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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지난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소아암지원단체 등의 성금 유용 사건으로 꽁꽁 얼어붙은 기부문화가 아직 완전히 녹지는 않았지만 양산의 식당 모금함 한 곳은 사랑의 기부 연기가 타올라 눈길을 끌고 있다.
북정동에 위치한 해양산국밥 계산대에는 양산지역민을 위한 모금함이 설치돼있다. 모금함은 4년 전 백혈병소아암협회 모금으로 시작했지만 좀 더 가까운 곳에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조성백 사장은 지난해부터 자체 모금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모인 금액이 모두 23만2천원. 큰돈은 아니지만 조 사장은 모금액에 사비를 함께 더해 소아암골육증을 앓고 있는 김도형(18, 동면 석산리) 학생에게 기부했고 활동 내역을 게시해놨다.
한 번 비우고 난 모금함은 지난 4월까지 텅 비어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조 사장은 모금함에서 5만원권 지폐를 보게 됐다. 만원권도 드물었던 모금함에 5만원이라니 놀랍고 궁금해진 조 사장은 식당 내 CCTV를 서둘러 확인했다. 40대 한 신사가 식사 후 자판기에서 커피를 빼 들고 게시글을 읽고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 성금을 냈다. 그리고는 조용히 가게 문을 나가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이후부터다. 5만원권 지폐를 본 손님 중 상당수가 성금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것이다. 현재 모금함은 지폐들로 꽉 차 있다. 불과 2개월 만에 발생한 일이다.
점심시간에 자주 국밥집을 찾는다는 김종현(37, 남부동) 씨는 “평소 동전 몇 개만 들어있는 모금함만 봐왔는데 5만원권 지폐가 들어있는 것을 보고 이렇게 훈훈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구나 싶어 돈을 기부했다”며 “평소 텅 비어있는 것을 보고서도 선뜻 돈을 낼 수 없었던 내 자신을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5만원권 지폐가 연 것은 사람들의 지갑이 아니라 마음인 것 같다”고 말하는 조 사장은 모금액을 통해 양산부산대학병원과 연계해 소아암 환자들을 지속적으로 도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