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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대중관광시대, 관광객의 관광 동기는 다양하다
오피니언

[화요살롱]대중관광시대, 관광객의 관광 동기는 다양하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394호 입력 2011/08/30 09:31 수정 2011.08.30 09:24



 
↑↑ 이명진
양산대학교 호텔관광과 교수
ⓒ 양산시민신문 
8월 15일을 기점으로 성수기 휴가기간이 끝났다. 휴가기간 동안 집에서 휴식을 즐긴 사람들도 있겠지만, 강호동의 ‘1박 2일’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은 호동의 발자국 따라 전국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녔을 것이다. ‘집 떠나면 고생이다’는 옛말도 있지만 무더위, 게릴라 폭우, 고속도로 차량정체 등과 열심히 싸우며 어디라도 휴가를 다녀온 사람들은 알 것이다. 고생으로 인한 열매는 달 뿐만 아니라 영원히 기억 속에 새겨진다는 것을 말이다.

휴가철에 많은 사람들이 관광을 떠날 수 있는 ‘대중관광’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관광의 역사에서 대중관광시대를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라고 본다. 그 이전에는 교통, 숙박, 식음료 등의 관광환경이 열악해 관광을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에 관광은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힘든 특권계층의 전유물이었다.
지금은 사람들이 보금자리를 떠나 관광에 참여하는 동기가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관광의 시작단계에서는 관광의 동기는 단순하였다.

역사의 아버지인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Herodotos:BC 485~425)는 그 당시 이집트, 페르시아, 시리아, 리비아, 바빌로니아 등의 지역으로 여행을 많이 다녔다. 여행을 다닌 후 그는 사람들이 관광을 하는 가장 큰 동기가 종교적인 목적이라고 했다. 종교적인 동기는 그리스ㆍ로마시대와 중세 때에는 관광의 가장 중요한 동기였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그 중요성이 약간 퇴색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유명사찰과 교회로 관광을 하러 가고 있다. 

관광의 역사로 볼 때 그리스ㆍ로마시대 사람들의 중요한 관광 동기는 종교적인 목적이 가장 컸지만, 올림픽과 같은 체육의 목적이나 시칠리아 섬에 있는 에트나 화산을 보기 위한 목적이나 지중해에서 요양을 즐기기 위해서도 관광을 다녔다. 또한 로마사람들은 맛난 음식이 적혀 있는 ‘가스트로노미아’란 책을 들고서 식도락여행을 즐기기도 했다. 너무 먹는 것을 좋아했던 비만한 로마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온천관광이 처음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르네상스시대와 산업혁명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견문을 확대하여 지적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유럽 전 지역을 관광했다. 그 당시 독일의 대문호 괴테도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관광한 후 책을 펴내기도 했으며, 영국 상류층 자제들 사이에서는 가정교사를 대동하고 고대 그리스 로마의 유적지와 르네상스를 꽃피운 이탈리아, 세련된 예법의 도시 파리를 필수 코스로 밟으며 여행했던 그랜드 투어(Grand Tour)가 활성화되기도 했다.
또한 산업혁명으로 도시환경이 열악해져 사람들은 여가시간이 생기면 일상생활을 탈출(일탈욕구)하기 위해 도시를 빠져 나갔으며, 그 당시 유행했던 괴질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해변을 찾아 염분이 있는 물에 몸을 담그기도 했다.

1840년 이후 철도여행이 대중화되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비행기와 자동차가 대중화되면서 관광비용이 저렴해졌고, 접근성도 높아져 많은 사람들이 관광에 참여하는 대중관광시대가 정착되었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부터 서서히 관광이 대중화되기 시작하였고, 사람들의 관광동기 또한 엄청 다양해졌다. 그 당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라는 책은 지금 강호동의 1박2일처럼 사람들에게 국내관광의 붐을 일으킨 촉진제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사람들은 이 책을 들고 이 책에서 소개한 관광지, 그 지역의 유명숙소, 맛난 음식점을 찾아서 다닐 정도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휴가철에 이 책을 들고 전라도 강진과 강원도 정선을 방문했던지 이 지역에서는 자신의 고장을 알려준 유홍준 씨에게 감사장을 주었다고 한다.

매년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로 전국방방곡곡 고속도로가 붐빈다. 나도 8월 13일에 강원도 평창에 살고 있는 친구를 찾아서 1박2일을 함께 보냈다. 아이들과 옥수수를 따는 체험도 하면서 강원도 찰옥수수를 원도한도 없이 실컷 먹어 보았고, 메밀꽃 필 무렵을 쓴 ‘이효석 문학관’도 구경하면서 메밀막국수와 메밀묵사발도 먹어보았다. 오대산국립공원에 있는 월정사와 상원암도 가보고 향기가 좋은 곤드레밥과 황태국도 먹어보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인 대화성당에도 가보았다.

1박2일 짧은 일정동안 여러 가지 관광동기를 충족한 알찬 관광을 하고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 보니 오고가는 길은 힘들었지만 휴가를 떠난다는 설렘과 휴가지에서의 멋진 경험, 집에 돌아와 1박2일 동안의 재미있었던 일들을 추억하는 그것만으로도 팍팍한 일상에 활력이 돈다.

지금 우리는 조금의 시간을 내고 비용을 지불하면 평생 동안 기억에 남을 추억을 가질 수 있는 대중관광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를 위해 전국방방곡곡 길은 잘 닦여져 있고, 지역마다 맛난 음식이 우리의 미각을 자극하고, 모험과 스릴 넘치는 레저체험활동이 넘쳐난다.

대중관광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단지 시간만 내어 우리 속에 있는 다양한 관광동기를 충족시키면 된다. 올 여름 휴가 때 집 떠난 사람들은 고생은 조금 했겠지만 먼 훗날 가슴속에 아름다운 추억을 조금씩 꺼내 보며 입가에 행복의 미소를 슬며시 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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