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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수 영산대학교 일어학과 교수 | ||
ⓒ 양산시민신문 |
그런데, 어느 정도 인생을 살아 본 사람들은 그 ‘행복’이라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쉬운 일이 아닌 정도가 아니라 어쩌면 극히 소수의 사람들이 그 행복을 맛보고 있는지도 모르고 아니 어쩌면 그조차도 없는 것인 지도 모른다. 하지만, 틀림없이 말할 수 있는 것은 행복은 어떤 절대적이고 정형화된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기에 달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행복은 상대적인 것이고, 또 그 값어치의 판단도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이 얼마나 쉬운 일인가,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기준, 다시 말해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기에 따라 지금이라도 당장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 쉬운 일을 왜 많은 사람들이 못하고 있는 것일까?
2009년 영국의 신경제재단(NEF)에서는 세계 143개국을 대상으로 기대수명, 삶의 만족도, 생태학적 환경을 측정해 국가별 행복 지수(HPI)를 발표하였다. 놀라운 사실은 1위를 차지한 것은 코스타리카, 그리고 그 이외도 상위권은 남미가 주로 차지하였고, 한국은 68위, 일본은 75위 그리고, 미국은 100에도 들어오지 못했다.
또 2006년 영국의 레스터대학(Leicester University)의 심리학자 애드리안 화이트(Adrian White) 교수가 178개국을 대상으로 건강, 경제, 교육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조사한 ‘세계 행복지도’에는 경제적인 면과 교육의 기회 등이 포함된 만큼 유럽의 나라들이 상위권에 많이 나타났는데, 1위는 덴마크, 2위는 스위스, 미국도 23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 결과였을까? 한국은 102위, 이것은 앞서 언급한 영국신경제재단의 결과보다 훨씬 낮게 평가된 매우 불명예스러운 결과이다. 이 결과가 절대적일 수는 없지만, 이러한 수치를 보며 우리의 삶을 한번 되돌아 보아야 할 필요성은 틀림없이 느끼게 해 준다.
우리나라는 과거 여러 시련을 겪으면서 그것들을 극복하고자 피나는 노력을 했다. 그에 따라 눈부신 경제성장을 하여, 지금에 와서는 국내총생산(GDP) 세계 15위의 국가로 성장하였다. 하지만 우리가 실감하고 있는 행복은 과연 높아졌을까? 최근의 발표를 보면, OECD국가 중 자살률이 1위라는 등 불명예스러운 결과만 들려오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우리들의 주변의 일반적인 생활만 보더라도 참으로 행복하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어려서부터 가족들이 같이 있고 마음 편히 놀 시간조차 극히 적다. 어린이 집을 시작으로 유치원, 초등학교 때부터도 이곳 저곳 학원을 다니느라 가족과 지낼 시간도, 맘 편히 놀 시간도 별로 없다. 중ㆍ고등학교 때는 언급할 필요조차 없이 정상적인 생활이라 하기 힘들다. 그것도 부족해 어릴 때부터 조기유학을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왜? 무엇 때문에 이런 생활들을 하는 것일까?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그럼 그 이후는 좋은 직장을 가기 위해서? 그럼 그 이후는 어떻게 하고 있을 것일까? 직장에 가서는 또 승진, 재테크 등 여러 스트레스를 받으며 나이 들어간다. 그럼 노후는 편안할까? 연금에 대한 불안감과 건강문제, 예전과 같지 않는 가족에 대한 의식 때문에 부모자식간의 부양문제도 순탄치 않다. 지금 여기서 간단하게 제시한 한국에서의 한 인간의 일생은 그리 낯선 예시가 아니라 생각한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들은 왜 이러한 삶을 사는 것일까? 사실은 우리들도 행복하기 위해서 이러한 삶을 살고 있다. 모두가 행복하기를 원해서 행복을 추구하고자 어릴 때부터 끊임없이 학원을 다니고, 또 노는 시간을 아껴가며 공부에 시달린다. 또 더 행복하고자 좋은 대학에 진학하려 하고, 더 행복하고자 좋은 직장에 다니려 한다. 그런데 그러한 과정들을 겪으면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는 우리가 행복이 무엇인가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보지 못했고, 또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행복의 목표가 되는 모델이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우리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델은 어떤 것일까? 어쩌면 너무나 이상적인 모델만을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원점으로 돌아가 진정한 행복에 대해 생각하는 교육과 훈련이 필요할 것 같다. 또 국가전체적으로도 경쟁에 의한 눈부신 발전만을 국가경영의 목표로 삼지 말고, 부탄과 같이 국민의 행복을 국가경영의 최대의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한 개인은 보다 현실적이고, 보다 실질적인 ‘행복의 모델’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그것은 어려서부터 그런 행복의 모델을 찾도록 학교와 가정에서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허황된 모델의 설정이 어쩌면 우리를 평생 채워지지 않고 다가갈 수 없는 목표에 좌절하고 힘겨워하는 삶, 즉 행복과 거리가 먼 삶을 살게 하고 있는지 모른다.
진정하게 우리가 행복해지려면 힘든 이상을 무리하게 쫓아가기 보다 우리가 다가갈 수 있는,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해 질 수 있는 ‘행복의 모델’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들 자신과 우리가 사랑하는 우리의 후손들에게 어려서부터 진정하게 행복해 질 수 있는 ‘행복의 모델’을 찾게 하는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올해 여름에는 가족과 함께 우리들의 ‘행복의 모델’을 제대로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