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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초대시]천생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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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시]천생연분

양산시민신문 기자 391호 입력 2011/08/09 10:56 수정 2011.08.09 10:55




 
↑↑ 서정홍
농부 시인
‘전태일 문학상’과 ‘우리나라 좋은 동시 문학상’ 수상
시집 <아내에게 미안하다>(실천문학사) <우리 집 밥상>(창비) 등이 있음
한국작가회의 회원
ⓒ 양산시민신문 
여름 한낮에
아내가 고추를 따면서 말했다.


“여보, 우리 옛날처럼
농사짓는 사람하지 말고
돈 주고 사 먹는 사람하모 좋겠소.”


때마침, 나도 그 말을 하고 싶었는데
차마 그 말은 하지 못하고
뚱딴지같은 소리만 뱉고 말았다.


“아니, 당신 말 대로
모두 돈 주고 사 먹는 사람 하모
누가 농사짓겠소.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아내는
늘 솔직하게 말하고
나는
늘 말만 번지르르 하게 늘어놓고
우리는 천생연분에 보리개떡이라.



* 천생연분에 보리개떡 :
   먹을 게 없어 보리개떡을 먹을망정 부부가 의좋게 삶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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