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전거와 함께 피서를 간다. 산으로, 바다로 자전거와 함께 즐기는 산악자전거 동호회 ‘발바라 MTB’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이가 있다.
20대 못지않은 튼튼한 허벅지와 군살 없는 뱃살, 탄탄한 몸매지만 머리는 백발이다. 하지만 체력이나 실력은 젊은 회원들 못지 않다.
70세의 노익장 할아버지 윤성욱(물금읍) 씨는 산악자전거 3년차 라이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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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치여 생활한 지 40년, 각박한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 양산으로 내려오니 몸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바쁜 생활 속에서 운동은커녕 하루에 한 시간도 채 걷지 않으니 체력은 이미 바닥나 있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자전거 운동. 유난히 약했던 하체 근력과 체력을 키우는 데는 자전거만 한 것이 없다는 조언에 일반 자전거를 구입해 양산천을 다니며 운동을 시작했다.
바닥난 체력, 세월의 부침과 함께 먹어버린 일흔이라는 나이는 도전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일만 하다 살아온 인생, 언제 환갑이 넘고 일흔이 됐나 몰라” 윤 씨는 포기하지 않고 매일같이 양산천을 달리고 또 달렸다.
1년 동안 운동한 끝에 어느 정도 체력에 자신감을 얻은 윤 씨는 양산천을 오가며 눈인사했던 MTB 동호회 회원들에게 가입 권유를 받았다.
“일반 자전거도 이제 겨우 타기 시작했는데 산악자전거가 웬 말이냐 했지. 근데 오기가 생기더라고. 밑바닥 체력도 이만큼 끌어 올렸는데 산악자전거도 노력하면 할 수 있겠다 싶었지. 또 재미도 있겠다 싶었고” 그렇게 MTB 동호회와 함께 발을 맞추기 시작했다.
산 정상에서 내려가는 쾌감 맛 들여
물론 체력과 의욕만 앞선다고 되는 것은 아니었다. 산악자전거를 처음 접해보고 또 일반 자전거와 달리 자전거로 산을 타는 활동이기에 윤 씨는 막상 시작은 했지만, 걱정도 됐었다고.
“오기만으로 되는 게 아니더군. 산악자전거는 체력은 물론 체계적인 자전거 교육이 필요한 운동이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지”
동호회 활동 초기에는 회원들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며 체력을 보강했고 틈틈이 산악자전거의 기초이론과 실습 등을 배워 실력을 쌓아나갔다.
그렇게 2년, 지금은 뒷바퀴, 앞바퀴를 자유자재로 드는 묘기까지 선보일 정도다.
산을 오르다 다치는 일도 많았지만 곧잘 ‘큰형님’하며 거리낌 없이 도와주는 회원들이 있기에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산 정상에 오르는 쾌감을 맛보니 이제는 그만둘 수가 없다는 윤 씨. 자전거는 곧 윤 씨 생활의 일부라 자신 있게 이야기 한다.
“힘들게 올라갔다가 쌩 내려오는 그 기분은 산악자전거인이 아니면 알 수가 없지. 도로보다 공기도 좋고 좋은 경치까지 함께 하니 더더욱 신나고”
요즘은 혼자서도 산을 타러 나간다. 금정산~호포, 동면~법기 산은 혼자 타기도 쉽고 재미도 있어 추천하는 코스라고 한다.
부인 추미다(61) 씨의 걱정에 ‘적당히 타야지’라고 생각하지만 일흔을 훌쩍 넘어서 여든이 되도 할 수만 있다면 자전거 인생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하는 윤 씨는 오늘도 이 산 저 산을 누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