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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칼럼] 주택이 아닌 ‘주거’를 생각하다
오피니언

[부동산 칼럼] 주택이 아닌 ‘주거’를 생각하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383호 입력 2011/06/07 10:26 수정 2011.06.07 10:24



 
↑↑ 서정렬
영산대학교 부동산ㆍ금융학과
ⓒ 양산시민신문 
아파트 이후에는 어떤 ‘주택’이 선호될까? 주택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내 집으로서의 ‘주택’만 있으면 됐다. 그래서 대부분의 주택이 비슷한 형태, 비슷한 규모의 주택이 주종을 이루었다. 산업화ㆍ도시화가 시작된 1960~70년 이후부터 불과 얼마 전 까지 주택 부족문제는 지속됐다. 그러나 주택의 양적인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기 시작한 시점 이후부터는 단순한 주택보다는 기왕이면 가격이 오르는 주택을 선호하게 됐다. 이런 욕구에 가장 적합한 주택유형은 다름 아닌 아파트다. 단독주택보다 여러 면에서 편리하고 관리하기 수월하다.

그뿐 아니라 ‘때’에 맞춰주듯 가격까지 올라주니 다른 주택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알뜰하게 모은 돈으로 커가는 아이들의 방도 하나씩 주어 가면서 주택의 규모도 키우고 시세차익 만큼 노후 생활을 설계하기에도 안성맞춤인 아파트는 더할 나위 없이 믿음직한 존재였다. 그렇게 계속 갈 듯 보였다. 그런데 최근 아파트 매매시장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폭도 이전만 못하고 지역에 따라서는 하락하는 곳도 생기다 보니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주거시장의 변화를 인터넷 환경의 변화를 통해 설명해보면 이렇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 환경은 ‘웹(Web) 2.0’이다. ‘웹 1.0’에서 진일보한 버전(version)이라는 의미다. ‘웹 2.0’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웹 1.0’과는 달리 인터넷상에서 양방향으로 정보를 주고받고 공유하며 참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말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댓글’을 통해 쌍방향 소통이 자유로운 환경이라는 얘기다.

이용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스스로 정보와 지식을 만들고 공유하는 열린 인터넷을 뜻한다. 주택이 부족했던 시절, 주택만 있으면 모든 것이 충분했다고 느꼈던 상황이 ‘주거(Housing) 1.0’이다. 주택의 질보다 주택이라는 ‘은신처(shelter)’로서의 역할이 필요했던 시절이다. 그런데 동일한 조건인데도 가격 상승에 차이가 나는 아파트가 생겼다. 특정 브랜드, 특정 지역의 아파트가 사람들의 입소문 속에 가격 상승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그냥’ 아파트가 아닌 ‘특별한’ 아파트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바로 ‘주거 2.0’, 지금의 시장이다.

‘웹 3.0’ 인터넷 환경은 아직 정의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발전의 방향과 속도를 감안할 때 일방통행, 양방향을 넘는 진일보한 형태임에는 분명할 듯 싶다. 진일보한 발전적 형태의 단면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보여주고 있다. 트위터(twitter), 페이스북(facebook) 등으로 일컬어지는 SNS는 사람들 간의 소통을 넘어 서고 있다. 소통할 수 있는 기술적 기능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사업(쇼핑, 할인쿠폰, 위치정보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주거 3.0’도 마찬가지다. 집 값이 오르기만 하던 주택으로서의 아파트에서 ‘아파트 이후’의 주택에 대한 모색이 시작되고 있다.

도시지역에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을 전세값으로 마련할 수 있다는 ‘땅콩주택’이 그렇다. 최근에는 비슷한 취미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동호인 주택으로서의 ‘땅콩밭’도 만들어지고 있다. 한옥으로 옮기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아니면 ‘제2의 주택’으로서 멀티 헤비테이션(Multi-Habitation)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물론 아파트 자체의 변신도 눈에 띈다. 인터넷 환경 등 IT가 접목된 스마트 아파트는 기본이고 아파트에 한옥의 툇마루가 도입되기도 하고 작은 ‘텃밭’을 들여 쌈 채소를 가꿀 수 있는 정원을 설치하기도 한다. 소비자가 설치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선호에 부응하기 위해 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다.

투자가치로서의 주택이 아닌, '아파트 이후(post Apt)'의 주거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더 이상 주택이 가격이 아닌, 주택가격이 안정화된 시점 이후의 ‘주거’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변화는 높아진 주택보급률도 한 몫 했지만, 베이비부머들의 퇴직이 변화를 보다 재촉하고 있다. 자녀들의 사회진출과 자신들의 노후가 연결되는 시점, 아파트에 대한 선호는 분명하지만 가격이 불안하다고 느껴지는 현재의 상황과 앞으로의 선택사이에서 ‘투자’로서의 주택과 ‘거주’로서의 주택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이들 베이비부머들의 주거에 대한 새로운 방향 모색과 아파트 일변도의 주택시장 속 소비자들의 니즈(needs) 변화가 바야흐로 이전과는 다른 주택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주거 3.0’의 시장이 그렇게 천천히 그렇지만 분명한 변화의 처음을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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