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친화도시? 쳇. 여성상위시대에 오히려 남성친화도시 만들어야지”
지난 6월 10일 양산이 여성가족부로부터 경남 최초 여성친화도시로 선정되자 이처럼 비아냥거리는 실소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시민들뿐 아니라 정책을 추진하는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고, 급기야 지난달 26일 열린 ‘여성친화도시 연구용역 최종보고회’에서 나동연 시장이 ‘여친도시 비하발언 금지령’까지 내렸다.
여성친화도시는 한마디로 모두가 다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자는 것이다. 물론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다. 하지만 그 방법을 제시한 것이 이 사업이다. 바로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도시개발’과 ‘정책결정’에 접목시키자는 것이다.
평평하지 않은 인도는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 힘들다. 고층건물은 국지성 돌풍을 유발해 치마 입은 여성을 곤란하게 만든다. 여성들이 경찰과 119구조대에게 말하기 힘든 사연이 있어 신고를 꺼려한다. 은행ㆍ학교ㆍ관공서 등 공공업무는 워킹맘이 일하는 중에 처리해야 해 불편하다.
이를 개선하면 완만한 경사와 너비가 충분한 인도조성, 도시경관 위한 건물 높이 제한, 경찰 여성인력배치 증가, 공공업무의 전산화 등 안전하고 편리한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지침이 되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사업의 범주가 너무 넓다는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어디까지 손을 대야 하는지 모르겠다. 때문에 방향을 제시해줄 학술용역이 필요했는데, 학술용역 최종보고회 이후 더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자그만치 6대 정책영역별로 20대 과제에 51개 세부과제, 그리고 9개 특화과제까지 제시했다. 정책기반, 경제, 돌봄, 안전, 생태, 건강, 공동체 등 정책영역도 참말 난해하고 광범위하다. 욕심이 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 모든 것을 껴안고 출발하다보면 ‘여친도시가 뭐하는 건데?’라는 비아냥과 실소를 계속 달고 다닐 수밖에 없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들이 제시한 큰 덩어리의 여성정책 중에서 양산시가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목표를 찾아야 한다.
가령 ‘자, 이제부터 여성친화적인 인도를 만들자’는 따위로 시작하자. 인도폭이 1m도 안되고 경사가 심한 구도심과 웅상지역 인도를 유모차 끌고 다닐 수 있는 인도로 바꿔보자.
어느 정치인의 선물, 관의 포퓰리즘 정책, 의식 없는 여성지도자를 위한 찬가…. 시작하기 전 이같은 논쟁은 충분히 설득력 있고 해 봄직하다.
하지만 이제 머리띠를 메고 출발선상에서 몸을 풀고 있는데 ‘너는 해도 안되니 뛰지마라’며 손가락질하면 무슨 소용인가? 잘 뛸 수 있도록 물 한잔 주며 응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