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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식당 운영하면서 외국인 노동자 보살피는 쇼커트 라나
“다양성 존중하는 양산사람 됩시다”

노미란 기자 yes_miran@ysnews.co.kr 391호 입력 2011/08/09 10:20 수정 2011.08.09 10:19




ⓒ 양산시민신문

파키스탄에서 한국으로 온 지 11년째로, 8년여 동안 양산에서 살고 있는 쇼커트 라나(36, 신기동) 씨. 제조업체 등에서 일하다가 3년여 전부터 북부동에서 무슬림 전통음식점 비스밀라를 운영하며 외국인노동자들의 연대를 이끌어가고 있다. 처음엔 개인 사업을 위해 시작했지만 지금은 수익을 떠나 외국인노동자들이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비스밀라는 다양한 문화 교류의 장


외국인노동자 사이에서 비스밀라는 잘 알려져 있다. 현지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다른 지역 외국인노동자들도 찾아올 정도다. 대체적으로 외국 음식점은 한국인 입맛에 맞추기 위해 재료나 레시피를 바꾸어 퓨전 음식을 선보이기도 하지만 바스밀라는 퓨전 음식이 아닌 고유의 맛을 고집한다. 대다수 손님이 고국의 맛을 그리워하는 외국인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외국인노동자가 한국인 동료와 함께 방문해 자국의 문화를 알려주고 친분을 쌓는 경우도 있다. 라나 씨는 “외국인노동자끼리 만나는 것도 좋지만 한국인과도 자주 어울리며 문화를 서로 자주 공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비스밀라에서는 음식뿐만 아니라 현지 식재료나 전통 악세서리, 요금충전식 휴대전화, 해외전화카드도 판매한다. 평일엔 식재료나 휴대전화, 전화카드 등을 사기 위해 방문하는 고객이 대부분이고, 일을 쉬는 주말이 돼서야 외국인노동자들이 찾아온다.


외국인노동자의 소통 공간으로 변신


비스밀라는 식당을 넘어서 외국인노동자의 소통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부분 손님이 외국인노동자들이다 보니 비스밀라는 외국인노동자들의 만남의 장소가 됐다. 나라별로 노동자들이 작은 모임을 열며 향수를 달래거나 회사 생활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는다. 파키스탄 대사관측은 라나 씨와의 친분으로 3개월마다 양산 지역 파키스탄 노동자 여권이나 비자 업무를 비스밀라에서 진행하고 있다.

가끔은 한국문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도 한다. 몇몇 외국인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배운 반말은 물론 ‘야’, ‘새끼’, ‘임마’ 등 비속어를 상품을 사면서도 뱉는다. 카운터를 맡고 있는 라나 씨 부인 윤려화 씨는 “욕을 해야 한국말을 잘한다고 착각하는 외국인도 있다”며 그럴 때는 “나쁜 표현이니 앞으로는 쓰지 마세요”라고 웃으면서 설명해준다.


존중하고 존중받는 문화 정착 기대


라나 씨는 외국인노동자의집 소속 자치모임인 신나는연대 활동을 바탕으로 다른 외국인노동자의 권리를 찾아주기도 한다. 일하다가 다친 외국인에게 치료 없이 출근을 강요하는 회사를 상대로 치료도 받고 산재보험도 가입하는 등 노동자들의 현실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대부분 해결이 어렵다. 라나 씨는 “힘든 친구들이 정말 많은데, 도와줄 방법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한다.

앞으로 라나 씨는 신도시 지역에 100평 규모의 분점을 낼 예정이다. 라나 씨는 “양산시민들도 외국인들과 같이 식사하면서 우리들의 문화를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라나 씨가 앞으로 생각하는 가게 운영 방향도 이와 비슷하다. 수익을 떠나 외국인노동자들이 존중받고 더 나아가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것.

윤 씨 역시 “문화는 좋고 나쁨이 없고 그 자체가 매력이다”며 “이 가게를 통해 다양한 문화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윤 씨는 개인의 능력 문제를 국가 문제로 확대해 바라보는 것이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파키스탄 사람이 게으르면 파키스탄인 모두가 게으르고 일을 못한다고 보는 사람이 아직 많다”며 “사람 자체의 문제이지 파키스탄인의 문제는 아니지 않냐”고 덧붙였다. 

↑↑ 무슬림 전통음식점 비스밀라 외부 모습
ⓒ 양산시민신문

↑↑ 무슬림 전통음식점 비스밀라 내부 모습
ⓒ 양산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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