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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인생은 아름다워, 아름다운 내 황혼
고운 한복처럼 남은 인생 고운 빛으로 물들이리

박미소 기자 althzzz@ysnews.co.kr 입력 2011/07/19 10:08 수정 2011.10.04 09:37
여성복지센터 한복기능사 수강생 65세 조영옥 씨



 
ⓒ 양산시민신문 
한복의 고운 색상과 단아한 멋에 푹 빠져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여인이 있다. 고운 한복과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그녀는 오늘도 한복자랑에 여념이 없다.

지난 8일 여성복지센터 한복기능사반에서 만난 손영옥(65, 상북면) 씨는 말투와 행동 하나하나에서 기품과 멋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 첫인상은 그녀의 새하얀 머리에서도 그대로 풍겨져 나온다. 대부분은 젊어 보이기 위해 하루가 멀다하고 염색하는 흰머리지만 손 씨는 새하얀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그것이 과장되지 않은 은은한 색상의 우리네 한복과 닮아 있기 때문이라고.

“한복은 수수하고 단아한 색상과 천을 통한 조용한 한복이 있는가 하면, 빨갛고 화려한 꽃무늬가 도드라지는 한복도 있어요. 한복은 만든 사람의 매력을 그대로 닮고 있는데, 저는 은은한 색상의 단아한 한복과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한복을 짓고 있답니다”

손 씨는 젊은 시절 양장점을 운영했던 터라 옷 제작에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남편 내조에 매진하다보니 어느새 자신의 꿈은 없고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만 남게 됐다. 그래서 문을 두드린 곳이 여성복지센터 한복기능사반이다.

“양장점을 하며 양복만 만들어 왔는데 그때도 기품있는 한복을 보면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고 느꼈어요. 바쁜 세월을 다 보내고 이제야 한복을 만들게 됐네요. 하지만 다들 그러잖아요. 인생은 60부터라고. 저는 한복을 만들면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처음 한복기능사반에 들어갈 때 조금은 걱정이 앞섰다. 젊은 사람들만큼 강좌를 따라갈 수 있을지, 늙은이에게 맞춘다고 강좌 수준이 바뀌지는 않을런지….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손 씨의 살아온 연륜이 오히려 한복제작에 큰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통 한복이다보니 인생을 많이 산 사람들의 안목이 더 탁월한 것 같아요. 함께 강좌를 듣는 동료 수강생들이 한복 색감에 대해 자주 조언을 구하다 보니 ‘이래서 연륜이 필요한거구나’하고 느끼게 됐죠”

취미로 시작했던 한복제작이 이제는 생활복까지 만들 수 있는 실력이 됐다. 손 씨는 직접 원하는 모양과 색상으로 간편한 개량한복을 지어 평상복으로 입고 다닌다. 더욱이 지난해 손자 돌잔치 때는 직접 손자의 한복은 물론 아들 부부의 한복까지 지어 선물했을 정도로 수준급이 됐다.

“이 나이쯤 되면 노안 때문에 힘이 든다는데 저는 매일 미싱과 바느질을 쉬지 않으니 노안이 오다가도 도망갈 것 같아요”라며 웃으며 말하는 손 씨는 제일 좋아하는 푸른 회색빛처럼 은은하게 남은 인생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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