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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선생님… 늦게 찾아뵈어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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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선생님… 늦게 찾아뵈어 죄송해요”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391호 입력 2011/08/09 09:39 수정 2011.08.09 09:37
양산초 故 김인자 교사, 물에 빠진 제자 구하려다 숨져

36년 만에 제자들 모여 추모제 거행… 매년 추진 계획



ⓒ 양산시민신문


“검은 단발머리에 정말 예쁘신 분이셨어요. 단아한 외모처럼 참말 조용한 성격이셨죠. 하지만 제자들이 물에 빠지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뛰어드셨어요. 36년이 지났지만 그 날이 잊히지 않아요. 그럼요…. 절대 잊을 수 없죠”

양산초등학교 64회 졸업생 박종석 씨는 故김인자 교사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36년 만에 옛 제자들이 한 데 모였다. 지난달 25일 故 김 교사의 36주기를 맞아 그 뜻을 기리는 추모제를 열기 위해서다. 제자들은 하나같이 ‘너무 늦게 찾아뵈어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양산초에 재직하던 김 교사는 1975년 7월 25일 양산천에서 물놀이를 하던 중 물에 빠진 제자 둘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다. 당시 김 교사는 고작 23세의 꽃다운 나이였다. 더욱이 임신한 몸이었다.

제자 우복선 씨는 “전날 남학생들이 양산천에 물놀이를 다녀왔다는 얘기를 듣고는 여학생들도 물놀이를 가자고 선생님께 떼를 썼죠. 하지만 전날 새벽 폭우가 내려 양산천 수심이 깊어지고 물살이 그렇게 위험하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여학생반인 3, 4반 모두가 점심시간에 물놀이를 갔고, 4반 학생이었던 황복춘ㆍ김지화 학생이 그만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일촉즉발에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4반 담임교사는 이미 만삭의 몸으로 물에 들어갈 수 없었다.

당시 3반 담임을 맡고 있던 김 교사는 자신도 배 속 태아를 잉태하고 있었지만 망설임 없이 양산천에 몸을 던져 학생들을 구하려 했다. 하지만 양산천은 김 교사와 학생 둘을 그대로 삼켜버렸다. 그렇게 아까운 목숨들을 잃게 됐다.

64회 졸업생 동기회장 나민성 씨는 “그때는 너무 어려 선생님의 그 거룩하고 숭고한 은혜를 알지 못했죠. 늦게나마 철이 들어 36년 만에 이렇게 찾게 되어 죄송스러운 마음뿐입니다. 비통하고 애절한 마음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며 진심어린 마음을 전했다. 

이후 정부는 김 교사에게 국민훈장 목련장을 추서했고, 1976년 양산초 교정에 추모비가 건립됐다. 또 해마다 스승의 날이 되면 추모비 앞에서 양산초 학생들이 김 교사를 애도하는 추모식을 가지곤 했다.

양산초 총동창회 오백섭 회장은 “100년 전통의 양산초가 배출해 된 훌륭한 인물이 많지만 김인자 교사는 그 누구보다도 존경받아 마땅한 분이세요. 거룩한 참스승의 표상을 기리고 앞으로 배출될 양산초 출신 모든 제자가 그 얼을 교훈으로 삼을 수 있게 64회 졸업생을 중심으로 추모제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매년 추모제를 거행할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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