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을 못하는 노인 가족을 돌보는 가족요양보호사에 대한 정부 지원이 대폭 삭감됐다. 부당청구가 많다는 이유인데, 그동안 부당청구를 하지 않고 묵묵히 일해 온 가족요양보호사들은 엉뚱하게 생계를 위협받게 됐다.
거동이 불편한 96세 친정부모를 수발해 온 가족요양보호사 박아무개(56, 평산동) 씨는 한달에 55~60만원 정도 요양급여를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 1일부터 급여가 24만원 정도로 절반 이상 줄었다.
보험급여로 인정해 주는 하루 간병 시간이 90분에서 60분으로 줄어든 것은 물론,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일수도 한 달에 30일에서 20일로 줄어 정부의 지원이 대폭 삭감된 것이다.
박 씨는 “24시간 돌봐야 하는 친정엄마 때문에 분식점 일도 그만둔 채 2년 전부터 요양급여만 가지고 생활해 왔는데 갑자기 비용을 줄이면 생활은 어떻게 하느냐”며 “애초 이 정도 급여였으면 무리해서라도 분식점을 그대로 운영했을 텐데 이제와 하루아침에 제도를 바꾸니 청천벽력이 따로 없다”고 하소연했다.
‘가족요양’이란 장기요양수급자의 가족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급여비용을 정부에 청구하는 제도다. 일반 시설 입원의 경우 장기요양 급여비용 부담이 훨씬 커지기 때문에 가족 내 요양보호를 장려하는 차원에서 가족이 직접 돌볼 수 있도록 서비스 제공에 대해 정부가 최소한의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양산노동복지센터 박영휘 센터장은 “가족요양서비스는 건강보험공단, 수급자, 그 가족 등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라며 “건강보험공단은 급여 지급을 줄일 수 있고, 수급자는 요양서비스를 타인이 아닌 가족에게 받을 수 있으며, 수급자 가족은 가족 수발로 빚어지는 예상 상실수익의 일부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가족요양보호사 가운데 부당청구 사례가 많아 지원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지원축소를 골자로 하는 ‘장기 요양급여 비용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확정 공포하고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건강보험공단 양산지사 관계자는 “현재 요양보호사 가운데 가족요양이 49%를 차지할 정도로 늘었고 부정수급자 역시 상당수 증가한 상황”이라며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치매로 인한 폭력성을 보이거나 65살 이상인 배우자가 요양보호사인 경우에는 기존처럼 비용 청구시간을 90분으로 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뒀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족요양보호사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보호사들의 부당청구를 핑계로 급여 자체를 축소하는 행정 편의적인 발상이라는 것이다.
양산지역요양보호사협회 추진위 조춘희 위원장은 “정부의 관리소홀, 장기요양기관들의 도덕적 해이 등의 가족요양 문제를 양심껏 일하는 있는 요양보호사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가족요양제도의 도입취지가 무색하게 노인돌봄을 또 다시 가족의 짐으로 지워주는 보건복지부의 개정안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