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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초대시]그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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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시]그의 초대

양산시민신문 기자 385호 입력 2011/06/21 09:32 수정 2011.06.21 09:27




 
↑↑ 김민성
시와비평&시조와비평시조 등단
삽량문학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 양산시민신문 
분명 그의 초대였다
그것도 가을 햇살 일렁이던 날
그가 나를 초대했다
싸리문 열고 들어서자 툇마루에 자리를 권했다
마당 우물에서 바가지 철철 넘치게 물 길어
차를 우려 왔다
처음 만났지만 우리는 오래된 친구처럼
마음을 나누었다
그가 이야기를 많이 했고 나는 들었다
차를 다 마시고 돌다리 건너 있는
그의 친구들도 보여 주겠다고 했다
둥근 안경 너머 손바닥으로는 가릴 수 없어
눈 감을 수밖에 없던 얼굴이 실개천 향수로 흐른다
그의 곁에서 벗이 된 늙은 감나무
30촉 알전구 같은 감 몇 개 손에 잡힐 듯하다
오늘밤 그는 따뜻한 시 한 편 쓸지도 모를 일이다
나무 의자에 앉아 눈 한 번 맞추고 일어섰다
나는 초대에 대한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내가 작별 인사를 하자 그는
마당 한 켠 굴참나무 물든 이파리 살풋 내민다
허리를 숙이고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았다
그의 시집 갈피 속에 넣어 두겠다고 약속했다
늑골 밑 다 털어 놓지 못한 사연 있는지
자꾸만 옷깃을 당기는 것 같다
뒷모습 보이기 못내 미안해 차마 돌아서지 못한다


*2010 가을 정지용 생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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