로 직결된다는 것. 이 시는 물질문명의 폐해를 뒤집어 줌으로서 환경과 생태에 대한 문제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군요.
자동차 배기가스조차 <꽃향기를 내뿜으며 부릉거린다>는 발상, 자연의 순리와 삶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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