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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아직은 김치찌개보다 우리 베트남 음식이 더 맛있어요”
지난달 30일 양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이영화, 이하 다문화지원센터)에서 처음 맡아보는 맛있는 요리 냄새가 솔솔났다. 월 1회 한국요리교실을 진행하고 있는 다문화지원센터에서 이날 종강파티 겸 이주여성 본국의 음식을 직접 만들어서 나눠먹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중국ㆍ베트남ㆍ필리핀 이주여성 50여명이 참여해 함께한 이번 행사는 본국의 음식을 만들어먹으며 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랬고, 동료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며 옛 추억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중국은 중국식 탕수육, 건두부무침, 채소볶음을, 베트남은 짜조짜권, 쌀국수, 필리핀은 삼천해물누룽지탕과 필리핀식 잡채를 메뉴로 선정해 요리를 시작했다.
수다삼매경에 타버린 탕수육, 그래도 즐겁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수다 삼매경에 빠진 중국 여성들은 둘러앉아 탕수육을 튀기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중국 탕수육은 한국 탕수육과 맛이 달라요. 고기가 훨씬 부드럽고 아삭아삭하며 소스는 달콤하고 식초가 들어가서 시원해요”
즐거운 수다에 빠진 요리사가 탕수육을 빨리 건져내지 못해 타버리기도 했다. 새까맣게 타버린 탕수육을 보고 놀라기보다 다함께 깔깔깔 웃어버렸다. 오랜만에 모여 즐거운걸까? 연신 “띠부치, 띠부치”(괜찮아)라며 요리사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다시 수다에 빠져든다.
베트남음식 간맞추는 법 잊어버린 한국며느리
베트남 여성들도 도란도란 이야기꽃 속에서 요리를 분담해 작업했다.
한국에서도 많이 접할 수 있는 베트남 전통음식 ‘짜조’는 베트남식 튀김만두다. 다함께 넓게 앉아 쌀종이에 이것저것 피를 넣고 둘둘 말아 튀기는 짜조는 새콤한 소스와 함께 찍어먹으면 제맛을 더한다. 입맛을 사로잡는 소스를 만들어보겠다며 자신 있게 소스 제조를 맡았던 한국생활 5년차 웬히란 씨가 울상을 지으며 도움을 요청했다. 한국 입맛으로 변해버린 웬히란 씨가 혼자서는 도저히 간을 맞추기 힘들었던 것. 식초 한 번 넣고 맛보고 간장 넣고 맛보고 해도 힘들었다.
“벌써 한국 입맛으로 변했나 봐요. 베트남에 있을 때 항상 만들어 먹던 음식인데 간을 못 맞추겠네요”라며 울상을 지었지만 동료들의 도움으로 소스를 완성해냈다.
결혼 15년차, 메인요리사로 변신한 왕언니
필리핀 이주여성들은 아기 엄마들이 많아 요리에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메인요리사를 자청한 결혼 15년차 왕언니 아멜리아 씨가 팔을 걷고 나섰다.
“한국 온 지 15년, 김치찌개, 삼계탕 못하는 게 없어요. 필리핀음식은 오랜만에 만들어보는데 예전 실력 한번 발휘해봐야겠어요”라고 의욕을 보인 아멜리아 씨는 면을 볶으랴, 채소 다듬으랴 정신없이 바쁜 가운데 요리를 끝낸 타국 여성들도 함께 도와 음식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필리핀 잡채는 간장과 식초가 많이 들어가 한국인이 먹기에 조금 짠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한국 잡채보다 필리핀 잡채가 최고라는 리사 씨는 아이와 함께 아멜리아 씨의 요리를 구경하며 아이 한 입, 나 한 입 야금야금 맛보는 즐거움을 멈추지 않았다.
두 시간의 요리시간이 끝나고 뒷정리까지 마무리 한 후, 여성들은 각국의 음식을 예쁜 그릇에 담아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운 음식,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한 자리에 모이니 이들은 옛 시절이 생각나 눈물 흘리기도 했다. 서로의 음식을 맛보며 맛있다고 칭찬에 칭찬을 거듭하며 화기애애한 이들.
이영화 센터장은 “오늘 행사를 통해 평소 제대로 먹지 못하는 고국음식을 직접 만들어 맛보고 또 다함께 화합된 모습을 보여 기쁘다”며 “월 1회 한국 밑반찬과 국 만드는 교실도 여성들의 호응이 좋아 내년에도 개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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