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 말로는 다하지 못하는 마음을 때론 손짓으로 나누는 이들이 있다.
농아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깨고 수어를 하나의 언어로 인정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양산시농아인협회 자원봉사단 ‘수어바다’는 2004년에 만들어진 수화동아리다.
수어바다는 양산에 거주하는 200여명의 농아인들과 함께하는 친구일 뿐만 아니라 불우이웃 돕기와 성폭력 예방 캠페인, 수화 예술제 등 곳곳에 봉사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수어바다는 소통하기 어려운 농아인들의 입과 귀가 되어 그들이 다시 세상으로 나오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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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수화 전문인으로 거듭나는 봉사회원들
주부, 직장인, 고등학생 등 다양한 계층의 회원들이 모인 수어바다는 수화를 사용해 농아인들의 귀와 입이 되어주는 봉사단체이다.
누군가의 의사를 정확히 전달해 줘야하는 봉사인 만큼 수화를 전문적으로 해야 한다. 수어바다는 수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회원가입을 하면 기초, 중급, 고급 수화 교육을 각 3개월씩 거친다.
기초 과정의 간단한 단어부터 시작해서 완성된 문장을 표현할 수 있는 고급반까지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다. 1년이라는 긴 과정과 함께 새롭게 배우는 교육이기 때문에 힘이 들기도 한다고.
“몸으로 하는 노력봉사도 어렵지만 교육을 통해 수화를 익혀 봉사해야 하는 만큼 진심어린 마음과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선뜻 나서기 어려운 것이 수화봉사예요. 나이 많은 회원들은 어려워하기도 하지만 다들 좋아서, 자신들이 원해서 하는 수화이기 때문에 상당수 회원들이 이제는 즐기며 하고 있어요” 이정희 회장의 말이다.
좋아서 하는 일의 힘인 것일까. 수어바다봉사회에서 배출해낸 전문 수화 통역인이 9명에 이를 정도다. 교육을 모두 수료하였지만 이들은 매주 1회씩 만나 수화를 배우고 나아가 시민들에게 수화 홍보까지 톡톡히 한다.
비장애인과의 소통, 거리문화제
장애인의 날, 농아인의 날, 농아인과 함께하는 하계 수련회, 수화 거리공연, 불우이웃 돕기, 성폭력 예방 캠페인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수어바다는 특히 비장애인들과 장애인들을 위한 소통의 자리로 매년 8월 말 거리문화제를 열어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한다.
아직은 일반인들에게 낯선 수화. 문화제에서는 간단한 수화를 가르쳐 주기도 하는 등 수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홍보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오는 28일 열리는 거리문화제를 위해 회원들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와 같은 친숙한 노래부터 ‘거울아 거울아’, ‘버블 팝’ 등 최신가요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다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되도록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에 한창이다.
수어바다의 최고 연장자 박숙희(60, 북부동) 회원은 “음악과 함께하는 수화문화이기에 보는 이들 모두 즐거울 것”이라며 “수어바다의 학생회원들 덕분에 젊은 세대 노래도 듣고 함께할 수 있어 모임에 오면 한층 젊어지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거리문화제는 27일 오후 2시 평산 어린이공원 일대, 28일 오후 6시 물금 워터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며, 수어바다의 공연과 함께 밸리댄스, 페이스페인팅, 풍선아트, 양산여고 인터렉트동아리 등을 초청해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인다.
이정희 회장은 “장애인뿐 아니라 일반시민들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수화공연과 함께 다양한 축제의 장을 만들고 있다”며 “많은 시민들이 함께해 수화에 대해 배우고 가며 농아인들의 축제에 함께 참여해줬으면 좋겠다”고 관심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