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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이운용교수의 인도비즈니스] ① 인도인과 인도생활-7..
기획/특집

[이운용교수의 인도비즈니스] ① 인도인과 인도생활-7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1/07/05 10:36 수정 2011.07.05 11:05
주재원의 인도생활 ②




↑↑ 타즈마할 호텔 구관의 야경과 산책나온 뭄바이 시민들
ⓒ 양산시민신문


무서운 열병 댕기피버는 어떻게 피하나


 
↑↑ 한국외대 인도어과
한국외대 지역대학원 정치학 석사
인도 첸나이무역관 관장
한국인도학회 부회장(현)
영산대 인도연구소장(현)
영산대 인도비즈니스학과장(현)
ⓒ 양산시민신문 
북인도에서는 여름이 끝나가는 9월이 되면서부터 댕기피버(Dangue Fever)라는 열병이 돌기 시작한다. 알려지기로는 돼지 피를 빨아먹은 모기가 사람을 물었을 때 발생한다고 한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보면 ‘상한’이라는 열병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더운 여름에 지친 상태에서 가을이 되어 찬바람을 맞으면 발생하기 쉬운 열병을 상한이라고 한다. 원인이야 어디에 있든 여름이 끝나면서 찬바람이 시작될 때 발생하는 열병이라는 점에서는 댕기피버도 마찬가지다.

댕기피버는 우리가 한국에서 접하는 고열이 오르는 정도의 병이 아니다. 유행처럼 번질 때는 델리 중심의 북인도 일대에서 몇 만 명씩 죽어나간다. 인도 국회에서 범정부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정치인들이 소란을 떠는 병이 바로 댕기피버다. 소란만 떨 뿐 별 대책 없이 지나가고 다음 해면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인도에 주재하는 한국인들은 처음 한두 해는 이런 열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여름을 두 번 정도 나면서 몸의 진기가 빠져 약해지는 세번째 해에 댕기피버에 걸리기 쉽다. 필자도 세번째 여름이 끝날 무렵 댕기피버에 걸렸다. 퇴근해 돌아오는데 갑자기 차안의 에어컨 바람이 싫고 몸이 오슬오슬 떨리기 시작했다. 다음날 아침부터 고열이 나기 시작하는데 몸은 춥고 머리는 쑤시는 게 못 견딜 정도였다. 머리는 조금만 움직여도 엄청난 통증이 오고 온 몸에서는 땀이 비 오듯 한다. 이어서 온 몸의 뼈마디라는 뼈마디는 다 쑤신다.

움직이면 너무 아프니까 머리를 고정한 채 침대에서 미동도 않고 가만히 있는다. 잠시 후에는 땀이 비 오듯 해 누운 자리가 흥건히 젖는다. 그러면 아주 천천히 몸을 반 바퀴 옆으로 굴려 누운 후 몇 시간을 가만히 버틴다. 이것을 몇 번 반복하여 침대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가면 하루가 간다. 일주일은 꼬박 앓아야 열병이 낫는다. 열병이 나을 때는 우선 겨드랑이와 등에 열꽃이 피고 이어서 손발에도 새빨갛게 피어난다. 며칠 지나면서 손발의 허물이 한 꺼풀 벗겨지면 끝이 난다. 그 동안 흘린 땀은 조금 과장하면 한 양동이 정도는 된다.

필자는 무식하게 병원에 가지도 않고 약도 안 먹고 버텼는데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열병을 앓는 동안 해원이 어머니가 문병 오면서 사온 아프가니스탄 멜론을 무척 많이 먹었다. 아프가니스탄 멜론이 맛있기도 했지만 수분은 보충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였다. 앓는 동안은 입맛이 없어 음식을 거의 섭취하지 못했다.

처음 인도에 온 한국 사람들은 한국에서처럼 열심히 일을 해 몸이 피곤해져야만 쉰다. 댕기피버는 모기에 안 물리면 된다. 그러나 어찌 인도에서 모기를 피할 수 있을까? 댕기피버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도 인도 사람들처럼 피곤해지기 전에 쉬는 것이다. 필자도 선배들에게 이러한 조언을 들었지만 무시하다가 결국은 죽음의 경계선까지 갔다 온 것이다.

남인도에는 댕기피버가 없다. 대신 말라리아라고 하는 열병이 많은데 이삼일 열이 오르다 내리고 며칠 후 다시 열이 오르는 등 꾸준히 지속된다. 참 끈질긴 열병이다. 그러나 댕기피버처럼 사람이 죽어나가는 정도는 아니니 다행이다.


코코넛워터, 짜이, 물 등 수분 섭취를 많이 해라


인도 여행할 때는 항상 미네랄 워터를 들고 다니라고 한다. 그런데 이것은 생활할 때도 마찬가지다. 사무실 책상 위에는 물을 항상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어디를 방문하든 ‘짜이’(인도의 차)를 내오는데 가능하면 사양하지 말고 다 마시는 게 좋다. 간혹 짜이 대신 콜라나 주스 같은 찬 음료수를 부탁하기도 하는데 가능하면 ‘짜이’를 마셔야 한다. 필자는 평소 잘 먹지 않는 습관이어서 인도에서도 짜이나 물을 그리 많이 마시지 않았다. 그런데 이것이 몸의 저항력을 떨어뜨린 이유도 된다.

북인도의 여름은 매우 건조하다. 몸에서 땀이 나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땀 때문에 수분이 부족해진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땀이 나기가 무섭게 말라버려 못 느낄 뿐이다. 뭄바이나 첸나이 등 해안 도시는 습도가 높아 땀을 많이 흘린다. 이렇게 되면 수분이 부족해지므로 수시로 보충해주어야 한다. 인도 물에는 석회성분이 많다고 한다. 따라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으면 결석으로 고생을 하는 수가 있다. 저녁에 맥주를 마시고 자는 것도 괜찮다. 특히 댕기피버에 걸리면 엄청난 양의 땀을 흘리게 되는데, 회복기간 몇 달 동안은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의 수분을 매일같이 취해야 한다.

댕기피버를 앓은 후 회복이 더뎌 동료의 권유로 티베트 한의원을 찾아 갔다. 여자 티베트 한의사가 진맥을 하더니 열병을 앓았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렇다고 했더니 피 속에 열이 아직 많이 있어 우선 열을 내려야 한다며 환약을 지어주었다. 그리고 특히 피의 농도가 진해져 쇠약해져 있으므로 물을 꾸준히 많이 마셔야 한다고 했다. 특히 콜라, 주스 등 청량음료는 마시지 말고 대신 코코넛 물을 마시라고 하였다.

인도에는 시내 요소요소에 코코넛을 파는 장사들이 있다. 칼로 윗부분을 따내고 구멍을 뚫어 빨대를 끼워주면 코코넛 물을 빨아먹을 수 있다. 별 맛은 없으나 시원하게 해서 먹으면 괜찮다.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에게 좋다고 하는데 열병을 예방하는데도 좋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매일 아침 코코넛 워터를 우유처럼 배달해 먹는 사람도 있다.


 물과 술은 뚜껑을 살펴라


뭄바이(봄베이)의 최고급 호텔인 타즈호텔의 맨 위층에는 생음악을 연주하는 카페가 있다. 일행과 함께 이곳에 갔을 때이다. 

 약간의 취기가 있는 상태에서 조니 워커 블랙을 한 병 주문하였다. 그런데 웨이터가 가져온 것을 보니 병마개가 따져 있었다. 다들 인도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라 누가 무어라 할 것 없이 마개를 따지 않은 것으로 가져오라고 이구동성으로 합창했다.

얼마 후 지배인이 직접 가져온 조니워커 블랙은 병 마개부분이 흰 종이로 한 번 더 포장되어 있었다. 이상하여 자세히 살펴보니 종업원들이 마개를 뜯지 못하도록 타즈호텔의 도장을 찍어 밀봉한 것이었다. 호텔 측도 종업원들의 이러한 속임수를 알고 있다는 증거다. 나름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고육책을 쓴 것이다.

종업원들의 월급이 월 100불도 안 되기 때문에 250불정도 하는 양주 한 병을 속이면 몇 달치 월급이 그냥 떨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런 속임수가 실제로는 종업원 혼자 만의 속임수는 절대 아니다. 그들끼리는 서로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손님이 속아주면 좋고 실패해도 손해 볼 것 없다는 식의 태도는 어디에나 있으므로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맥주나 미네랄워터를 주문했을 때는 반드시 보는 앞에서 마개를 따도록 해야 한다. 뚜껑을 주먹으로 쥐고 마치 새것을 따는 것처럼 연기를 하기도 한다. 일반 음식점도 아니고 인도 최고의 특급 호텔에서까지 이런 일이 있다니 웃고 넘어갈 일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술취한 손님에게는 속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니 마냥 흉볼 일만은 아니지 싶다.

↑↑ 인도에는 시내 곳곳에 코코넛을 파는 사람들이 있다. 한 소년이 코코넛에 빨대를 끼워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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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델리 시내 거리의 여자청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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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라비아해에서 바라본 타즈마할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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