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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소나무 화가 김상원 화백이 들려주는 통도사 무풍한송길 이야기
“무풍한송길 전국 최고의 소나무 길이죠

노미란 기자 yes_miran@ysnews.co.kr 입력 2011/07/05 10:26 수정 2011.07.14 04:44





ⓒ 양산시민신문

통도사 매표소를 지나 왼쪽 찻길 대신 오른쪽으로 나 있는 숲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눈앞에 아늑하고 고요한 소나무길이 펼쳐진다.

통도사 무풍한송(無風寒松)길은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소나무길이다. 경남도가 선정한 ‘경남의 걷고 싶은 길 25선’에 포함되기도 했다. 얼마 전 시는 올해 안으로 26억원을 들여 기존 아스콘 등의 포장을 모두 걷어내고 황토로 포장한다고 발표했다.

1㎞에 달하는 무풍한송길에는 서로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는 듯이 마주 보고 있는 노송이 있는가 하면,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것처럼 구불구불한 노송들도 있다. 석등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노송도 있다. 그리고 이들 노송은 무언의 붓터치를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


신비한 자태 노송과
역사성이 매력


김상원(55) 화백은 일명 소나무 화가다. 경주, 설악산 등지에서 나무, 그중에서도 주로 소나무를 그린다. 통도사 무풍한송길은 작년 이맘 때부터 그리기 시작했다.

김 화백은 전국에 있는 소나무길을 다녀봐도 무풍한송길 만한 곳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는 구불구불하게 뻗어 있는 노송과 그 역사성을 매력으로 꼽았다.

김 씨에 따르면 다른 지역의 소나무가 비교적 곧게 자란 반면 무풍한송길의 소나무들은 풍상을 겪은 듯한 굴곡진 자태가 신비롭고 경이롭다. 특히 소나무 화가인 만큼 지리적 환경과 소나무 생존조건의 관계에 대해 술술 풀어냈다. 토질이 물이 잘 빠지는 마사토(굵은 모래)로 이뤄져 있어 척박한 편이지만 소나무 생존에는 적합하다는 것. 이밖에도 태풍이 자주 지나가는 환경적 특징 때문에 다른 지역의 소나무에 비해 굴곡진 성장이 주를 이룬다고 덧붙였다. 또한, 역사적인 수난을 이겨낸 점도 높이 샀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에 전국적으로 소나무 수탈이 심해졌음에도 보존이 잘 돼 있다.


무풍한송길에서
1년 간 아홉 점 그려


그의 작업공간은 노송이 우거진 무풍한솔길이다.

캔버스 뒤로 텐트를 치듯이 철제 기둥을 세우고, 철제 기둥에 끈으로 돌멩이를 달아 바람에 넘어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다. 그리고 유화 물감을 놓고 낮은 접이식 의자를 펼친 뒤 밀짚모자를 쓰면 작업 준비가 끝난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막노동(막일)에 비유한다. 오롯이 현장에서 그림을 그리는 그의 철학 때문이다. 비가 오면 당연히 쉰다. 보통은 9시에서 6~7시에 마치지만 시간에 쫓기면 공사장 일이 밤낮없이 진행되는 것처럼 저녁까지 몰아붙이기도 한다.

이렇게 김 화백이 지난 1년여간 그린 무풍한송길 노송 그림은 모두 9점.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짧게는 열흘 남짓 걸리기도 했고, 길게는 50일가량 걸렸다. 그림의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간 단위인 100호(약 162㎝×112㎝)가 대부분이며, 1천500호 대작도 그렸다. 그가 그린 무풍한송길 그림 가운데 넉 점은 이달 6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종로의 한 갤러리에서 전시된다.

그는 이번 전시가 끝나면 다시 무풍한송길로 돌아온다. 열 번째 작업이 진행되는 작업 공간은 입구에서 무풍한송길을 따라 100여m 올라가면 석등이 만나는 지점이다. 화폭 속 노송이 궁금하다면 무풍한송길을 천천히 둘러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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