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YWCA, 제4회 여성들의 이야기터/
세상을 향해 외치는 당당한 여성
양산여성들의 삶 이야기와 여성정책 제안을 위한 자리
8명 발언대 올라… 한부모가정, 다문화 등 다양한 주제
ⓒ 양산시민신문 |
지난 24일 양산YWCA(회장 김재옥)은 ‘생명의 바람, 세상을 살리는 여성’이라는 주제로 ‘제4회 여성들의 이야기터’를 열었다. 이 행사는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여성들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여성정책을 제안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양산YWCA 김재옥 회장은 “여성들은 엄마로, 아내로 늘 이야기를 들어 왔을 뿐, 자신의 이야기를 혹은 의견이나 주장을 펼치는 데는 소극적이었던 게 사실”이라며 “세상을 보는 넓은 혜안과 당당한 표현력을 가진 여성들이 많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매년 여성들의 이야기터를 개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8명의 양산지역 여성들의 발언대에 올라 당당히 자신의 이야기를 펼쳤으며, 벧엘병원 도말순 원장, 양산가족상담센터 최연화 센터장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해 내용과 표현력 등을 기준으로 수상자를 선발했다.
대상은 ‘희망찬 삶’을 발표한 결혼이주여성 딘티보프(30, 상북면) 씨가 차지했다. 최우수상은 ‘행복의 힘 사랑하는 아들 딸’을 발표한 강태분(52, 신기동) 씨, 우수상은 ‘만학의 꿈’을 발표한 강옥희(48, 소주동) 씨, 장려상은 ‘무소의 뿔처럼 살자’의 남행선(41, 중부동) 씨와 ‘새 일터, 새로운 꿈’의 유행년(49, 신기동) 씨가 각각 선정됐다.
이날 대상을 수상한 딘티보프 씨는 베트남에서 국제결혼을 통해 양산으로 시집 온 결혼이주여성이다. 지금은 당당히 한국국적을 취득한 결혼 6년차 한국 아줌마이기도 하다. 보프 씨는 베트남 이주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힘들었던 지난날을 이겨내고, 이제는 가족이 있는 대한민국의 행복한 여성이라고 당당히 외쳤다.
또 미래를 위해 이제는 늦깍이 대학생이 되었다는 말에 여기저기서 진심어린 격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강태분 씨는 “남편의 실직과 잇단 사업실패 등으로 날마다 빚독촉을 받아야 했고, 전기와 가스, 수돗물이 끊기는 일은 다반사였다”며 “목을 조여오는 생활의 압박은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의 고통이었지만 버팀목이 되어준 것은 다름 아닌 내 아들, 딸이었다”는 이야기로 지켜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강옥희 씨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열정을 가지고 꿈을 향해 도전하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또 남행선 씨는 한부모 가정을 소재로 ‘편견과 고정관념 없는 열린 마음’을 강조했고, 유행년 씨는 새로일하기센터에서 찾은 희망을 이야기했다.
“나는 한국사람, 양산시민입니다”
‘희망찬 삶’으로 대상 딘티보프 씨
결혼 위기 극복 꿈 위해 학업 이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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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베트남 출신 딘티보프 씨는 지난 2005년 8월 한국으로 시집왔다. 처녀시절 마을어귀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큰 부상을 당했고, 그 치료비를 충당하기 위해 하나뿐인 남동생은 대학진학을 포기해야만 했다. 보프 씨는 결심했다. 한국남성과의 국제결혼을 통해 남동생과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겠다고.
보프 씨는 결혼중개업소에서 현재의 남편을 소개받았다. 마을 처녀들이 얘기하는 코리아드림이 마치 눈앞에 펼쳐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한국에 와서야 남편에게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더욱이 지적장애1급을 앓고 있어 어떻게 돌봐야 할 지 앞이 캄캄했죠. 의지할 곳도 없고 그저 매일매일 눈물만 흘리고 살았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보프 씨는 한국으로 시집 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난소수술을 통해 난소 절반을 들어내야만 했다. 병원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물론, 불임에 대한 불안감이 보프 씨를 괴롭혔다. 건강마저 악화돼 하는 수 없이 고향 베트남으로 돌아갔다.
“‘이대로 고향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잖아요. 행복은 큰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족하면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시 한국행을 택했죠”
그 때부터 한글을 열심히 공부했다. 대화를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보프 씨의 노력은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남편을 이해할 수 있게 됐고, 아들에게 한글까지 가르치며 마음의 문을 열어갔다. 시댁과도 단단했던 벽이 허물어졌다.
“시어머니가 이 세상에 제가 담근 김치가 가장 맛있다고 하세요. 김치 담그는 게 처음에는 힘들기만 했는데 이제는 시댁과 나눠 먹을 생각에 정말 즐거워요”
보프 씨는 꿈이 있다. 대학을 졸업해 어엿한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보프 씨는 올해 양산대학에 입학했다. 또 얼마 전 외환은행나눔재단이 개최한 ‘외환다문화가정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보프 씨의 삶은 결혼이주여성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
“오늘 이렇게 발표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하지만 어려움을 이겨냈다는 의미의 기쁨의 눈물이예요. 이제는 과거를 추억하며 이런 자리에서 담담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지금이 그저 행복할 따름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