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공부해도 죽지 않는다, 라는
학원 광고를 붙이고 달려가는 시내버스
죽도록 굶으면 죽고 죽도록 사랑해도 죽는데,
죽도록 공부하면 정말 죽지 않을까
죽도록 공부해본 인간이나
죽도록 해야 할 공부 같은 건 세상에 없다
저 광고는 결국,
죽음만을 광고하고 있는 거다
죽도록 공부하라는 건
죽으라는 뜻이다
죽도록 공부하는 아이들을 위해
옥상과 욕조와 지하철이 큰 입을 벌리고 있질 않나
공부란 활활 살기 위해 하는 것인데도
자정이 훨씬 넘도록
죽어가는 아이들을 실은 캄캄한 학원버스들이
어둠속을 질주한다, 죽기 살기로
이영광 시인
1967년 경북 의성 출생. 1998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직선 위에서 떨다』(창비, 2003), 『그늘과 사귀다』(랜덤하우스, 200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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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아 시인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 ||
ⓒ 양산시민신문 |
이 시는 이런 사회적 상황이 우리 청소년들의 삶에 과연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혹 우리가 교육이란 의미를 오독하거나 왜곡되게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자정이 훨씬 넘도록> 학교로 학원으로 과외처로 떠밀려 다니는 학생들,‘죽어가는 아이들을 실은 캄캄한 학원버스’가 지나치는 걸 보면서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