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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장애 비장애 함께 살아가기 좋은 도시] 소리와 손으로 ..
기획/특집

[장애 비장애 함께 살아가기 좋은 도시] 소리와 손으로 읽고 꿈을 키운다

박미소 기자 althzzz@ysnews.co.kr 입력 2011/08/16 10:54 수정 2011.08.16 10:53
② 장애인의 풍요로운 문화생활

-전북 전주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




장애인이 살기 좋은 도시는 비장애인도 살기 좋다고 한다. 현재 양산에 등록된 장애인은 1만2천여명으로 전체 인구 26만명의 비율로 따지자면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경제권, 이동권, 교육권 보호는 선택이 아닌 의무이지만 여전히 장애인복지정책은 일시적 시혜와 동정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어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선진복지사회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필수다. 살기 좋은 지역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에 본지는 타 도시의 장애인복지사업 우수사례를 통해 장애인복지사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알아본다.

① 장애인이 자유롭게 씻을 권리 보장
② 장애인의 풍요로운 문화생활
 전북 전주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

③ 장애인편의시설은 장애인이 직접 사전점검
④ 장애인의 여가생활 공간 제공
⑤ 장애인 복지, 최소한의 권리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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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격차가 삶의 격차를 만든다. 책을 읽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들은 한정된 지식으로만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장애인의 책을 읽을 권리는 대한민국 국민의 기본 권리이며, 장애인의 자기계발과 비장애인과 삶의 격차를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 도서관 자료실에는 점자도서가 분야별로 빼곡하다.
ⓒ 양산시민신문


지난 3월 개관한 양산시립도서관은 현대화된 건물, 다양한 부대시설, 넓은 주차장 등의 시설환경으로 일반 시민들에게 합격점을 받기 충분했다. 도서관 내에는 장애인열람실도 따로 마련돼 있어 개관 당시 많은 장애인의 관심을 받았지만 이내 실망감을 안겨줬다.

도서관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해 이용률이 매우 적은 장애인열람실에는 상주 인원이 없어 문을 닫아 놓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이용률이 적은 이유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점자책은 손으로 점자를 따라 읽다보면 제목이 없거나 제목이 끊겨 있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점자 제목 위에 글씨가 인쇄된 종이를 붙여 정작 실제 이용자인 시각장애인은 점자책을 찾아 볼 수 없게 만들어 버린 것도 있다.

전라북도 도청 소재지 전주에는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이 있다. 국내 최초로 설립된 시각장애인도서관도 아니고 시설이 훌륭한 것도 아니지만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은 국내 장애인도서관 중에서 최고로 손꼽힌다.

전국 13개 시각장애인 전문 도서관과 70여개 일반 도서관 중에서 시각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은 시각장애인들에게도 책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국내 최대 양의 점자책, 녹음도서 등 보유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관장 송경태)은 전북도내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문자를 읽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설립된 순수한 민간도서관이다. 때문에 여타의 공공도서관처럼 시설이 화려하거나 대규모의 열람실이 설치돼 있지는 않다.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은 점자책을 출간해 내는 일종의 출판사다. 이는 시각장애를 가진 송경태 관장이 ‘장애인을 위한 도서관’은 바로 이런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고정관념을 탈피한 도서관을 고안해 낸 것이다.

송 관장은 “장애인들은 책을 대출해 보통 집에서 읽는 것이 대부분이기에 도서관 내의 장애인열람실에서 앉아서 볼 책상과 의자 따위는 사실 필요하지 않다”며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도서관이 아니기 때문에 화려한 시설이나 겉치레는 과감히 생략돼 있다”고 말했다.

송 관장의 말처럼 전북장애인도서관에는 책 읽는 공간이 없다. 그 대신 점자책과 녹음도서가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 도서관은 점자프린터기를 이용해 점자책을 제작한다. 텍스트를 점자로 타이핑해 점역을 하고 점자화일을 컴퓨터와 프린터를 연결해 출력한다.
ⓒ 양산시민신문


2000년 개관한 도서관 자료실에는 10여년간 꾸준히 만들어낸 도서가 한 가득이다. 점자도서 1만권, 녹음도서 8천권, 오디오북 2천권 그리고 저시력자를 위한 문자 확대도서 1천권이 구비돼 있다.

장애인이 직접 와서 책을 빌려가는 경우도 있지만 원하는 책을 주문하면 무료로 점자, 녹음 도서를 제작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외출이 쉽지 않은 장애인들을 위해서 자원봉사자가 직접, 혹은 우편으로 원하는 곳까지 전국 어디든 배달간다. 필요한 인적사항만 기재하면 가입비나 이용료도 없다.

‘최초’ 장애인를 위한 문화활동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이 화제가 된 것은 국내 ‘최초’의 활동이 많다는 것. 시각장애인들이 욕구가 있다면 작은 것이라도 놓치지 않은 송 관장의 결과물이다.

요즘은 장애인복지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애인컴퓨터교육과 또 인터넷 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성 인터넷 사이트는 바로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의 ‘음성 인터넷 도서관’이 길을 열어준 것이다.

국내 최초로 개설된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인터넷 도서관은 각종 자료가 음성과 문자로 동시에 제공되고 마우스 없이 키보드만으로 운영된다. 이용자별 도서접근 색인 테이블을 제공하고 인터넷 활용을 통해 시각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였다는 평가와 함께 각 기관과 단체의 음성 홈페이지 확산에 큰 기여했다.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이 음성 홈페이지의 첫 발판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장애아동뿐 아니라 성인장애인에게도 세상의 일부분을 가르쳐준 점자 동물도감을 국내 최초로 제작·배포했다. 100쪽 분량의 2권짜리 점자 동물도감에는 동물 100여종이 실려 한 쪽에는 각 동물의 형태와 눈, 코, 귀, 입, 꼬리 등 각 부분의 세세한 모습이 점자로 표현돼 있다. 또 다른 한 쪽에는 동물의 크기, 서식 장소, 생활 방식, 수명 등에 대한 설명이 실려 있다.

송 관장은 “눈으로 뭔가를 보고 싶어 하는 시각장애인들의 절실한 마음을 대신할 방안을 찾아보던 중 촉각으로 형태를 느낄 수 있는 그래픽 촉각 점자 동물서적을 먼저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점자 동물도감은 2~300질을 제작해 전국의 맹학교와 관련 기관 등에 보급됐다.

↑↑ 시각장애 아동의 독서 욕구 충족과 상상력, 감성을 위해 만들어진 점자 500 동시집은 1질, 총 10권으로 구성됐으며 1년에 걸쳐 제작됐다.
ⓒ 양산시민신문


이와 더불어 점자책으로는 읽을 수 없었던 점자 500동시집과 녹음 시낭송집 CD를 만들어 자라나는 장애아동들의 낭만과 꿈을 가지는데 도왔다. 이 밖에도 도서관은 매년 테마를 기획해 점자판 전국 여행 가이드북, 점자판 전북의 문화재 등 ‘최초’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인/터/뷰/ 송경태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 관장

↑↑ 송경태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 관장
ⓒ 양산시민신문
“꿈 꾸는 장애인에게 ‘독서’는 필수”

전주 시의원을 역임한 바 있는 송경태 관장은 지난 2008년 전북 신지식인, 전북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송 관장은 군 복무 중 수류탄 사고로 양쪽 눈의 시력을 모두 잃은 시각 장애 1급이지만 장애에 굴하지 않고 모든 교과과정을 수료하는 등 일반인과 다름없는 사회생활을 했다. 하지만 대학시절 리포트나 시험, 논문을 작성할 때 필요한 점자책이나 녹음서가 많이 부족해 힘들 때가 많았다고.

이에 송 관장은 장애를 가진 후배 대학생들에게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게 하지 않기 위해 사비를 털어 도내 최초로 시각장애인도서관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도서관에 점자책, 음성도서 등을 구비해놓기만 해도 시각장애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만 재가시각장애인들의 문화 복지 욕구를 충족시켜주고자 다양한 특수도서 제작을 시작하게 됐다.

송 관장은 “타 도서관에서 하지 않은 사업을 우리 도서관에서 과감하게 실천한 것이 성공의 밑거름”이라고 자신했다. 또 “예산 때문에 못한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누구든 욕구가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예산이 부족하면 후원자를 개발하든, 사비를 들여 해소시켜 줘야한다”며 “그것이 진정한 장애인 복지”라고 말했다.

또 송 관장은 “장애인도 사회에서 꼭 필요한 사회구성원이기에 성공하려면 반드시 책을 읽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송 관장의 이러한 생각에 뒷받침을 해줄 독서장애인도서관진흥법이 국회를 통과돼 장애인 독서활동에 더욱 보탬이 될 예정이다. 송 관장은 “최근 통과된 ‘독서장애인도서관진흥법’은 지식정보 취약계층인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청각ㆍ중증 지체장애인까지 장애인 도서대여 무료 우편서비스 등 도서관 서비스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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