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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자식들 다 키워놓고 손자도 초등학교를 보내니 이제야 시간이 났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인 ‘한글쓰기’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한글을 읽을 줄만 알았지 쓸 줄은 모른다. 강 씨는 당장 소주동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한글교실로 달려갔다.
한글교실에서 배운 것을 매일 복습했다. 초등학생 손자가 가지고 온 받아쓰기 숙제도 함께 했다. 머리 속에 생각한 감정들이 한글로 표현되고, 글씨도 점점 반듯해지고, 형용사ㆍ부사를 잔뜩 넣은 글짓기도 할 수 있게 됐다.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열심히 배운 한글을 자랑하고 싶었는데 마침 양산시평생학습축제에서 어르신 백일장 대회가 열렸죠. 그동안의 실력을 여지없이 발휘할 수 있는 기회다 싶었어요”
대회 주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쓰기’였다. 평소 함께 받아쓰기 연습을 한 손자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를 쓰기로 했다. 결과는 대상. 너무나 기뻤다. 손자 녀석이 “할머니, 최고!”라며 더 기뻐해주니 눈물마저 핑 돌았다.
“아직 띄어쓰기랑 맞춤법도 서툴고 쉼표나 따옴표 같은 것을 정확히 구분 못해서 대상은 생각도 못했어요. 나중에 심사평을 들으니 편지의 내용에서 표현력이 풍부했다고 높은 점수를 줬다고 하더라구요. 내가 어릴 적부터 감수성은 조금 풍부한 편이었죠. 호호”
건강을 위한 운동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예전부터 물속에서 신나는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아쿠아로빅을 배우고 싶었다. 예순의 나이에 수영복을 입기가 조금은 쑥스럽지만 인생은 60부터가 아닌가. 까짓 도전해 보는 거다.
“아쿠아로빅은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아 고혈압, 당뇨, 관절염 등의 질환을 안고 살고 있는 노약자들에게 알맞은 운동이에요. 게다가 신나는 음악과 함께 시원한 물속에서 운동을 하다보니 새삼 젊어지는 것도 느낀다니까요”
아쿠아로빅 운동과 함께 단전호흡도 하며 20대 같은 건강 찾기에 돌입했다. 손자돌보랴 살림하랴 그동안 나 자신에게 신경을 못썼던 터라 지금부터는 나를 위해 살아가겠노라 결심한다. 노인대학에도 다니고, 음악이나 미술 같은 예술분야도 배워볼 생각이다.
“젊었을 때 못했던 것들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요. 해보고 싶은 것 앞에서 나이 따지면 아무것도 못하는 할머니밖에 안되지요. 남은 인생 후회없이 열심히 살아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