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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문화, 타인들의 시선 속에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재밌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인생사를 풀어나간 그녀들은 양산에 살고 있는 이주여성들이다.
지난 6일 양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이영화)는 2011년 여성주간을 맞아 ‘제1회 여성결혼이민자 어울림 한마당’을 열었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이주민의 이야기를 양산시민과 함께 나누고자 처음 마련된 이번 행사는 100여명의 이주여성과 한국 여성이 참가해 성황리에 마쳤다.
행사에 앞서 이영화 센터장은 “양산지역에는 현재 1천여 다문화가정이 있으며, 매년 200가족 이상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은 우리 이웃이지만 여전히 불편한 시선 속에 살아가는 현실로 이들의 한국 생활 체험 이야기를 통해 양산에서 조금이나마 차별을 덜 받도록 하고 싶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이어 직접 사회를 맡은 이주여성들은 부족한 한국어 실력이지만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행사를 매끄럽게 이끌어 나갔고, 10명의 양산지역 이주여성들이 발언대에 올라 당당히 자신의 이야기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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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또 ‘나는 제사가 싫어요’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한 관옥령(중국) 씨는 불교를 믿는 시댁 때문에 옥령 씨는 서툰 솜씨로 제사를 준비해야 했다. 제사를 왜 지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됐지만 지금은 죽은 사람이 그리워 제사를 지내는 한국 풍습을 이해한다는 옥령씨는 여전히 제사 음식 상을 차리는 것은 너무 힘들다며 한국 며느리의 명절 고통을 재밌게 토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임신 8개월의 루티둥(베트남) 씨는 한국에 홀로 와서 외롭지만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있기에 친구가 생기고 한국생활에 적응하게 됐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으며, 위홍방(중국) 씨는 남자와 여자, 부부의 평등함에 대해 강조했다.
발표 중간 중간에는 이주여성들이 직접 준비하고 꾸민 댄스, 노래 공연 등의 장기자랑 무대를 선보였으며, 공연장 밖에서는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전통 물품을 판매하는 자리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부부, 함께 영화 보러 왔어요
양산가족상담센터, 양성평등 부부 영화보기
“이렇게 손잡고 안사람이랑 영화 보러 오는 게 몇 십 년 만인지 모르겄어, 연애 시절 생각나는구먼”
이문석(72, 중부동) 어르신은 부인 송복희(68, 중부동) 씨와 30년 만에 손을 잡고 영화를 관람했다.
자식 키우랴, 손자 돌보랴 일에 치여 문화생활 즐길 여유도 없이 바쁘게 살아온 이 씨 부부. 이제 좀 여유가 생겼나 싶지만 예전 극장과 다른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예매부터가 어렵다. 자연스레 영화와 멀어진 이들 부부는 양산가족상담센터에서 영화를 무료로 보여준다는 안내문을 보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문화예술회관을 찾았다.
제대로 된 영화관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부인 손도 잡아보고 재밌는 영화를 보니 이 씨 부부는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6일 양산가족상담센터(센터장 최연화)에서 여성권익증진과 남성평등촉진을 위한 여성주간을 맞아 ‘양성평등부부 영화 보러 가는 날’ 행사를 처음 열었다.
양산가족상담센터는 최근 개봉한 영화 ‘마마’를 준비해 노부부, 신혼부부, 아이와 함께 찾은 부부 등 많은 가족들의 발걸음을 한데 모았다.
“매년 여성주간을 맞아 강의와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었는데 올해부터는 바깥 문화를 함께 즐기지 못하는 부부들을 위한 자리를 준비했다”고 취지를 밝힌 최연화 소장은 “여성 특히 엄마에 관련된 영화나 뮤지컬, 연극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오늘 영화를 통해서 한국여성, 어머니의 마음과 사랑을 통해 여성에 대해 많은 공감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반응이 좋으면 내년부터 매년 시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영화를 보기 위해 찾은 200여명의 관객들은 영화 ‘마마’는 엄마, 여성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짠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입을 모았다. 영화가 끝난 후 눈시울을 붉힌 조화숙(48, 석산리) 씨는 “나의 이야기 같으면서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의 공감을 자아냈다”며 “평소 회사일로 바쁜 남편과 함께 한 자리라 더 좋고 이런 행사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