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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우리 아이들이 사랑에 빠졌어요”..
교육

“우리 아이들이 사랑에 빠졌어요”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1/07/19 09:53 수정 2011.07.19 11:36



ⓒ 양산시민신문


내가 근무하고 있는 초등학교에는 사랑에 빠진 아이들이 많다.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이성 친구를 향한 아이들의 마음이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나보다.

우리 학교에는 ‘Wee 클래스(상담실)’가 있다. 한번은 3학년 여학생 두 명이 상담실을 찾아왔다.

상담 선생님께서 “무슨 고민이 있어서 왔니?”라고 물었더니 “사랑…”이라고 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 웃으면서 같이 온 다른 아이에게도 찾아온 이유를 물었더니 그 여학생은 ‘양다리’ 때문에 고민이란다.

이런 고민은 저학년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어느 날 6학년 어느 반 아이들이 모두 복도에 나와 있었다. 담임선생님이 상황을 알아보니 그 반 남학생이 같은 반 여학생을 좋아해서 고백을 하고 싶어 한단다. 그래서 반 친구들이 모두 자리를 비켜준 것이다. 친구의 고백을 위해 교실에서 나와 복도에 서있는 아이들의 배려가 참 예쁘게 느껴졌다.

고백을 한 남학생은 여학생을 위해 꽃다발까지 준비했지만, 느낌이 안 온다는 그녀의 거절로 이벤트는 슬픈 결말이 되고 말았다.

이 말을 전해들은 상담 선생님은 “느낌이 와서 사귀는 것보다 사귀다가 느낌이 오는 게 나을텐데?”라며 웃으셨다.

담임선생님을 통해 ‘반지도 사려고 했는데 꽃다발만 사서 다행’이라는 그 녀석의 말이 전해지자, 앉아 있던 모든 여 선생님들은 “꽃다발이 아니라 반지를 샀었어야지! 여자에게 사랑은 반짝거리는 걸로 표현하는 거야”라며 다들 웃었다.

어른들에겐 사랑이 진지한 고민이고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사랑이 하나의 걱정거리가 된다는 건 아직 어른들에겐 참 어색한 일이다. 어쩌면 아이들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자 인격체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사랑 때문에 인생이 고민이라는 우리 아이들, 그 순수함이 정말 사랑스럽다.


이혜민 시민기자
hyemini4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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