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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우리 결혼했어요 25년 살아온 만혼부부의 늦깍이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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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했어요 25년 살아온 만혼부부의 늦깍이 결혼식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1/06/14 10:35 수정 2011.06.14 10:34




살림살이가 어려워 결혼식을 미뤄온 부부가 뒤늦게 화촉을 밝혔다. 25년을 함께 살아온 이선길(50, 상북면 대석리)ㆍ백미숙(49) 부부. 궂은 세월을 함께 하며 산전수전을 다 겪었지만, 처음 맞는 결혼식 앞에서는 새신랑, 새신부의 어색함과 쑥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났다. 비록 뒤늦은 결혼식이지만 함께 참고 견뎌온 세월은 이들 부부의 모습을 더욱 화사하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 양산시민신문


긴장, 어색함, 쑥스러움 교차
하지만 행복함이 넘치는 결혼


12일 오전 11시 30분 명품뷔페 웨딩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곱게 화장을 한 신부 미숙 씨는 결혼식을 앞두고 긴장감이 역력한 표정이었다. 신부대기실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며 드레스 매무새를 가다듬기 바빴다.

“젊었을 때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때는 개미허리에 긴 생머리에다 주름도 하나 없었는데…”

미숙 씨는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다.
“그래도 50살 이전에 결혼식 올리는 게 어디야”
신부대기실을 찾은 친구들과 친척들이 “예쁘다, 얘~”, “우리 질부 아직 고우네!”하며 연신 감탄사를 보냈다. 미숙 씨는 양볼을 발그레 물들이며 수줍은 미소를 머금었다.

신랑 선길 씨도 식장 입구에서 한껏 들뜬 표정으로 하객들을 맞으며 축하 인사를 받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조금 늦었지만 남들 다 하는 결혼식 나도 할 뿐인데, 다 큰 자식들과 짓궂은 친구 녀석들을 보려니 쑥스러웠다. 후다닥 결혼식을 해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저기 신부대기실에서 웃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니 가슴 한 켠이 아려왔다.

“‘면사포 쓰고 싶다’ 노래를 부르더니 저리도 좋을까. 이왕 이렇게 할 결혼식이었다면 조금 일찍 소원을 풀어줄 걸 그랬나”

결혼식이 시작되고 나란히 손을 잡고 입장한 선길 씨와 미숙 씨는 혼인 선언문 낭독, 주례사, 축하공연 등 식순이 이어지는 내내 진지한 표정으로 식에 임했다. 늦깍이 신랑 신부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변함없이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갈 것을 다짐했다.


살림살이 어려워 결혼도 생략
시아버지 권유로 뒤늦게 화촉 올려


이선길ㆍ백미숙 씨가 부부의 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86년. 친구 소개로 만나 3~4개월여 연애를 하다 백년해로 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미숙 씨는 5남3녀 중 일곱째로 친정 가정형편이 그리 넉넉지 않았고, 선길 씨 역시 당시 원양어업을 하는 뱃사람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어선에 올랐기에 결혼식을 올릴 여유 따위는 없었다. 그렇게 혼인신고만 한 채 살을 맞대고 살며 1남1녀를 낳았다.

“이미 50줄인데다 20살이 넘는 장성한 자녀가 있어 그냥 결혼식은 우리 부부랑은 끝끝내 인연이 없다 생각하고 살았죠. 물론 남들처럼 결혼식이라는 걸 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죠”

하지만 이들 부부에게 결혼식을 강력히 추천한 사람이 다름 아닌 시아버지였다.
“어느 날 시아버지가 진지하게 말씀하셨어요. ‘나 살아 있을 때 너희들 식 올리는 모습 보고 싶다’고. 지금도 넉넉한 살림이 아니라서 그냥 웨딩촬영만 하려고 했는데, 이왕 하는 거 무리를 해서라도 결혼식을 하고 싶었어요. 부모님께 효도한다는 생각도 있었구요”

이날 결혼식에는 친구, 친척뿐 아니라 마을주민들이 많이 참석했다. 그도 그럴것이 미숙 씨는 상북면 햇살마을부녀회장과 들국화봉사회장을 맡으며 지역을 위해 꾸준히 봉사해 왔다. 현재는 장애인도우미와 물금지역 봉사단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어려운 형편에 놓인 저희 부부를 위해 흔쾌히 주례를 맡아 준 양산시민신문사 사장님을 비롯해 최영호 의원님, 박건수 햇살마을이장님 등 우리 부부를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결혼식이 끝난 이들 부부는 난생 처음 함께 여행도 떠난다. 그저 살아가기 바빠서,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여행은 잊고 살았었다. 하지만 부부는 단 둘이 떠나는 첫 여행이 신혼여행이라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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