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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사임당독서회 18년 역사 들어보실래요?
“함께 읽어야 책맛 제대로 볼 수 있죠”

노미란 기자 yes_miran@ysnews.co.kr 389호 입력 2011/07/19 10:05 수정 2011.07.19 09:53



ⓒ 양산시민신문
“신영복의 ‘강의’가 동양고전이야기라면, 강대진의 ‘고전은 서사시다’는 서양고전을 다루고 있죠”, “고전은 애써 이해하려는 마음을 비우고 문자 그대로 읽어나가는 게 도움이 돼요”

30대에서 50대 주부 7명이 모여 앉아 각자 한 달 동안 읽었던 책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다. 그런데 오가는 얘기가 심상치 않다. 비슷한 분야의 책을 서로 추천해주는가 하면, 저자의 다른 저서 분석도 한다. 책 이야기는 점심식사 자리에서도 이어진다. 이들은 다름 아닌 사임당독서회원들. 사임당독서회(회장 이부자)는 올해로 18년째를 맞이한 양산도서관의 주부 독서모임이다. 15명의 회원은 30대에서 50대로, 활동한 지 18년 된 왕언니부터 이제 1~2년 된 새내기 회원도 있다.

사임당독서회는 1993년에 생겼다. 양산도서관이 문을 연 지 1년 남짓 지난 때였다. 창립멤버이자 현재 회장인 이부자 씨가 부산에서 이사 오면서 양산도서관에 독서모임을 제안했다. 양산도서관측도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독서모임 참가자를 모았다. 18년 전 당시 모였던 회원들은 논의 끝에 신사임당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당호(堂號)인 사임당을 독서회 이름으로 정했다.

이부자 회장은 “39살에 들어와 56살이 된 지금까지 사임당독서회가 없었으면 여전히 아집 속에 살았을 것”이라며 “다름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시간이 되는 한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다.

18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나는 동안 독서회도 조금씩 달라졌다. 회원이 30명에 달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1998년에 IMF를 겪으면서 회원 수가 줄어들었다. 남편 직장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거나 혹은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회원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모임  요일을 화요일이나 목요일 등 평일에서 토요일로 옮겼다. 지금은 주5일제 수업이 시작되면서 놀토를 피해 셋째 주 토요일 오전에 모이고 있다. 18년 내공은 운영방식에서도 드러난다. 12월에는 회원들은 각자 도서를 추천해 이듬해 연간 독서계획을 세운다. 올해는 인문학, 자기계발, 독서치료, 고전문학, 실용서 등 주제에 따라 달별로 세 권을 정했다. 세 권의 책 중 한 권 이상을 읽은 뒤 느낀 점을 돌아가면서 발표하는 형식이다.

사임당독서회는 양산도서관의 지원으로 대개 도서관에서 모이지만 봄이나 가을엔 내원사, 통도사 등에서 야외독서토론회를 열기도 한다. 문학기행을 간 적도 있다. 올해는 그동안 미뤘던 회지도 발간할 계획이다. 이처럼 18년 동안 꾸준할 수 있었던 것은 책을 사랑하는 마음과 자발적인 분위기 때문이다. 모두가 주부이면서 직장인이기 때문에 활동 상황에 대해 왈가왈부 하지 않는다. 대신 책에 관심이 많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기에 토론은 언제나 자유롭고 활기차다.

사임당독서회원들은 혼자 읽는 열 권의 책보다 함께 읽는 한 권의 책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함께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다른 의견을 듣고 다름을 배울 수 있다는 것. 다 읽지 못하면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배울 수도 있다.

활동한 지 2년 된 조숙경 회원은 “생각을 거르기도 하고 확립하기도 하는 등 내 생각을 돌이켜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의 정화’ 같다”고 활동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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