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먹거리촌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양산신도시 범어택지가 주차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같은 주차난은 단순히 유동인구 증가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주택지를 상업지로 활용하면서 생겨난 제도적인 문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양산신도시 범어택지가 양산지역의 새로운 ‘황금상권’으로 뜨고 있다. 2004년 택지 분양을 시작으로 개발된 물금1지구 17만여㎡ 규모의 범어택지는 현재 각양각색의 대중음식점들이 입점해 있어 양산지역 새로운 먹거리촌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더욱이 인근에 양산부산대병원과 효성백년가약, 현진에버빌 등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돼 있어 주민 접근도가 좋고, 사통팔달의 입지조건으로 점심ㆍ저녁 시간대 직장인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 양산시민신문
주차시설 부족현상 심각
하지만 이 같은 상권 부상은 곧 극심한 주차난으로 이어졌다. 소규모 음식점에 설치돼 있는 주차공간은 턱없이 부족하고, 공영주차장은커녕 사설 주차장 하나 찾아볼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불법 주ㆍ정차 차량으로 택지 내 도로는 몸살을 앓고 있다. 왕복 2차로 도로지만 양쪽으로 늘어 서 있는 불법 주ㆍ정차 차량으로 인해 차량 1대가 통행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주차시설 부족현상은 점차 상가이용 시민들의 발걸음을 막아 상권쇠락으로 이어지지나 않을지 상인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사실 이 택지의 용도는 상업용이 아닌 단독주택용이다. 즉 대중음식점 등 상가가 아닌 주택건축이 주된 목적인 것이다. 하지만 물금신도시 택지는 주객이 전도돼 주택지라기 보다는 이미 상가밀집지역으로 자리를 잡았다.
주차장 설치기준 미흡
양산신도시 지구단위계획에 의하면 단독주택지는 크게 주거전용과 점포겸용으로 나누어진다. 주거전용 단독주택지는 순수 단독주택만을 건축할 수 있지만, 점포겸용 단독주택지는 1층에 건축면적의 40%까지 근린생활시설 설치가 허용된다. 범어택지는 점포겸용으로 모든 상가가 3층 규모의 건물 1층에 입점해 있다.
문제는 주차장 설치 기준에 있다. 상업지는 주차장 설치 조례에 따라 150㎡당 1대를 주차장으로 설치해야 하는 규정이 있다. 또한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할 때 상업지는 상가를 이용하는 유동인구를 감안해 주차장 전용 부지를 미리 지정해 둔다. 범어택지 맞은편 상업지에는 주차장 전용 부지 4필지가 이미 지정돼 있다.
하지만 점포겸용 단독주택지는 일반주거지로서 세대당 0.5대의 주차공간만 확보하면 건축허가가 가능하다. 대부분 점포겸용 단독주택지는 4~5가구이기 때문에 주차공간이 평균 3대 가량 설치돼 있다. 이마저도 주택주민들과 함께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상가에 준비돼 있는 주차장은 거의 없는 셈이다.
양산신도시 내 점포겸용 단독주택지는 물금신도시 범어택지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99년 조성이 완료된 양산신도시 1단계(중부동)에 있는 택지 역시 1층 상가, 2~3층은 다가구 주택 구조로 지어져 있다. 이 곳 역시 상권이 형성됐고 잇따라 주차문제와 소음 등 다수의 민원이 야기된 바 있다.
이처럼 주차난이 충분히 예측됨에도 불구하고 단독주택지를 주거전용보다는 점포겸용으로 지정하는 이유는 분양문제 때문이다. 토지주택공사(LH)는 분양 활성화를 위해 양산신도시 개발계획 초기부터 택지개발촉진법에 의거해 점포겸용 비중을 늘렸다.
3단계 택지도 문제 예상
2003년 6월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과 지침이 일부 개정돼 도로변이나 이주자용 택지를 제외한 나머지는 원칙적으로 주거전용으로만 조성할 수 있게 됐지만, 양산신도시 1ㆍ2ㆍ3단계 모두 2003년 이전에 개발계획 승인이 난 터라 개정 전 법에 따라 점포겸용이 그대로 적용된다.
때문에 1단계 중부동택지와 2단계 범어택지에 이어 2단계 동면 금산택지 그리고 3단계 역시 이같은 문제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2단계 내 동면 금산리 택지 역시 점포겸용으로 지정돼 이미 분양 공급된 상황. 또 공정률 86%를 보이고 있는 양산신도시 3단계 지구 6곳의 단독주택지 가운데 2곳이 점포겸용 단독주택지로 지정돼 있다.
이들 지구 역시 상가가 입점해 상권이 형성되면 주차문제로 또 다시 골머리를 앓게 될 것이 충분히 예측된다. 때문에 아직 준공 이전인 3단계 내 택지만이라도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해 주차장 부지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 “지구단위계획 변경해야”
시 관계자는 “점포겸용 지역은 주택지가 아닌 상업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상업지에서 유동인구를 고려해 주차장 부지를 확보한 것처럼 점포겸용 택지 역시 최소한의 주차장 부지를 확보해 공용주차장이나 사설주차장 등으로 사용할 수 있게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LH 관계자는 “양산신도시 택지조성 당시 분양문제와 맞물려 환지 처분한 이주민들 역시 점포겸용을 희망해 개발계획을 세운 것”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 동감은 하지만 3단계 택지 대부분이 공급된 상황이기에 지구단위계획 변경은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 양산시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