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관설당전국서예대전은 학생부를 신설해 최우수상에 조미소 어린이(성산초6)를, 우수상에 박서연 어린이(덕계초2)를 선정했다. 이들 어린이들은 평소엔 영락없는 초등학생이지만 붓을 일단 잡기만 하면 어린아이 특유의 장난기는 사라지고 눈빛은 진지해진다. 고즈넉한 서실에서 정성을 다해 한 획 한 획 긋는 이들의 모습은 어른스럽기까지 하다.
꼬마 서예가 “서예의 길 걷는 것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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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우수상 조미소(성산초6) | ||
ⓒ 양산시민신문 |
미소는 서예의 매력을 겉으로는 정적인듯 해보이지만 글자 속에 자신만의 색깔을 녹일 수 있는 점이라고 말한다. 미소와 함께 서실을 다니고 있는 어머니 정 씨는 다른 이의 작품을 그대로 보고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을 녹이고 어린아이답지 않게 맨발로 서서 자유롭게 서예를 배우는 과정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서예를 배우기 시작한 지 올해로 5년째에 접어든 미소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서예로 큰 상을 받아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다 관설당전국서예대전에서 학생부를 신설한다는 소식을 듣고선 ‘바로 이거다! 이 상은 내거다!’는 마음이 들어 준비를 시작했다.
서예대전 준비는 결코 쉽지 않았다. 미소가 출품한 작품은 ‘위기지학(爲己之學, 자신을 위해 배운다)’. 서예대전 출품을 위해 준비했지만 대회를 출전하는 과정은 오롯이 미소를 위한 공부였다. 네 단어를 쓰기 위해 일주일에 3일씩 저녁 늦게까지 서실에서 쓰기를 반복했다. 위기지학의 가치를 스스로 보여준 셈이다.
미소의 꿈은 서예가이다. 일반적으로 연예인, 선생님, 법조인, 과학자과 같이 초등학생이 꿈꾸는 장래희망과는 사뭇 다르다. 자신만의 서체를 창작하고 싶다는 뚜렷한 목표도 가지고 있다.
미소는 “이번 수상이 앞으로 훌륭한 서예가가 되기 위한 꿈에 더 가까이 다가서는 계기로 남을 것 같다”며 “지금까지 착실하게 해온 것처럼 묵묵히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의 명필이 될 것이라는 미소의 꿈에 함께 기대를 걸어본다.
우연히 만난 서예 “집중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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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수상 박서연(덕계초2) | ||
ⓒ 양산시민신문 |
서실에는 수강생들 대부분이 50~60대이어서 초등학생은 서연이가 유일했다. 하지만 홀로 글을 써내려간 지 일 년 반 동안 쌓은 실력으로 관설당전국서예대전에서 고학년 언니, 오빠들을 제치고 우수상을 탔다.
놀 때는 영락없는 초등학생이지만 서실에서는 진지해진다. 인터뷰를 잠시 쉬는 동안 ‘홍익인간’에 대해 선생님과 얘기를 주고받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서연이의 서예 선생님은 서예와 한자 공부를 병행하면서 또래 아이에 비해 생각이 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연이가 서예를 배우면서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집중하는 자세’다. 서연이는 초등학교 입학 후 국ㆍ영ㆍ수 학원을 다닌 적이 없다. 집에서도 공부하는 것에 대해 강요하는 분위기가 아니지만 집중력이 향상된 까닭인지 이해력이 좋은 편이다.
서연이는 서예와 함께 한자공부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어머니 유복동 씨는 급수시험을 서연이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요즘 자녀에게 투자한 만큼 결과물을 최대한 빨리 요구하는 자녀교육 분위기가 잘못됐다는 것이 유 씨의 생각. 서연이가 서예에 재미를 붙인 것처럼 자녀가 하나에 대해 흠뻑 빠질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서연이 역시 어머니의 방침대로 모든 일에 욕심 부리지 않고 스스로 재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서예의 색다른 재미를 붙인 서연이는 올해까지 배운다는 계획을 바꿔 내년까지 서예를 더 배우기로 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한 서예가 앞으로 서연이에게 어떤 선물을 가져다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