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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비석지심(匪石之心)’의 아름다움을 찾아..
오피니언

[화요살롱]‘비석지심(匪石之心)’의 아름다움을 찾아

양산시민신문 기자 383호 입력 2011/06/07 10:22 수정 2011.06.07 10:20
삶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90세에 시를 쓰기 시작한

시바타 도요 여사를 보면서

돌처럼 단단한 아름다움 느껴



 
↑↑ 강덕구
양산대학교 국제비즈니스일어과 교수
ⓒ 양산시민신문 
올해는 내가 양산대학과 인연을 맺은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그 동안의 일들을 되돌아보면 보람도 많았지만, 아쉬움 또한 많았다. 젊은 시절, “참교육의 실천”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 토요일 반의 운영이다. 지난 17~8년 전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5시가 되면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끼리 모여 앉아 일본어라는 것을 매개로 삶의 아름다움에 관해 이야기해 왔다.

지금까지 대학에 재직하면서 가장 보람된 것 중의 하나가 이것이다. 토요일 오후 5시부터 8시까지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어중간하고 바쁜 시간이다. 이런 소중하고 중요한 시간을 뒤로 하고 저명인사도 아니고 명강의도 아닌 나를 찾아주는 고운님들이 너무나 고맙다. 우리 고운님들은 20대에서 80대까지 남녀노소가 하나로 융합된 삶의 진정한 가치를 아는 분들이다. 나는 여기서 삶의 참다운 가치를 발견하곤 한다. 어디에서 세대를 뛰어넘어 기쁨과 행복을 같이 나누며 마음껏 웃을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토요반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지난 두 달간 우리 토요반에서는 일본의 시바타 도요 씨의 “くじけないで(좌절하지 마)”라는 시를 감상했다.
시바타 도요 씨는 현재 101살이다. 1911년 도치키시에서 쌀 장사를 하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선천적으로 게으른 아버지의 무능력 탓에 가세는 기울어 10대 때에 모든 재산이 남의 손에 넘어갔다. 하지만 어머니는 눈물을 머금고 온갖 고생을 하면서 자식을 키워냈다.

이런 어머니가 10대의 어린아이 눈에서는 너무나 불쌍해 보였다. 그는 20세 때 친척의 소개로 결혼을 했지만, 무능력과 폭행이 이어지는 남편과 결혼한 지 반 년 만에 이혼을 하게 된다. 그 후, 14년간 여관, 식당의 도우미, 삯바느질 등으로 갖은 고생을 해오다가, 33세 때에 지금의 남편과 재혼한다. 남편과 결혼해서 아들인 겐이치를 낳고 행복하게 살다가 70세에 남편과 사별을 하게 된다. 그 후  20년간 일본무용을 배웠지만 몸이 좋지 않아서 아들의 권유로 90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다. 그는 작년 100살의 나이에 유리알보다 맑고 순수한 시들을 하나로 엮어 “くじけないで(좌절하지 마)”라는 시집을 세상에 낸 것이다. 시바타 도요 씨의 시는 꿈과 희망과 사랑과 행복의 결정체이다. 그래서 산케이신문의 신가와 가즈에 기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도요 씨의 시를 만나게 되면 시원한 바람을 맞는 것처럼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아! 나도 도요 씨처럼 살아가야지’라고 다짐하며 매일 아침 거울을 향해 립스틱을 살짝 발라봅니다. 90세가 넘은 연세에도 여전히 풍부한 감성을 가지고 계신다는 것이 얼마나 훌륭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전문적인 시인의 세계에서도 매우 드문 일이지요. 그래서 저는 도요씨의 시집을 늘 곁에 두고 하루하루의 양식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들 여성의 훌륭한 선배님! 남성들의 든든한 어머니. 도요씨!”>라고 그는 말을 맺는다.   

시바타 도요 씨는 젊은 시절, 이혼이라는 아픔 속에서 고된 삶을 살았다. 하지만 이 어려움을 굳건히 이겨내고, 이들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켜 달관과 관조의 경지까지 이르렀다. 나아가 유리알보다 맑은 영혼을 가지고 모든 사물을 꿈과 사랑과 행복이라는 결정체로 아름다움을 표출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바타 도요 씨는 달관의 세계를 시로서 자연 그대로 보여준 원숙미를 가지신 훌륭한 분이다. 그는 그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지켜온 학과 같은 분이다.

나는 시바타 도요 씨의 시세계를 접하면서 ‘비석지심(匪石之心)’의 아름다움을 생각해 보았다. ‘비석지심’이란 ‘돌처럼 단단하며 어떤 일에도 쉽게 동요하지 않는 마음, 다시 말해 돌처럼 심지가 굳고 절조가 있는 모양’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는 ‘외유내강’이란 말을 자주 한다. 이 말 속에는 “내면의 세계는 돌처럼 심지가 굳고 절조가 있어야 하고, 그것이 아름다움으로 승화되어 외면의 세계가 물처럼 부드러워진다”는 진리가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비석지심과 외유내강은 서로 관련성이 있는 것이다. 

우리말 중에 ‘아름답다’라는 말만큼 좋은 말이 있을까? ‘아름답다’를 어원적으로 ‘아름’+‘답다’라고 한다. ‘아름’은 ‘나’를 가리킨다. 그래서 ‘아름답다’는 ‘나답다’로 해석할 수 있다. 사람살이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은 ‘나다움’을 찾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자신의 주제와 분수를 알고 자연의 섭리에 순응할 줄 아는 사람, 그리고 나이 따위의 겉치레에 지지 않는 사람이 ‘나다움’이 아닐까?

그래서 난 나이에 개의치 않고 자연에 순응하며 꿈과 희망을 가져다주는 시바타 도요 씨를 존경한다. 그는 진정 ‘비석지심’의 아름다움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아름다운 분이기 때문이다. 나도 시바타 도요 씨와 같은 아름다운 삶이 이루어지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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