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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철 성분의 붉은 암석이 많아 ‘거암의 위병’이라는 뜻을 가진 아콩카구아는 칠레 국경에 인접해 있는 아르헨티나 서부의 안데스 산맥에 있다.
남미 대륙의 최고봉인 아콩카구아는 날씨와 적설량에 따라 같은 루트라도 난이도가 크게 차이가 난다. 상황이 좋을 때는 경등산화에 특별한 장비 없이도 정상까지 오를 수 있지만, 눈이 많을 때에는 특히 6천300m 높이에서 정상까지 가파른 돌사면지대인 카날레타 구간을 가로질러야 하기 때문에 이중화는 물론이요 피켈과 아이젠, 확보장비도 준비해야 하고, 추위와 강풍에 대비한 복장도 완벽하게 갖춰야 한다.
1897년 영국의 피츠제럴드(Fitzgerald)원정대에 의해 처음으로 등정되었다. 한국은 1980년 서울문리대 OB산악회의 등정 이래 매년 등반인구가 늘어나고 있으며 얼음으로 뒤덮인 남벽은 1991년 1월 고려대산악부가 최초로 성공했다.
우리나라 한겨울이 등반시즌
등반기점 마을인 푸엔테 델 잉카(Puente Del Inca·2천700m)는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나 칠레의 수도인 산티에고에서 비행기로 1~2시간 거리인 멘도사를 거쳐 진입한다. 멘도사에는 입산신청을 받는 공원사무소가 있다(입산료 300달러). 멘도사에서 푸엔테 델 잉카까지는 차로 4시간 거리다.
등반시즌은 12월에서 1월 말. 등반루트는 10여개 있으나 북면 노멀루트를 가장 선호한다. 북면 루트의 베이스캠프는 오르코네스 계곡을 따라 이틀간 들어서면 닿는 플라자 데 뮬라(Plaza de Mulas·4천230m). 잉카에서 37km 떨어진 베이스캠프까지는 모든 짐을 뮬라에 실어 올린다. 대원들도 뮬라를 타고 하루에 오를 수 있지만, “강의 합류점” 이라 부르는 콘플루엔시아(Confluencia·3천250m)에서 하루 묵고 오르는 게 고소적응에 도움이 많이 된다.
캠프1은 급경사 흙사면 상단의 캄비오 데 펜디엔테(Cambio de Pendienta·5천200m)나, 또는 200m 위쪽의 널따란 안부인 니도 데 콘도레스(Nido de Condores·5천400m). 니도 데 콘도레스가 지형이 안정적이고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만년설이 있어 캠프지로 선호한다. 캠프1에서 캠프2까지는 표고차(400m)도 크게 나지 않고 등반시간(3시간)도 그리 길지 않다. 캠프2에는 대피소가 3개소 있지만, 문이 없거나 강풍에 지붕이 날아가 버려 대부분 텐트를 치고 지낸다. 캠프2까지 고소등반을 마치고 나면 베이스캠프로 귀환하여 휴식을 취한 후 정상등정에 나선다.
입산수속
등반이 아닌 트레킹이라도 우리나라처럼 등산로 입구에서 표를 구입해서 바로 들어가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전에 멘도사의 주립공원 사무국에서 입산신청을 해야 한다. 사전 입산신고 없이 올라갈 수 있는 높이는 산 입구의 라구나 오르꼬네스 인근의 산책로 일대뿐으로 그곳에서는 아콩카구아의 정상을 겨우 볼 수 있을 뿐이다.
입산신청은 멘도사 시내 중심가 Av.Sarmiento와 Av.San Martin의 교차점에 있는 관광안내소(Subsecretaria de Turismo) 3층의 주립공원 사무소에서 접수를 받는다.
일단 신청서(영문 또는 스페인어)를 작성하여 여권과 함께 제출하면 입산료 납입고지서를 한 장 떼 주는데, 입산료를 사무소에서 직접 내는 것이 아니라 그 고지서를 갖고 인근에 있는 지정된 전당포 비슷한 가게로 가서 납입을 한 뒤, 영수증을 받아다 사무소에 제출하고 10여분 정도 기다리면 입산허가증이 나온다.
입산허가증은 3장이 하나로 되어있는 쿠폰식으로 되어 있는데 한 장은 로스 오르꼬네스 사무소에서 입산신고 하면서 떼어내고, 콘플루엔시아 도착하면 다시 한 장, 그리고 나머지 한 장은 영수증이다.
네 번이나 찾은 아콩카구아
필자는 이 산을 1997년에 오른 후 여태껏 4번이나 등정하였다. 첫 도전은 1997년 12월 27일이었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미국 L.A에서 란칠레 항공으로 갈아타고 칠레의 수도 안티아고에 도착했다. 다시 비행기로 안데스 산맥을 넘어 아르헨티나의 산악도시 멘도사에 도착하니 그곳은 여름이었다.
멘도사에서 등산 수속을 마친 뒤 4시간 걸려 뻬니텐데스(Penitentes)에 도착한 원정대는 뮬라(당나귀의 일종)를 이용해 짐을 베이스 캠프로 보낸 뒤 중간 기착지인 콘플루엔시아(Confluencia)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콘플루엔시아에서 플라자 데 뮬라에 있는 베이스 캠프까지의 캐러반은 특유의 바람인 백풍(Viento Blanco)의 영향으로 계곡에 흙먼지와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9시간을 나아가야 한다.
베이스 캠프에서 고소 적응훈련을 하면서 캠프 구축을 병행했다. 캠프1은 식수 공급이 용이한 해발 5천400m 니도넬 콘도르에 설치하고 터치다운과 슬리핑다운을 반복하며 고소 적응등반을 했다. 캠프2는 해발 5천926m에 설치했다. 해가 바뀐지 열흘이 지난 1월 10일 정상 등정길에 나섰다. 해발 6천300m 부근에 다다르니 이제부터는 카날레타 구간이다. 체력 소모가 엄청난 곳이다. 오르다 미끄러지면 다시 오르고를 반복한 끝에 드디어 오후 2시께 돌무더기로 이루어진 정상에 올랐다.
“내가 산을 바라보자 산도 나를 바라봤다 그냥 산이었다” 이 말은 제프리 노먼이 딸과 함께 아콩카구아를 오르며 쓴 “딸과 함께 오른 산“ 책 속에 실린 제프리 윈스롭 영의 말이다.
하산한 뒤에는 남미의 대표적 관광지인 페루의 잉카문명 유적지인 마추픽추를 둘러보는 행운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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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잉카문명 유적지 입구에 늘어선 상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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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뮬라를 이용해 짐을 옮기는 원정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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